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의 원조, 그대 이름은 박정희!

[親Book] 와다 하루키의 <북조선>

대한민국의 국가관은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민주공화국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국민의 국가관이란 다른 게 있을 수 없다. 민주공화국을 절대적 가치로 수호하고 방어하고 확산시키는 것이야말로 애국의 국가관이다.

민주주의는 사상의 자유가 핵심이며 공화주의는 어떤 형태의 독재와 왕조도 배격하는 인민주권의 공동체 정치가 핵심이다.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나 독재를 옹호하고 인민주권을 부정하는 발언이나 행동은 민주공화국의 국가관을 부정하는 매국노들의 짓이다.

최근의 종북(從北) 논란은 이런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민주공화국을 무너뜨린 반역자들이 말하는 국가관은 도대체 무엇일까.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공화국을 무너뜨리고 군사독재 정권을 유지했던, 그래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내란죄로 확정 판결을 받은 자나 받아야 할 자들이 대한민국의 국가관을 거론한다는 것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것은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온 남과 북의 기득권 독재 세력들이 서로가 서로를 지원하고 강화해주던 '적대적 공생 관계'가 아직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웅변한다고 할 수 있다. 북의 왕조 세습 독재 세력이나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져 오는 남의 이른바 '쿠데타 꼴통 보수 세력'이나,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반역자 집단이긴 마찬가지이다. 이들을 척결하고 극복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정체성은 늘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반역자일 뿐만 아니라 전쟁광들이기도 하다. 오직 전쟁과 경쟁, 대결만이 애국이라고 소리 높여 외치면서 다른 일체의 평화와 화해·협력을 가로막고 외세의 배만 불리는 매국노들이다. 이승만이 1959년 평화 통일을 주장하는 조봉암과 진보당을 간첩으로 뒤집어 씌워 사형시킨 것은, 평화와 공생과 상부상조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이들의 속성을 잘 드러내주는 사건이었다.

원조 종북주의자 박정희

사실 박정희야말로 원조 종북주의자였다. 골수까지 친일파였던 그가 해방 후 재빨리 공산주의자로 변신해 이른바 '빨갱이'로 살았던 것은 사상의 자유와 함께 또한 사상 전향의 자유가 있으니까 그렇다 치자. 그러나 박정희는 명백히 민주공화국의 헌법을 유린한 반역자였다. 5.16 군사 쿠데타에 대한 단죄가 없었다고 해서 박정희의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박정희야말로 원조 종북주의자였다. 종북주의란 다른 게 아니라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부정하고 독재 체제, 왕조 체제를 추구하는 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박정희야말로 김일성에게 배워 대한민국을 북한과 똑같은 유신 독재 체제로 만든, 골수 종북주의자이다.

박정희는 1972년 아닌 밤중의 홍두깨처럼 갑자기 국회를 해산하고 불법 친위 쿠데타인 이른바 '10월 유신'을 일으켰다. 그리고 히틀러 총통이나 북한의 주석과 똑같은 독재자의 지위에 오른다.

이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박정희는 은밀히 북한의 김일성에게 사전에 2번이나 10월 유신에 대해 미리 알려주는 친절을 베풀었던 것이다.(2009년 우드로윌슨 센터의 동구권 국가 북한 관련 외교문서 공개) 김일성은 10월 유신 2개월 뒤인 12월, 북한 헌법을 개정해 수령론의 주체사상을 명문화하고 주석제를 도입, 국가 주석에 오른다.

1972년 남북한 인민들을 깜짝 놀라게 한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의 평양 방문과 북한 부수상 김성철의 서울 방문, 그리고 그에 뒤이은 7.4 남북공동성명의 화해 협력이란 실제로는 남북 권력자들끼리의 화해 협력과 야합이었다. 이로써 남과 북에는 동시에 절대왕정보다도 더 포악한 극도의 파시스트 독재 체제인 유신체제와 주체왕조 체재가 들어서고 말았다. 그들은 서로 적대하면서도 은밀히 내통하고 공존했던 '누런 히틀러'들이었다.

이승만을 살려준 것도 김일성이었다. 1950년 5월 30일 남한의 총선거 결과 반 이승만 세력이었던 무소속과 야당이 대거 당선됨으로써 사실상 이승만의 정치 생명은 끝나고 정계 은퇴만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한 달도 되지 않아 김일성이 한국 전쟁을 일으킴으로서 이승만은 다시 전시 대통령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추종 세력들은, 그리고 이른바 보수를 내세우는 극우 세력들은, 민주공화국을 '보수'하려는 자들이 아니라 남북한 독재 체제 유지를 획책하는 무책임한 매국노들이자 전쟁 세력들이다.

유격대 국가 북조선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남북한 독재 체제는 자립 자치의 마을 공동체를 파괴해버렸고, 자유로운 사상이 꽃피울 수 있는 자유의 세상과 민주주의, 공화주의의 숲을 사막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는 남북한 인민들을 경쟁과 전쟁의 노예로, 모래알 같은 돈의 노예로, 사회주의마저 내팽개친 주체 왕조의 노예로 억압하였다.

남북한 인민들이 이 같은 노예 상태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의 역사를 전혀 다른 자립 자치의 풀뿌리 공동체라는 시각에서 다시 재조명해 보아야 한다. 경쟁과 전쟁을 땅 속 깊이 묻어버릴 수 있는 길은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풀뿌리 인민들 스스로의 자치공동체, 평화와 상부상조의 협동 공동체 사회를 다시 복원해 내는 것이다.

남북한 평화 체제와 민주주의 정착, 국가주의 극복, 자치 공동체의 형성이란 과제는 사실 분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남북의 군국주의자들을 고립시키지 못하면 자치와 자립의 민주주의 공동체 사회는 불가능하다.

▲ <북조선 : 유격대 국가에서 정규군 국가로>(와다 하루키 지음, 서동만·남기정 옮김, 돌베개 펴냄). ⓒ돌베개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북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해야 한다. 삼성의 세습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도 못하면서 북한을 왕조 세습 체제라고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느님 여왕 폐하를 지켜주소서, 여왕 폐하를 만수무강케 하소서, 여왕 폐하 만세" 등등의 낯간지러운 말들로 이루어진 영국의 국가에 대한 비판 없이, 우리의 '애국가'가 국가니 아니니 하는 것 자체가 유치원 수준의 논쟁이다. 이른바 보수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선진국' 영국의 국가가 저러한데 말이다.

북한 인민들은 왜 지금도 김일성을 마음으로부터 숭배하고 있는 것일까. 북한은 왜 지금과 같은 수령 체제로 이어져 왔을까. 북한 인민들은 왜 굶어 죽었을까. 남한의 역사와 함께 북한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남북한 평화 체제 정착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북한을 유격대 국가로 규정하고 북한 체제에 대한 내재적 이해를 시도했던 와다 하루키의 <북조선>(서동만·남기정 옮김, 돌베개 펴냄)을 읽으면서 착잡한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다.

번역을 한 서동만이 1980년대 후반 동구권 몰락과 소련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던 그 기억까지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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