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 자칫 프랑스 동지를 잃을 수도

[이슈 인 시네마] 파리에서 온 편지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의 도시들에서는 연일 학생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미니크 빌팽 총리의 최초고용법안(CPE)의 채택을 놓고 프랑스 사회 전체가 뜨겁다. 새롭게 도입될 이 제도의 영향을 바로 받게 될 대학생들은 물론 미래의 노동자인 고등학생들까지 참여하고 있는 대규모 시위는 거리에서의 단순 항의시위를 넘어서 대학 캠퍼스와 고등학교 교정을 점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보다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언론에 의해 68년 혁명의 재현이 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고 관광도시인 파리를 찾은 외국관광객들은 전투경찰에 의해 둘러싸인 소르본을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시위는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격렬해져 지난 주 시위에서는 학생들과의 연대를 위해 시위에 참여한 30대 노동자가 뇌사에 빠지는 일 등 연일 프랑스 사회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엉뚱하게도 프랑스 영화시장의 일시적인 침체는 물론 지구 반대편의 한국의 영화인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정부의 축소발표 후 계속해서 논란이 모아지고 있는 한국의 스크린쿼터축소 문제는 국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절대적 지지자였던 프랑스가 예전만큼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를 살펴보면 당장 프랑스 자체의 사회, 경제적인 문제인 비정규직 고용문제와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프랑스 영화인을 비롯한 모든 프랑스인들의 당면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문화대국으로 자처하면서 미국영화에 대항해 영화산업에서 한국과 동맹자임을 공공연히 자처해 온 프랑스지만 당장 구체적인 행위를 논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지난 2월 17일에 있었던 스크린 쿼터 반대 촛불집회 현장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프랑스조차 스크린쿼터에 무관심하다? 하지만 이런 프랑스의 무관심은 한국영화계로 인해 비롯된 점도 있다는 것이 이 곳의 조심스런 견해이다. 그럼 어디에서 이런 인식이 나오는 것일까? 지금부터 10여 년 전 프랑스 및 유럽에서 한국영화가 가지고 있던 영향력이란 참으로 보잘것 없는 것이었다. 중국이나 일본영화에 비해 유럽과 프랑스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자리를 차지하던 한국영화는 1998년 이후 한국영화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2000년 이후 프랑스 내에서 연간 5,6편이 개봉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렇게 인기와 관심이 높아진 만큼 부작용이나 개선해야 할 점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예전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아진 판권 가격, 유럽 내 마케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만큼은 할리우드급을 요구하는 것 등등 결국 유럽 영화인들의 시선을 다른 국가의 영화로 눈을 돌리게 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 영화계에서는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리는 한편 중국과 대만영화에 대해서도 재조명하자는 분위기다. 2006년, 수 편의 한국영화가 프랑스에서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말아톤> 과 <형사>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다른 여러 영화들도 속속 개봉 일을 기다리고 있다. 몇 년간 꾸준히 계속되는 한국영화의 프랑스 내 개봉은 일단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더불어 한국의 영화인들이 프랑스로 와서 현재의 한국영화의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들도 여러 차례 기획되고 있다. 하지만 좀더 내실 있는 배급방식과 마케팅이 병행돼야만 유럽 내에서 한국영화가 진정으로 인정받는 일이 가능할 것이며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바로 한국영화의 건강한 발전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흥행작들만이 아니라 한국내에서 흥행이라는 심사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유럽의 영화제나 유럽 관객에게 소개되는 것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어제의 동지를 쉽게 잊어버리는 자는 자신이 어려울 때 그 친구의 도움을 바라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류라는 이름으로 아시아에서 한국영화의 붐을 맞이한 한국영화가 한 때의 성공에 이은 좀 더 내실 있는 정책이 병행되었다면 한국의 스크린쿼터문제가 불거졌을 때 가장 열렬한 지원자인 프랑스영화계는 물론 유럽 내에서의 강력한 지원은 당연한 일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 영화를 봐주는 것으로 기뻐하던 시절에서 벗어나자 마자 벌써 무리한 요구를 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전체 한국영화의 입지까지 흔들리게 하는 행동은 일찌감치 해소됐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한국 영화계가 그점을 명확하게 인식한다면 유럽 내에서 몇 년의 주기를 가지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제3세계권 영화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한국영화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유럽과 프랑스 영화인들의 진심 어린 충고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