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 월드컵 사상 최약체…하지만 경계하라"

강한 압박으로 아데바요르 행동반경 줄여야

한국과 독일 월드컵 조별예선 첫 경기를 치르는 토고 축구에 대한 유럽 언론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토고가 월드컵 처녀 출전국이라 경험면에서 문제가 있고, 팀 조직력에서도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세계적 권위의 영국 축구 전문지 <월드사커>는 토고를 월드컵 역사상 최약체 중 하나로 손꼽을 정도.

하지만 월드컵을 통해 '인생역전'을 노리는 아프리카 선수들의 의지가 잘 융합될 경우 토고는 언제든지 돌풍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토고를 마냥 얕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토고 대표팀은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 예선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만한 팀으로 꼽히지 않았다. 지역 예선 첫 세 경기를 치른 뒤에도 이런 예상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토고는 2003년 말 기니를 1-0으로 제압하면서 상승세를 탈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토고의 상승세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2004년 6월 토고는 잠비아에 패했다. 사실상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진 셈. 하지만 2002년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을 이룬 세네갈을 3-1로 제압하면서 극적인 반전이 시작됐다. 세네갈 전 승리 뒤, 토고는 수호신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의 대활약에 힘입어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결국 토고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꿈을 이뤘고, 토고의 수도 로메에서는 연일 축제가 이어졌다.

토고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두 명의 '나이지리아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골잡이 아데바요르와 스티븐 케시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아데바요르가 10대 때 나이지리아에서 토고로 이민 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런가 하면 케시 감독은 지난 2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며 경질됐지만 토고 축구의 발전을 이끈 지도자다. 친형 같은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케시 감독은 개성이 강한 토고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고, 그라운드에서 이 같은 토고의 능력이 그대로 발휘됐다.

월드컵 예선에서 11골을 몰아 친 아데바요르는 '원맨쇼'에 가까운 플레이로 토고 축구의 힘을 전세계에 알렸다.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아데바요르와 케시 감독 간의 갈등이었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아데바요르는 케시 감독의 용인술에 불만을 품고 경기 참가를 사실상 거부했다. 두 사람 모두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그 누구보다 좋은 호흡을 보였지만 결국 이 사건으로 토고 축구는 와해되기 시작했다. "케시 감독은 공금을 유용했다는 혐의로 토고 축구협회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케시 감독의 경질은 아데바요르와의 갈등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시 감독에 이어 토고는 독일 출신의 오토 피스터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르완다, 콩고 민주공화국, 부르키나파소, 가나 대표팀을 지도했던 피스터 감독은 아프리카 축구에 잔뼈가 굵은 지도자. 하지만 토고 선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훈련을 할 만한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피스터 감독은 현재 독일 남부 스위스 접경지대의 방엔에 훈련 캠프를 차리고 조직력 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은 피스터 감독의 이름 석자를 모른다. 독일 태생이기는 하지만 독일에서 철저히 외면당했을 뿐더러 주로 축구 후진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피스터 감독은 남을 의심하는 버릇이 많아졌다. 자기 자신 외에는 그 어떤 사람도 믿을 수 없다는 의미다.
▲ 토고 축구의 버팀목인 아데바요르(右). ⓒworld soccer

하지만 피스터 감독이 철썩같이 믿고 있는 사람도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팀 아스날에서 활약하는 아데바요르다. 아데바요르는 나이지리아에서 토고로 이민 온 뒤, 자신의 축구 기량을 뽐낼 수 있었다. 토고 축구협회는 아직 10대에 불과한 아데바요르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아데바요르는 프랑스 FC메츠의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아데바요르는 2002~2003 시즌 프랑스 프로축구 2부리그 득점 순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 했다. 190cm의 장신에다 유연한 발 기술까지 갖춘 아데바요르는 AS 모나코로 이적했다. 아데바요르는 프랑스 축구의 영웅인 디디에 데샹 감독이 이끌던 AS 모나코에서 프르소, 모리엔테스, 사비올라, 농다 등 스타급 선수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스타 탄생을 준비했다.

독일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 예선을 통해 자신의 출중한 기량을 선보인 아데바요르는 2006년 아스날로 이적했다.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은 아데바요르의 성장 과정을 유심히 지켜봤으며 그의 잠재력을 믿고 과감하게 700만 파운드를 투자했다.

아데바요르에 대한 토고인들의 기대는 이미 1960년대 토고 축구의 영웅으로 군림했던 프랑크 피아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토고가 16강에 진출한다면 90%는 아데바요르의 힘이다"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올 정도다.

지금까지 토고가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을 분석해 보면, 가능성은 있지만 뭔가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다. 토고는 부두교 주술사까지 동원해 16강 진출에 안간힘을 쓰고는 있지만 한국, 프랑스, 스위스를 상대로 토고가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아데바요르의 개인기와 위협적인 스루패스가 절묘한 조화를 이룰 경우에 토고는 무서운 폭발력을 낼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의 아드보카트 감독이 "토고 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토고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신화가 첫 경기인 폴란드 전에서부터 시작됐듯이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도 첫 경기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한국으로서는 철저한 중원 압박으로 월드컵 첫 출전국 토고의 잠재력을 초반부터 무력화 시키는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이 오는 4일 펼쳐지는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 아프리카 축구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독일 월드컵에서 진짜 상대인 토고를 제압해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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