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장성란 기자 | 2006-10-14 00:25:00 | 2016-05-12 15: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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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미국 정부와 군부가 자행하고 있는 인권유린의 실상을 고발한 영화 한편이 부산국제영화제 2일째인 12일 관객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이날 1시 남포동 대영시네마에서 상영된 영국의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신작 <관타나모로 가는 길 The Road to Guantanamo>이 그 주인공. 대니 보일과 함께 영국 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차세대 감독으로 꼽히는 윈터바텀 감독의 신작인데다가, 실제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던 사람들이 겪은 실화를 토대로 한 작품이란 점때문에 상영에는 많은 관객들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마이클 윈터바텀이 <코드 46 Code 46>, <나인 송스 9 Songs>에서 각각 조감독과 편집자로 함께 일했던 매트 화이트크로스와 함께 메가폰을 잡은 영화. 2001년 10월 결혼을 위해 고향을 방문한 파키스탄계 영국 청년들이 아프가니스탄 여행 중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탈레반 조직으로 몰리면서 겪는 고초를 그렸다. 실존인물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곧잘 마이클 윈터바텀의 2003년 작 <인 디스 월드 In This World>와 비교되는 작품이다. 관타나모는 쿠바 남동부에 있는 미국령 항구도시로 9.11 테러 직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시작된 이후 테러 용의자 수용소가 세워진 곳이다. 미국 정부와 군당국은 이곳에 수감된 용의자들을 테러범이라고 주장하면서 전범대우를 위한 제네바협약의 적용을 거부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오고 있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 ⓒ프레시안무비
영화는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해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재현해 보인다. 영화 곳곳에 실존인물들의 인터뷰를 병치시키며 2001년 당시 혼란스러운 아프가니스탄 정세를 묘사하는 솜씨가 흡사 다큐멘터리 같다. 사실적인 화면은 테러 용의자로 몰려 미군의 포로로 붙들리는 파키스탄계 청년들의 기막힌 시련을 실상의 충격 그대로 전한다. 특히 영화는 주인공들이 테러 용의자로 붙들린 후 쉐버간과 델타, 관타나모 수용소를 옮겨 다니며 갖은 고문과 조사를 받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포로 수용소마다 자행되는 갖은 폭행과 비인간적인 처우는 지켜보기 끔찍할 정도다. 공공연하게 살상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테러 용의자들은 맨땅에 세워진 철창 안에서 잠을 자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제재를 받는다. 강제적 수사와 자백하라는 협박에 불복할 경우 두 손을 다리 사이에 고정시키는 자세로 귀청을 찢을 정도로 시끄러운 음악이 터져 나오는 독방에 감금된다. 마이클 윈터바텀은 <인 디스 월드>에 이어 <관타나모로 가는 길>에서 국가라는 거대 조직에 의해 희생되는 개인의 이야기에 다시 한번 귀를 기울이고 있다. <화씨 911>, <루스 체인지>와 같은 영화가 9.11 테러의 거시적인 국면을 파고들었다면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어지러운 국제 정세 속에 무참히 소외되는 약자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영화가 아니었으면 전세계에 전해지지 못했을 국제적 소수자들의 문제를 이야기한 두 감독의 사려 깊은 시선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전세계가 삶의 풍요를 이야기하는 21세기에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기본적인 인간의 조건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 ⓒ프레시안무비
<관타나모로 가는 길>이 고발하는 현실의 충격은 보는 이의 가슴을 방망이질한다. 그 충격에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자리에서 일어난 관객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은 15일 오후 8시 대영시네마에서 다시 한번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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