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린투어리즘인가<중>

"계단식 논도 훌륭한 관광자원"

일본은 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활용하여 도시민과의 관광교류를 확대함으로써 침체된 농촌사회를 되살리겠다는 그린투어리즘 정책을 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94년 ‘농산어촌 체재형 여가활동촉진법’을 제정했고 95년부터는 전국 4곳을 모델지구로 정하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99년 제정한 ‘식료 농업 농촌기본법’에서는 그린투어리즘을 새로운 농정의 중요 정책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은 2000년 현재 농가민박을 이용하는 관광객을 연간 약 8백70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2002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실시되고 해피 먼데이(Happy Monday-주중 공휴일인 경우 월요일을 휴일로 해 토,일,월요일 3일 연휴로 하는 제도)가 정착하게 되면 그린투어리즘 수요는 더욱 증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린투어리즘 인구를 2005년까지 1천2백-1천4백만 명, 그리고 2010년에는 2천만 명으로 증대시키겠다는 목표를 잡고, 도시민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농업체험 지원사업, 농가민박의 규제완화 및 보조사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린투어리즘 실천계획을 수립한 시정촌(市町村)이 1백29곳이나 될 정도로 자치단체의 추진의지도 높다. 후쿠오카(福岡)현 우키하(浮羽)정은 95년 모델지구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그린투어리즘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우키하는 중산간지역에 위치한 인구 2만 명 수준의 중규모 기초자치단체다.

평야지대는 아소산(阿蘇山)에서 발원한 치쿠고(筑後)천이 마을을 감싸고 흐르고 그 주변에 취락과 온천여관이 밀집해 있다. 산간지대는 계곡을 따라 세 개 지구로 구분되는데 지구마다 폭포, 암석, 반딧불이의 독특한 자원을 갖고 있다. 산록지대에는 감, 포도, 배 등을 재배하는 과수 농장이 아름다운 농촌풍경을 형성하고 있다.

우키하의 그린투어리즘 거점시설은 ‘미치노에키(道の驛-국도휴게소) 우키하’라는 곳이다. 국토교통성과 우키하정이 공동으로 70억 원을 투자하여 농특산물판매소, 관광안내센터, 향토음식점, 문화재전시관 등을 건설하였다. 운영은 행정, 농협, 삼림조합, 상공회, 관광협회가 5억 원을 출자하여 설립한 제3섹터 ‘우키하노사토(うきはの里)’가 한다. 2000년 4월 개점한 후 그 해 말까지 이 곳을 이용한 관광객이 38만 명이나 된다. 미치노에키 우키하는 건축물 자체가 매우 독특하여 누구나 한 번 들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마을의 전통가옥을 모티브로 디자인하였다.

4백여 지역 농가가 신선한 농산물을 매일 이곳에 내다 놓는다. 다른 지역의 국도휴게소에도 환경농법으로 생산하고 생산자 이름을 표기한 농산물을 관광객들이 가져가기 쉽게 포장하여 판매하고 있지만 ‘미치노에키 우키하’는 지역의 청정 이미지가 신뢰를 더하고 있다. 우키하는 산림청의 ‘수원지의 숲 백선(水源の森 百選)’으로 선정된 폭포공원, 환경청의 명수백선(明水百選)에 선정된 지하수 등을 활용하여 마을의 청정 이미지를 가꾸는 노력도 동시에 하고 있다.

산비탈에 위치하여 농사짓기 불리한 계단식 논을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다. 계단식 논은 쌀생산만 하는 곳이 아니라 홍수와 산사태를 막고 물을 정화하며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녹색댐임을 일찍부터 인식했다.

97년부터 많은 사업비를 들여 논길과 물길을 정비하고 경관조망을 위해 산책로도 조성했다. 계단식 논에서는 물 유지가 매우 중요한데 두더지가 논두렁에 구멍을 파게 되면 물을 모을 수 없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두더지 접근을 막을 목적으로 뿌리에서 두더쥐 퇴치 물질을 분비하는 피안화(彼岸花)라는 다년생 화초를 심었다. 꽃이 피는 9월이면 초록 숲을 배경으로 붉은색 피안화와 황금색 벼가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이 무렵 음악회와 사생대회를 개최하고 탐방행사를 개최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도록 유도한다. 방문한 도시민들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비싼 가격에 사 간다. 97년부터는 계단식 논에서 생산된 쌀과 명수백선(名水百選)에 선정된 지하수를 세트로 판매하는 상품을 개발하였다.

98년부터는 계단식 논 1구획 100㎡를 40만원에 도시민에게 임대하고 있다. 참가하는 도시민들이 매년 늘고 있는데 자녀들과 함께 계단식 논에서 직접 전통적 방식의 쌀농사를 체험할 수 있다.

농업인이 그린투어리즘 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사례는 ‘농가민숙 쿠니다케암(國武庵)’이 대표적이다. 이 집은 축조한지 85년 되는 일본의 전통 농가이다. 주인내외, 아들내외, 그리고 손자 손녀 등 3대가 함께 산다. 주인인 쿠니다케 히로시(國武浩) 씨는 기초의회 의원이며 그의 부인 쿠니다케 토키에(國武トキエ) 씨가 주로 경영을 맡는다.

친구와 친척들을 초대하여 직접 채취한 죽순과 산나물로 정성껏 차린 음식을 대접하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96년부터는 9월 첫째 토요일마다 자신의 집 마당에서 야외음악 콘서트를 개최하는데 기획, 티켓제작, 연주자 섭외, 홍보와 진행 모두 가족들이 직접 수행한다. 일본 전통 대나무 피리 연주회(96년), 재즈 콘서트(97년), 쳄발로 콘서트(98년), 아프리카 타악기 연주회(99년)를 개최하였다.

이 집을 방문한 도시민들은 일본 전통농가의 생활방식과 농산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봄에는 산나물과 산딸기 채취, 여름에는 반딧불이 견학, 모심기, 고구마 심기, 대나무 밥 짓기, 곤충 채집, 계곡 물놀이, 별자리 관찰, 가을에는 감서리, 벼베기, 밤줍기, 그리고 겨울에는 마 채취, 떡만들기 등을 할 수 있다.

그리고 98년부터는 집을 다녀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고구마 회원’을 조직하였다. 20만원의 연회비를 내면 쿠니다케 씨가 직접 생산한 쌀 10kg, 포도 2kg, 감 5kg, 고구마 5kg, 죽순, 등나무와 죽 세공품을 보내준다.

그린투어리즘 사업을 실제 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농가와 도시민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비정규 대학도 개설하였다. ‘큐슈 투어리즘 대학’이 그 한 예인데 97년 개강하여 올해 4회까지 약 1백5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입학정원은 40명 정도이며 그린투어리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9월부터 익년 3월까지 7개월간 월 1회 2박 3일간의 교육이 실시된다. 경관, 지역경영 등 마을만들기 전반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지역만들기 학과’와 농가민숙, 농가레스토랑 등 구체적 사업방법을 다루는 ‘투어리즘 학과’, 그리고 농림업 이해, 낙농실습 등 농업과 농촌생활을 다루는 ‘농학과’로 구성되어 있다.

강의는 그린투어리즘 사업을 먼저 실천하고 있는 농가를 방문하여 직접 경험을 듣거나 오랫동안 지역만들기 운동을 실천해 온 지도자들에게서 경험담을 배우는 현장 중심적인 내용이다. 20-60대의 다양한 연령층의 농업인, 회사원, 지방공무원, 주부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농가민숙 운영을 모색하고 있는 농업인 뿐만 아니라 농촌으로 이주를 준비하고 있는 도시민, 그리고 공무원들도 많이 참여한다.

구마모토현 오구니(小國)정이 설립한 ‘재단법인 마나비야노사토(學びやの里)’가 주관하는데 현과 정의 보조금과 수강생의 수강비로 운영한다. 규슈 투어리즘 대학은 실제 그린투어리즘 사업에 참여하는 졸업생이 증가하고 있고, 홋카이도(北海道),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서도 유사한 대학이 설립될 정도로 기대가 크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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