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 펙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스토리를 파는 세일즈맨"이라 표현했다. 이야기 장사꾼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장사꾼을 뽑았던 '78회 아카데미 시상식' 그리고 그 현장을 찾은 수많은 영화인들. 그들이 만들어낸 재담 넘치는 순간을 포착했다.
'7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첫 문을 연 사람은 조지 클루니. 영화 <시리아나>로 남우 조연상을 수상한 조지 클루니는 "그럼 감독상은 이제 못 받겠군요?"라며 뼈있는 농담을 했다. <굿 나잇 앤 굿 럭>으로 감독상 후보에도 오른 조지 클루니는 올해만큼 많은 영화인들과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해가 없을 정도.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성공의 노트: 노먼 코윈의 황금시대>의 연출자는 수상 소감으로 "오찬에서 조지 클루니 옆에 앉게 해줘서 고맙다"라는 진심 어린 인사를 남겼을 정도이고, <포주로 사는 것은 어려워>로 주제가상을 받은 '쓰리 식스 마피아' 역시 조지 클루니에게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아카데미가 감사를 표한 사람은 따로 있다. <내쉬빌><숏 컷> 등을 연출한 로버트 알트만에게 공로상을 시상한 것. 로버트 알트만은 "영화는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친구들, 가족들, 동료가 함께 모래성을 쌓으면 파도가 밀려와 모래성을 무너뜨리지만 그것에 대한 기억은 영원하다"고 말하며 "공로상은 다 끝난 사람에게 주는 상이지만 나는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과시했다. 10년 전, 30대 여인의 심장을 이식 받은 로버트 알트만은 "심장 나이로 봤을 때 앞으로 40년은 거뜬히 더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다지기도 했다. 올 아카데미 시상식의 특별한 점은 동물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한 <펭귄- 위대한 모험>팀은 펭귄 인형을 대동하고 나와 휘파람 소리와 같은 '급조된 펭귄어 감사 인사'를 전달했고, <킹콩> 음향팀은 가슴을 두드리고 포효하며 킹콩식 감사 표현을 전했다. 또한 단편 애니메이션 시상자로 <치킨 리틀>의 주인공들이 직접 LA 코닥극장을 찾는 수고를 하기도.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시상자의 으뜸은 쫄쫄이 녹색 팬츠를 입고 나타난 벤 스틸러가 차지했다. 시각 효과상을 시상하기 위해 등장한 벤 스틸러는 '그린 스크린 기법'을 몸소 설명하기라도 하려는 듯, 녹색 천을 뒤집어 쓰고 한 마리 벌레가 되어 <킹콩>에게 상을 전했고, 윌 패럴은 연지 곤지 붉게 물들이고 나와 분장상을 시상해 코닥극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음향 편집상을 시상하러 나오다 드레스 자락을 밟고 주춤한 제니퍼 가너는 "제가 원래 스턴트에 소질이 좀 있습니다"는 재치 있는 말로 위기를 넘겼다. 작곡상을 받은 <브로크백 마운틴>의 구스타보 산타올라라는 "남미에 있는 모든 분들께 이 상을 바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산타올라라는 멕시코 출신 여배우인 셀마 헤이엑으로부터 트로피를 전달받았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을 가장 많이 채운 말은 역시 '감사'와 '사랑'. <카포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은 어머니, 가족, 스탭들에게 "사랑 사랑 사랑합니다"라는 끝없는 사랑 찬가를 읊었고, 다른 수상자들 모두 감격의 눈물과 미소로 동료와 가족에 대한 진한 감사와 사랑을 전했다. <월레스 앤 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 장편 애니메이션을 받은 연출자의 소감은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정말 좋은 작품은 다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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