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MB정부, 건전재정 위해 세입 부풀려"

올해 성장률 2.3% 낮춰…추경 등 경기부양 시동

박근혜 정부가 첫 경제정책점검회의를 기점으로 경기 활성화 드라이브를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자신이 직접 주재한 이 회의에서 경기 활성화와 재원마력 대책을 주문했고, 청와대와 정부는 부동산 종합대책과 10조 원 가량의 추가경정(추경)예산 편성 계획을 다음 주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보다 적극적인 경기대책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부동산 시장 정상화, 체감물가 안정, 서민금융 확충을 비롯한 시급한 민생문제에 신속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경기 부진에 따라 서민경제 주름살을 펴는 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당초 3% 성장을 예상했던 올해 경제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7분기 연속 전기 대비 0%대 저성장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본격적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실물경제는 작년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낮아졌다"며 "(성장률이) 2.3%까지 떨어질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향후 정부의 경제정책 시간표와 관련, "가장 급한 것이 부동산 대책"이라며 "다음 주(4월 1주)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조 수석은 부동산 대책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조 수석은 이어 "그 다음 주(4월 2주)에 추경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박 대통령의 '경기 활성화' 지시를 이행할 가장 우선적인 방책으로 꼽힌다. 예상되는 추경 규모에 대해 기자들이 '10조 이상인가?'라고 묻자 조 수석은 "그렇다"고 했다. 이날 회의 이후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성장률 조정과 추경예산, 주요 경제정책 등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추경 규모 왜 커지나?…청와대 '세입에 구멍 뚫려 불가피'

추경 규모가 예상보다 커진데 대해 조 수석은 현재 예산에 과다계상된 세입을 바로잡는 것만 반영한다 해도 "미니멈(최소) 6조 원"이라고 했다. 여기에 세외(稅外)수입도 예상보다 줄 것이며 세출예산도 증가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 추경 규모는 4월 2주 발표 때까지 기다려야 알 것이라며 "세출(증액)이 필요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조 수석은 "작년에 통과된 올해 세입 예산에서 상당한 과다 계상이 있다"며 "세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세입 감경 추경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산안 상에 나타나 있는 과다계상 규모에 대해 조 수석은 "내국세에서만 6조 원 정도"라며 그나마 이 6조라는 숫자도 "올해 성장이 3%에서 2.3%로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고 했다.

조 수석은 이같은 '구멍'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작년의 경우 예산보다 결산 세수가 적다. 부가세만 해도 목표보다 낮다"면서 "작년 경기가 나빴기 때문에 올해 소득세 법인세도 생각보다 낮지 않겠나"고 했다.

세외 수입 가운데 산업은행·기업은행 매각 대금으로 잡혀 있는 7조7000억(산은 2.6조, 기업 5.1조)도 문제다. 조 수석은 지금의 세입 규모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민영화가 반영된 수치"라며 "'민영화 한다, 안 한다'를 떠나, 제대로 팔릴 수 있는 건지, (팔린다 해도) 원래 계산한 만큼 받을 수 있는 건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세입 구멍'은 올해 초 여야 간의 예산안 협상 당시 야당이 제기했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당시 협상에서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여당과 정부가 제출한 예산은 처음부터 세입이 과다계상됐다"며 "팔리지도 않을 인천공항, 산업은행에 4600억, 2조6000억의 세입을 잡아놨다. 안 팔리면?"이라고 하기도 했다.

때문에 국회에서의 추경예산 편성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은 "(이대로 가면) 하반기에는 예산에 담겨 있어도 세출을 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긴다"면서 "그런 상황을 미리 앞당긴다면 오히려 국채 시장의 투명성,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될 것이라고 선제적 세입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소 6조 원 이상의 국채를 발행하자는 이같은 정부 방안에 대해 야당은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여당이 제의했던 2~3조 원 규모의 국채 발행에 대해서도 민주통합당은 반대했었다. 대신 민주당은 증세를 해서 세입 자체를 늘리자는 입장이지만, 박근혜 정부는 증세에 부정적이다. 여야 대립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경제정책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MB정부 재정 건전성, 허구?

청와대의 세입 추경에 대한 입장은 이명박 정부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한다. 조 수석은 실제로 "(지난 정부가) 건전재정을 위해 세입을 과다계상한 측면이 어느 정도 있다"고 했다.

또 조 수석은 "경제 활성화라기보다는 경제 '정상화'"라며 "체감 경기와 정책이 목표로 하는 것 사이에 괴리가 있다. (이를)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도 했다. 기자들이 농담조로 '그러면 이명박 정부는 비정상이었나?'라고 물은데 대해서도 그는 웃지 않고 "경제상황 인식과 재정 같은 부분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는 인식"이라며 "국민들이 체감하는 눈높이에 경제정책을 맞춰야 한다"고 재강조했다.

'MB 지우기'는 민생경제 대책 부분에서도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품목별로 국·실장급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관리하라고 했던 '물가안정책임제'는 이번 회의에서 폐기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청와대가 사전 배포한 회의자료에는 물가 대책과 관련해 "유통구조 개선 등 구조적 물가 안정에 주력"하겠다면서 "품목별 물가관리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이 외에 올해 주요 경제정책 과제로 상반기에 재정 조기집행을 목표치인 60% 이상 초과 달성하고,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등 공공기관 투자를 1조 원 수준에서 확대하는 등 거시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금융정책에서는 중소기업 정책금융과 수출금융을 상반기에 60%까지 조기집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4월 초 종합대책이 발표될 부동산 분야와 관련해서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라는 기조 아래 "공공부문 주택공급을 탄력 조정하고 규제완화, 취득세·양도세 등 세 부담 완화와 실수요자 주택자금 지원 확대"가 과제로 제시됐다.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관련 내용은 민생 및 재정대책에 비해 이날 정부 발표에서는 후순위로 밀렸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대선후보 시절부터 나왔던 내용만이 되풀이됐고 실행 시간표는 빠져 있었다. 창조경제와 관련해서는 IT 활용, R&D 활성화 등을 통한 '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을 5월 중에, 창업·벤처 활성화를 위한 성장단계별 지원 방안을 6월 중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재원 마련 방안은? 정부, 이르면 4월중 발표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정과제를 이행하는데 있어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국민 입장에 서서 세입·세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차원으로 재원 마련 방안을 추진해 나가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원동 수석은 "4월 말이나 5월 초 재원대책회의를 계기로 앞으로 이 정부의 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해 어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보다 분명히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와 관련해 "공약의 취지를 다 살리고 담아야 하고 재원도 좀 줄이면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기재부 2차관이 위원장을 맡는 조세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중장기 세입확충 방안을 마련하고 비과세 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5년간 53조 원 수준의 추가세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재정개혁위원회를 통해 향후 5년간 81.5조원 수준의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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