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항거한 ‘한국야구 아버지’ 길례태

[프레시안 스포츠]외손자 허바드씨 1백주년 기념식 참가

일본의 독도 망동과 우익교과서 파동 등으로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오는 31일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펼쳐질 예정인 한국야구 1백주년 기념식에 '한국야구의 아버지' 필립 질레트(한국명 길례태)의 외손자인 로렌스 허바드씨가 초청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한국야구 아버지' 질레트 외손자 초청**

한국야구위원회는 수소문끝에 질레트의 후손을 찾았다. 몇 년 전 영화화된 <YMCA 야구단>의 실제 모델인 황성 YMCA 야구단의 창단을 도왔던 질레트는 슬하에 2녀를 두고 있었지만 장녀인 앨리스가 사망해 질레트 가문과는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이번에 찾은 로렌스 허바드씨는 차녀인 엘리자베스의 둘째 아들이다.

한국인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1901년 내한한 질레트는 황성기독교청년회(YMCA)회관 건립과 야구의 보급에 앞장섰다. 질레트는 황성YMCA 야구단을 조직해 기초기술과 야구규칙을 가르쳤고 1906년 YMCA와 덕어학교(德語學敎)간의 역사적인 첫 경기를 주선했다.

한국야구의 아버지 질레트는 1999년 발간된 <한국야구사>에 따르면 1911년 일본에 의해 조작된 ‘105인 사건’을 계기로 한국을 떠나게 됐다. 105인 사건은 1910년 테라우치 조선총독부 총독이 압록강철교 준공식에 참석하러 간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른바 '불령선인(不逞鮮人)'들이 총독 이하 요임암살을 기도했다는 각본에 의해 만들어진 사건이다.

당시 사건의 주모자로 몰린 윤치호는 황성 YMCA에서 부회장직을 맡아온 요인이라 윤치호의 수감에 따라 YMCA는 큰 타격을 입게됐다. 윤치호의 실형이 확정된 뒤 조선총독부는 YMCA에 대고 질레트를 파면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 YMCA는 조선총독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총독부의 탄압이 본격화되자 질레트 선교사는 스스로 사표를 던졌다.

***일제에 항거한 질레트, "죄없는 윤치호 부회장 석방하라"**

하지만 국제여론이 나빠질 것을 염려한 조선총독부는 질레트의 사표를 수리하지 못하게 하고 질레트에게 중국 상해에서 개최되는 YMCA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하면서 한국을 떠날 것을 요구했다. 질레트가 1913년 한국을 떠나자 일본 기독교관계자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조선총독부는 질레트에게 고마쓰 외사국장을 파견해 “저항운동을 하지 않으면 재입국해서 다시 YMCA 총무직을 맡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질레트는 “죄없는 윤치호 부회장을 즉각 석방하라. 그렇게 한다면 나도 돌아갈 용의가 있다”고 응수했다. 조선총독부에 의해 한국에서 추방된 질레트는 중국에서 선교사활동을 하다 1939년 사망했다. 편안히 미국에서 활동할 수 있었음에도 기독교보급을 위해 한국을 찾아온 질레트는 일제에 항거하다 다시는 한국땅을 밟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한 셈이다.

구대성, 이승엽 등 해외파 선수들의 1백주년 축하메시지와 일본프로야구 통산 최다안타 기록보유자인 ‘안타제조기’ 장훈씨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한국야구 1백주년 기념식은 일제에 항거한 ‘한국야구 아버지’ 질레트의 외손자도 참석해 한층 더 뜻깊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질레트의 외손자인 로렌스 허바드씨에게 공로패를 수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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