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에서 마련된 금융개혁법안은 찬성 59, 반대 39표로 가결됐다. 상원안은 지난해 12월 통과된 하원안과 함께 양원협의위원회에서 단일안으로 만든 후 재의결 절차를 거친다. 오바마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인 7월4일 이전에 금융개혁법안에 서명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 오바마 대통령의 월가 개혁방안이 최종 입법도 되기 전에 냉정한 평가에 직면했다. ⓒ로이터=뉴시스 |
하지만 벌써부터 금융위기 전문가나 진보진영의 논객들은 금융개혁법안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에는 실패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하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금융개혁안이 통과되기도 전인 19일 영국 런던정경대(LSE) 연설에서 "금융규제를 강화한다는 이번 금융개혁안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해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막지 못할 것"이라면서 "골드만삭스 같은 월스트리트의 대형은행들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그들의 리스크를 금융당국이 관리하겠다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단언했다.
미국의 5대 논객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시는 24일(현지시간) 'Obama's Regulatory Brain'이라는 글을 통해 "1500 페이지에 달하는 상원 금융개혁법안에 대해 알아야할 가장 중요한 점은 이것이 그저 규제 방안일 뿐, 월가의 구조 변화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의 진단처럼 라이시도 오바마의 금융개혁법안은 월가의 대형은행들의 구조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사실상 좌절된 '볼커 룰'
이 글에 따르면, 상원 금융개혁안은 월스트리트가 또다시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두 가지 방안이 빠져 있다. 첫째, 상원안은 대형은행이라도 심각한 부실에 처했을 때 절차를 밞아 '질서 있게' 파산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자산 규모에 제한을 두도록 하는 조항은 배제했다. 은행 규모를 규제한다는 이른바 '볼커 룰'이 사실상 좌절된 것이다.
이미 월가의 5대 은행은 그중에서 한 두개가 '질서정연한 파산' 절차를 거쳐도 2008년 때처럼 금융위기를 초래할 정도의 규모를 갖고 있다. 시장관계자나 투자자들은 이런 은행들이 사실상 '대마불사'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은행들에 비해 경쟁에 크게 유리한 업체들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법안은 대공황 때 도입된 글래스-스티걸법(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규제)의 부활도 이루지 못했다.
두번째, 파생상품 규제를 위해 자기자본거래(프랍 트레이딩)를 금지하는 조항이 도입됐지만, 대형은행들이 파생상품 거래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것을 방지하지는 못한다.
파생상품 규제, 고위당국자들이 반대
세번째, 상업은행이 직접적으로 파생상품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법안은 상원안에 살아남았지만, 법안 단일화 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은행 규제의 실질적 아이디어 제공자라는 폴 볼커와 팀 가이트너 재무장관, 그리고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반대하고 나섰고, 공화당에서 이 조항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은행들도 이 조항에 대해 결사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미국 정계에서 이 조항이 단일 법안에 담길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이시는 "월가 은행들에게 강경한 조치를 취하길 원한다던 오바마 대통령도 월가 은행의 구조 변화에는 등을 돌린 이유가 뭔지 참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