신기주 PREMIERE KOREA 기자 | 2007-02-05 18:25:00 | 2007-02-05 1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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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花>는 됐다. 그러나 <묵공>은 안 됐다. <중천>도 안 됐다. 한참 전엔 <무극>도 안 됐다. 지난 1월 25일 개봉한 <황후花>는 전국적으로 46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묵공>의 최종 관객수는 20만 명이다. 지난 1월 11일 개봉해서 겨우 일주일 갔다. <묵공>을 만드는 데는 160억 원이나 들었다. <중천>은 힘겹게 150만 명을 모았지만 들인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답을 온전히 받았다고는 할 수 없다. 불과 3주만에 극장에서 종적을 감췄다. <중천>을 만드는 데는 촬영 기간만 반년이 걸렸다. 후반 작업에만 1년 가까이가 걸렸고 제작비는 100억 원이 넘게 들었다. 장동건이 홍콩 배우 장백지, 그리고 중국 감독 첸 카이거와 호흡을 맞췄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무극>도 흥행 결과가 부진했던 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황후花>는 됐다.
황후花 ⓒ프레시안무비
<황후花>와 <묵공>, <중천>, <무극>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황후花>는 장이모 감독과 주윤발, 공리라는 배우, 그리고 빌 콩이라는 홍콩의 거물 영화 제작자가 만든 중화권 블록버스터다. 반면 <묵공>과 <중천>, <무극>은 한국 영화계가 주도한 범아시아권 블록버스터다. <황후花>는 <와호장룡> 이후 <영웅>과 <연인>으로 이어지는 중국식 블록버스터의 연장선상에 있다. 중화권 영화인들이 홍콩과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을 끌어들여서 만든 이런 영화들은 중국과 일본, 한국 시장 뿐만 아니라 북미 시장에서도 번번히 흥행 성공을 거뒀다. 덕분에 제작비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었다. <황후花>의 제작비는 450억 원이다. <묵공>이나 <중천>의 제작비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단위가 다르다. 그러나 <묵공>이나 <중천> 같은 한중 합작을 토대로 한 한국 주도의 범아시아권 프로젝트들은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 배우만 빌려준 <무극> 같은 경우이든, 한국과 홍콩 배우에 중국 감독과 일본 스태프가 뭉쳤던 <묵공>이든, 한국 영화인들이 중국 스태프를 고용해서 중국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하고 한국 기술로 후반 작업을 했던 <중천>이든 무엇 하나 통하지 않았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한류를 날개 삼아 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린 지 오래다. 영화 산업 역시 일찍부터 중국 시장을 공략할 방도를 여러모로 모색해왔다. 이미 전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축은 아시아로 옮겨온 지 오래다. 정치와 경제, 문화의 중심지가 아시아가 돼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 가운데 문화만큼은 한국이 주도한다는 게 목표였다. 한국의 고부가가치 콘텐츠와 일본의 시장,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결합한 다는 게 한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영화 산업의 핵심이었다. 중국 영화인들이나 일본 영화인들 역시 한국 영화의 급성장을 눈여겨 보면서 어떤 식으로든 한국의 콘텐츠를 이식 받고자 애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결과는 어긋나버렸다. 지금 일본 영화 시장은 한국 영화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2001년과 2002년 무렵까지 상한가로 팔려나가던 일본에 대한 한국 영화 수출 실적은 바닥을 친 지 오래다. 개봉도 못하고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한국 영화만 70편이 넘는다. 게다가 호락호락하게 봤던 중국 시장 역시 한국이 중심에 있지 않다. <황후花>는 중국과 홍콩을 기초로 한 중화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시장에서도 짭짤하다. 반면 한국이 중심이 된 범아시아 프로젝트는 일본 시장에서 배척당하고 있고 중국 시장에서조차 낙관하기 힘들다. <무극> 정도가 중화권에서 2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지만, <무극> 역시 한국 배우만 빌려준 사실상 중국 주도의 영화였다는 걸 감안하면 아직 답이 없다. 현재 중국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중천>이 어쩌면 중국 시장 공략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런 식의 한중 합작의 실패 사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극 감독의 <칠검> 역시 뚜렷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금도 한국 주도의 한중 합작은 계속되고 있다. MK픽쳐스가 제작하고 있는 <집결호>나 태원엔터테인먼트가 만드는 <삼국지 – 용의 부활>은 한중 합작의 새로운 주자들이다. 문제는 회를 거듭하면서 한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영화 산업이라는 그림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관건은 시장이다. 한국 시장에서 합작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은 차갑다. 범아시아권에 걸맞은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 여지없이 국내 시장에선 고배를 마시기 마련이다. 한국 시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합작 영화는 계속 중국 시장 위주로 소재를 찾을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의 시선에서 보면 한중 합작이 시장 확대로 이어지지 않게 된다. 결국 합작 자체의 필요성이 사라지게 된다는 얘기다. 이런 사례는 2000년부터 2003년 무렵까진 빈번했던 한일 합작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던 경우였다. 한국 영화인들은 일본 시장이 필요했다. 그러나 <순애보> 같은 몇 편의 한일 합작 영화는 한국 시장 뿐만 아니라 일본 시장에서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한일 합작은 구시대적인 패러다임이 되고 말았다. 지금 한중 합작 역시 한일 합작이 직면했던 한계에 봉착해 있다. 한국 시장에서 합작 영화를 반기지 않는다면 한국 영화사가 주도하는 합작 영화는 중국이든 일본이든 매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황후花>는 됐다. 중국과 홍콩,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모두 통하고 있다. 더불어 중국 영화계의 주도권이 커지고 있다. 내수 시장을 상실한 체 해외 시장에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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