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사건' 무분별한 선동을 멈춰라

[이석기 사태, 그 후] 이석기 징계안 심의, 과연 정당할까?

9월 6일 새누리당은 의원 153명 명의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의안번호 6728)을 국회에 제출했고,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협조를 하는지 안하는지 보면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제명절차 돌입을 주장했다. 그 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정부에 위헌정당해산심판청구를 요구했고 법무부는 관련 법리검토에 들어갔으며, 그 당 하태경 의원은 '내란음모죄가 성립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여적죄 적용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고 국가정보원은 이를 검토를 하고 있다고 한다. 또 그 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석기 의원을 제명할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할 다음 순위자에 대해 "원조 이석기", "이석기 곱빼기"로 묘사하고, "간첩혐의 전력자에 대한 비례대표 승계를 막는 장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집권당 주요 당직 의원들이 연일 쏟아내는 주문에 정부와 국가정보원이 움직이며 언론은 그 발언들을 여과 없이 전달하고 있는 현 상황, 문제가 크다. 누구보다 법 적용과 집행에 엄격해야 할 입법자들이며 원내 제1당 소속이고 더구나 집권당 의원들이다. 사실과 법에 근거하지 하지 않은 무분별한 선동을 멈춰야 한다.

'이석기 사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은?

지금까지 국가정보원이 언론에 유출한 정보와 통합진보당의 반응을 종합해 보면, 논란의 여지가 비교적 적은 사실은 '2013년 5월 12일 이석기 의원은 130여 명이 모인 어떤 모임에서 발언을 했고, 그 내용은 국회의원으로서 매우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모임 녹취록에 대한 통진당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진당도 5월 12일 모임이 개최된 바 있고 이석기 의원의 발언이 있었으며, 녹취록에 나타난 이석기 의원과 일부 참가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인정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다. 현 시점 국정원이 제기한 그 외 모든 혐의들은 검찰수사와 증거를 통해 향후 입증되어야 하는 단계에 있다. 예컨대 국정원은 그 모임이 내란준비를 위해 결성되었고 지속적으로 반국가활동을 해온 일명 'RO' 회합이었으며 이석기 의원은 'RO' 조직의 총책이라고 주장한다. 이석기 의원 측에서는 통진당 당원 회합이었고 'RO'라는 조직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석기의원은 'RO' 총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현재로서는 국가정보원이 혐의만 제시했을 뿐 이를 입증할 증거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검찰은 아직 기소 전 수사 단계이므로, 사실여부를 판단할 증거는 아직 제공되지 않았다.

▲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연합뉴스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별개다

현재 통진당이 자체 조사 결과에서 인정한 정도의 녹취록 발언과 녹취록 공개 후 일련의 처신만으로도 이석기 의원과 통진당은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발언 내용은 국회의원으로서 매우 부적절했다. 또한 녹취록 공개 후 이석기 의원은 유권자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고, 통진당은 계속 말을 바꾸었다. 이석기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통진당은 사건 후 유권자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석기 의원과 통진당이 이를 회피한다면 유권자가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여기까지다.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별개다. 이석기 의원 개인은 검찰에 의해 혐의가 입증되고 법원이 판결한 바대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그게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다. 아직 검찰 기소내용도 나오지 않았다.

국회, 이석기 의원 제명절차 법대로 진행할 수 없다

9월 6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의원 제명안을 제출하면서 "사법부 판단은 판단대로 하고 국회는 국회의 할 일이 있다"고 했다. 맞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사법적 과정과 '별개로' 국회가 국정조사·감사를 하거나 윤리심사를 할 권한을 보장한다. 단 형사법 절차와는 '별개로'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해서 진행해야 한다.

장윤석 윤리특위 위원장은 "지금 드러난 사실만 갖고도 사법절차에 의한 유죄판결이 나기 전이라도 얼마든지 윤리특위를 가동해 결정할 수 있다"(BBS 라디오 인터뷰 발언)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국회법에 따르면, 징계안 심사를 위해서는 당사자가 출석한 상태에서 심문이 이루어져야 하며(제159조), 징계안 대상자는 자기변명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제160조). 국회법은 형사법 절차와는 별도로 국회 내 심사과정에서 당사자 변론과 자기소명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가 현재 구속수감 중이다. 당사자 없이 징계안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것은 위법이다.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의 위헌성을 입증할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5월 12일 회합의 성격조차 입증되지 않았다. 국정원의 주장만 있을 뿐이다. 국정원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 해도, 예컨대 당시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RO'의 조직원인 동시에 통진당 당원들이며 'RO'가 반국가단체로 입증된다 하더라도, 전체 통진당이 '그 목적과 활동에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었다는 증거는 제시된 바 없다.

당시 모임에 참석한 사람은 130여 명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통합진보당에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은 4만1444명이며 전체 당원은 10만 여 명이다. 지금까지 '합법적'으로 활동해 온 통진당은 당헌, 당규가 있고 자체 의사결정기구가 있다. 대의원대회, 중앙위원회, 최고위원회 등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위헌적 목적을 승인하거나 위헌적 활동을 결의했다는 증거는 국정원의 주장으로도 제출된 바 없다.

정부에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심판청구를 요구한 새누리당 주요 당직 의원들은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된 것 이상의 어떤 정보를 더 가지고 있는 것인가? 최소한 '혐의'를 뒷받침할 하나의 사실이라도 제시하고 위헌정당심판청구를 말해야 하지 않는가?

하태경 의원, 여적죄에 대한 최소한의 법리적 검토라도 했는가?

여적죄는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항적한 경우'에 적용하며 최소형량이 사형인 중범죄지만, 대한민국 헌법에 여적죄가 삽입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적용된 바가 없었다. 이 중한 범죄의 적용을 주장하려면 입법자로서 최소한 범죄의 구성요건을 적시하고 이 혐의를 뒷받침할 사실 하나라도 제시했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과 판례에 비추어 북한이 법적 '적국'에 해당하느냐도 문제지만, 이석기 의원이 '적국과 합세'했다고 주장하려면 최소한 북한과 직접 내통했다는 증거가 하나라도 제공되어야 한다. 하태경 의원이 지금까지 유권자가 가진 정보 이외의 것을 가지고 있다면, 먼저 공개하고 법 적용을 주장하는 것이 순서다. 최소형량이 사형인 여적죄는 '내란음모죄가 성립하지 않으면' 아무렇게나 덧붙일 수 있는 사이드메뉴가 아니다.

'곱빼기 이석기, 간첩혐의 전력자' 인권침해가 도를 넘었다

이석기 의원이 제명되거나 법원의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비례대표직을 승계할 후순위자에 대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인권침해가 도를 넘었다. 해당 정치인은 간첩혐의로 복역한 바 있지만 2013년 1월 서울고법의 재심판결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남겨놓고 있다. 3심제 체제에서 1심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혀 무죄가 되고 3심 판결이 나오지 전 상황이라면, 2심 판결이 사법부의 최종판결이 된다. 2013년 9월 그는 무죄이며, 무죄임에도 13년을 복역한 사법판결의 희생자라는 것이 현재까지 법원의 판결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입법자라면,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유권자에게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또한 집권당 공식회의 석상에서까지 한 개인의 인권을 이런 식으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

헌법과 법률을 뛰어넘는 정치선동, 중단되어야 한다

더 많은 의원이 있고 현재 정부를 구성한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국회법> 제24조에 따라 국민 앞에 선서한 대로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해야 할 더 무거운 책임을 가져야 한다. 물론 개개 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집단으로 새누리당은 의원 징계안을 제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말하되 사실에 입각해 유권자에게 정확한 근거를 제공해야 하며, 법과 제도를 적용하되 입법자로서의 품위와 엄격함을 지켜야 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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