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내정된 신상우, 누구인가

부산상고 10년 선배, YS와 가교 역할 수행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66)이 노무현 정부의 초대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5일 "논란끝에 신상우 전의원이 4일밤 국정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곧 그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 전의원은 일찌감치 민주당 이해찬 의원 등과 함께 정치인 출신의 국정원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어 예견된 인선이라 할 수 있다. 7선 의원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인 신 전의원은 지난 2001년 9월부터 노 대통령의 부산지역 후원회장으로 적극적인 지지 활동을 벌였다. 신 전의원은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지난 대선 당시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었다.

***"참모진 조언 받아들여 입장 선회"**

신상우 전의원이 국정원장에 내정되기까지에는 상당한 내부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참여정부 첫 조각 명단을 발표하면서 국정원장에 '실무형 인사'를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정원은 앞으로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준비하고, 권력이 아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그리고 한국의 비약적 변화를 위한 정보를 새롭게 수집하고 창조해야 한다. 또 해외차원에서 역할을 열심히 하는 등 국가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과거처럼 권력을 행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국정원장에 대해 국민이 관심을 많이 안가지면 좋겠다. 아주 실무적이고, 관심을 안 끄는 사람을 임명하겠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 표명으로, 최명주 국정원 1차장의 국정원장 승진이 거의 확정적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노 대통령의 참모진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고 노 대통령도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주말 노 대통령이 참모진과 국정원장 인선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는 언론 보도이후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은 3일 "노 대통령은 몇 차례 스스로 강조했던 실무형보다는 개혁성, 업무장악력, 정치력, 추진력을 갖춘 거물급 인사가 좋다는 참모진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당초 노 대통령은 국정원 내부에 밝은 최명주 차장을 승진시켜 국정원을 전면개혁한다는 생각이었으나, 참모들이 정권초기의 국정장악 차원에서 신상우 전의원을 강력 천거하면서 4일밤 최종적으로 신상우 전의원쪽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참모진들이 '거물급' 인사를 강권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정가에서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적잖은 여야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신 전의원, 대선 당시 YS와 가교 역할**

신 전의원은 노 대통령이 지난해말 외아들 건호씨 결혼식 주례를 맡길 만큼 상호신뢰가 두터운 인물이다.

신 전의원 또한 '노풍'의 조짐조차 없던 지난 2001년 9월 노 대통령 부산지역 후원회장을 선뜻 맡았을 정도로 노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신뢰가 두텁다. 신 전의원은 지난 88년 노 대통령이 초선의원 시절때부터 부산상고 10년 선배라는 인연 때문에 꾸준히 도와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계인 신 전의원은 또 지난 대선 말기에는 이기택 전의원의 지지를 끌어내 부산지역에서 '노풍'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한때 구상했던 '신민주대연합' 구상에도 깊게 관여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 전의원은 민주당 경선 직후 YS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만남 이후 YS는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천거 요구를 거절했을뿐 아니라 대선 막판인 지난해 11월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었다. 또한 YS와의 회동은 '시계 파동'을 낳으면서 당시 노후보의 지지율 급락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전의원은 지난 1월25일 "YS가 '당시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않고 웃기만 했을 뿐이며 이후 이 후보에게 전화를 걸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면서 노 대통령과 YS와의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려 애쓰기도 했다.

***이회창에게 '팽' 당해**

부산상고, 고려대 정치학과, 부산일보 기자를 거친 신 전의원은 지난 70년 부산 동래ㆍ양산에서 신민당 의원으로 정치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12대를 제외하고 15대까지 7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지난 98년부터 2000년까지 국회 부의장을 맡았다. 또 지난 97년에는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 전의원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YS계라는 이유로 이회창 전총재에 의해 당시 국회 부의장임에도 불구하고 공천에 탈락하는 정치적 수모를 겪었다. 신 전의원은 이 전총재에게 같이 '팽' 당한 김윤환 전의원과 함께 민국당 창당 대열에 합류, 민국당 후보로 부산 사상구에 출마했으나 이회창 전총재의 측근인 한나라당 권철현 후보에게 패했다.

이후 신 전의원은 김대중 정부와 연정 문제를 놓고 김윤환 민국당 대표와도 정치적으로 결별, 이기택, 장기표, 김광일, 허화평 최고위원 등과 함께 2002년 2월 민국당을 탈당했으며 그후 노무현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한편 국정원장으로 내정되기에 앞서 신 전의원은 노 대통령의 정치적 후견인이자 부산상고 총동문회장으로서 내년 총선에서 부산지역 선거를 총지휘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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