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에 대한 거부감과 하리수에 대한 호감은 지난 14일 서울 홍익대 앞 소극장 떼아뜨르 추에서 열린 ‘퀴어(동성애)영화 낙인찍기’ 행사에서 상영한 퀴어영화와 동성애에 대한 짧은 다큐멘터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시민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트랜스젠더는 인정할 수 있지만 동성애는 좀 거부감이 들어요.”
“홍석천씨가 내 친구라면 정신차리게 한 대 때려줄 것 같아요.”
이러한 대중의 반응에 대해 ‘하리수는 예쁘니까 뜨고 홍석천은 못생겼으니까 안 떴다’는 말이 오가기도 했다. 과연 연예인으로서 성패를 가른 것이 이들의 외모였을까? 홍석천이 송승헌이나 장동건처럼 잘 생겼더라면 과거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이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단지 외모가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하리수와 홍석천, 더 나아가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가 이해되는 방식이라는 것이라고 동성애자들은 주장한다.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씨는 168cm에 48kg이라는 늘씬한 몸매와 빼어난 외모를 가진 “그야말로 여자로 받아들여질 뿐”이라고 동성애 잡지 버디의 편집장 한채윤씨는 말했다. 그녀가 성확정수술 등을 통해 젠더(성별)를 넘나들었던 경험은 배제된 채 안전하게 바뀐 결과물인 ‘여자보다 더 예쁜 여자’ 하리수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리수는 ‘여장남자’처럼 애매하지도, 동성애자처럼 일탈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인 홍석천은 여성/남성이라는 이분법을 어지럽히는 일탈적이며 위협적인 존재다.
동성애자들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해 왔다. 10년 전부터 우리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얼굴을 내미는 동성애자들이 등장했으며 홍석천의 커밍아웃으로 한바탕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숨어 살지 않겠다’는 동성애자들의 권리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들을 바탕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퀴어 문화제 ‘무지개 2001’이 열렸다.
지난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홍익대 주변에서 펼쳐진 ‘무지개 2001’은 국내에서 유일한 동성애자들의 축제로 동성애자 인권연대, 여성성적소수자 인권운동 모임 ‘끼리끼리’, 남성동성애자 인권운동 모임 ‘친구사이’ 등 14개 동성애 운동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이번 문화제에는 퀴어영화포럼, 거리 퍼레이드, 댄스파티, 전시회, 심포지엄 등 행사가 열렸다. 특히 지난 15일 오후 5시경 홍대 정문 앞 도로에서 진행된 거리 퍼레이드에는 100여명의 동성애자들이 참가해 동성애자들 간의 결혼 인정 등 이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철폐하라고 요구했다.
‘우리도 정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해 달라’는 동성애자들 요구가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는 우리사회에 남겨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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