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에 책으로 '평화 바리케이트'를 치자"

[기고] 3월 2일 '강정평화 책마을' 현판식

우리나라 대표 작가 412명이 제주 강정마을 평화도서관 건립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은 오는 3월 2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강정평화 책마을' 현판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홍기돈 가톨릭대학교 국문과 교수가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평화도서관을 건립하자'라는 취지로 글을 보내왔다. 홍기돈 교수는 1970년 제주 출생으로 1999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학비평가로 등단했다. <편집자 주>


작가란 탱크를 녹여 쟁기로 만들고자 꿈꾸는 존재이다. 모든 경계에 지뢰를 매설해 나가는 이들은 이러한 우리를 향하여 몽상가라고 비웃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바로 그 경계 위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자 한다. 낙숫물로 바위를 뚫는 기적을 우리는 믿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영은 그 기적을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헛소리다! 헛소리다! 헛소리다! 하고 외우다 보니 헛소리가 참말이 될 때의 경이, 그것이 나무아미타불의 기적이고 시의 기적이다. 이런 기적이 한 편의 시를 이룬다."(<시여, 침을 뱉어라> 중)

우리는 일제 말기 제주도의 참혹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1945년 초 일제는 제주도 전체를 요새화하여 태평양전쟁의 방어기지로 구축하고자 하였다. 적대국이었던 미국이 이를 묵과했을 리 없다. 군사시설이 자리를 잡은 지역의 경우 가장 먼저 미군의 과녁이 되었는데, 예컨대 관동군과 군사물자가 들어왔던 화순항은 1944년부터 B29폭격기와 잠수함의 공격을 받았고, 한림항 군기고는 1945년 7월 폭격 당했다. 그러한 공습에 민간인의 희생까지 뒤따랐던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민간인이 직접 공습당하기도 했다. 1945년 5월 제주도민 수백 명이 타고 있던 목포행 정기여객선 고와마루(晃和丸)가 미군기에 폭격당해 수장당한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비극의 발단은 비행기가 모자랐기 때문이 아니다. 군함이 모자랐기 때문도 아니고, 대공포가 모자랐기 때문도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무기로써 상대를 제압하고자 하는 굴레에 갇혔던 까닭에 직면하게 된 결과였다. 피로써 피를 씻으려는 인간의 일이란 언제나 그리 흘러가고야 만다. 우리는 역사에서 교훈을 찾고자 하며, 교훈에 입각하여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 낙숫물로 바위를 뚫을 수 있다는 참을성과 노력이 없다면 우리가 만들어온 참혹한 역사에서 빠져나올 가능성 또한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우리 작가들은 헛소리가 참말이 되는 바로 그 순간을 향하여 뚜벅뚜벅 걸어갈 수밖에 없다.

최근 동아시아 정세가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 우선 지난 몇 달간 센카쿠(중국명칭 釣魚島) 소유권 문제로 일본과 중국이 여러 차례 무력 대결로 치달을 뻔하였다. 이해가 걸려있는 입장에서는 감정이 격앙될 만한 사안이겠으나, 그렇다고 맹목적인 감정에 충실하게 접근해서는 어떤 해법도 나올 수 없다. 독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가 묵과하기 어려운 주장을 전개한다고 해서 한국이 전쟁 준비로 나아가서는 곤란해진다.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일본 내 세력과 손을 잡고 상황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그러하지 못한다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권역은 화약고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손문상)

강정 해군기지 건설도 우리는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명박 前정부와 해군은 이어도를 핑계 삼아 난데없이 중국의 해양 위협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위협의 구체적인 사례가 아직까지는 없었으나 앞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도 기지 건설의 근거로 수용하기 어렵지만, 피로써 피를 씻는 굴레를 우리가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대응 방향에도 동의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강정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해 나가는 작업의 일환이며, 더군다나 미사일방어체제라고는 하지만 방어능력은 거의 없는 반면 막강한 공격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니 이 또한 용납하기 곤란하다.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하여 얻게 되는 것은 분쟁 가능성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오르규는 소설 <25시>에서 작가를 잠수함 속의 토끼라고 일렀던 바 있다. 작가라면 폭넓은 성찰과 밝은 예지로써 사회가 처한 위기를 알리는 경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강정에 건설되는 해군기지를 보면서 선명한 기시감을 떨칠 수 없으며, 그로 인하여 날카로운 경보음을 보낼 수밖에 없다. 곰팡이가 곰팡이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그저 주변 상황에 이끌려가다 보면 기어코 다시 한 번 절망에 직면하게 될 터, 우리 작가들은 이런 상황을 절박하게 인식하며 경보음을 타전하기 시작하였다.

왜 하필 책마을인가. 책은 가장 강력한 평화의 바리케이드이다. 우리의 정신과 지향이 만들어낸 문장들이 책 안에 오롯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역사, 철학, 종교, 인문, 사회과학, 그리고 지금껏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예술의 위대함이 그 안에 실려 있기 때문이다. 생명과 평화의 감각에 기반한 문화예술의 소통을 통해 우리는 미움보다 사랑의 힘이 더욱 커다랗고, 증오에 기반하는 파괴보다 상생에 입각한 공존의 가치가 더욱 존엄함을 보여주고자 한다. 총과 곤봉을 든 손에 책을 쥐어주고자 한다.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진정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지 일깨우고자 한다. 이제 우리는 그 첫 발을 내딛었다.

"강정평화 책마을 제안식 및 현판식에 함께 해 주십시오"

일시 : 3월 2일 토요일 오후 7시
장소 : 가톨릭청년회관 CY 씨어터(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2번 출구)


<강정평화 책마을> 뜻을 함께 하는 작가들 - 연명자 412명

강덕환, 강동수, 강무홍, 강병융, 강병철, 강봉수, 강성은, 강소영, 강애나, 강영숙, 강정, 강정규, 강태규, 고명철, 고봉준, 고운기, 고은, 고증식, 고찬규, 고형렬, 곽효환, 구모룡, 구중서, 권성우, 권여선, 권오준, 권혁웅, 권호현, 김경미, 김경욱, 김경윤, 김경인, 김경주, 김경후, 김경훈, 김곳, 김광님, 김규중, 김근, 김나영, 김남극, 김남일, 김도언, 김도연, 김동식, 김동윤, 김두녀, 김륭, 김명지, 김미월, 김민정, 김병택, 김병호, 김보람, 김사이, 김사인, 김상혁, 김서령, 김선우, 김선재, 김성규, 김성주, 김성철, 김세홍, 김소연, 김수열, 김수이, 김수정, 김순선, 김숨, 김승희, 김안, 김애란, 김언, 김언수, 김언희, 김연수, 김영란, 김영미, 김영숙, 김용락, 김용택, 김원경, 김유진, 김유철, 김윤이, 김은경, 김응교, 김이강, 김이구, 김이듬, 김이은, 김이하, 김인숙, 김인호, 김재영, 김재훈, 김정주, 김종미, 김종성, 김주희, 김중혁, 김지녀, 김지유, 김진규, 김진수, 김진숙, 김진철, 김창균, 김창집, 김춘식, 김탁환, 김태용, 김태형, 김학중, 김한수, 김해자, 김해준, 김현, 김형수, 김형중, 김혜순, 김혜순(젬마), 김홍중, 김효사, 나종영, 노희준, 도종환, 류근, 류신, 류외향, 류인서, 류혜란, 리산, 문동만, 문창길, 문충성, 문혜진, 박경희, 박관서, 박규현, 박금란, 박남준, 박민규, 박병란, 박상률, 박상수, 박상순, 박설희, 박성우, 박성원, 박소유, 박수연, 박연준, 박이화, 박주하, 박준, 박지웅, 박진, 박진규, 박진성, 박찬세, 박현욱, 박형서, 방현희, 배길남, 배명식, 배용제, 배창환, 백가흠, 백낙청, 백무산, 백수린, 백정희, 백하룡, 복도훈, 사윤수, 서규정, 서영인, 서홍관, 서효인, 서희원, 성미정, 소영현, 손미, 손세실리아, 손택수, 송기역, 송재학, 송종원, 송찬호, 송현경, 신동옥, 신미나, 신수현, 신승철, 신용목, 신정민, 신철규, 신현림, 신형철, 심보선, 안도현, 안보윤, 안상학, 안이희옥, 안현미, 양경언, 양윤의, 양은숙, 엄경희, 엄원태, 여성민, 여태천, 연왕모, 오수연, 오연경, 오영자, 오은, 오을식, 오창은, 원무현, 원종국, 유강희, 유병록, 유순예, 유용주, 유정탁, 유종인, 유채림, 유현아, 유희경, 윤대녕, 윤석정, 윤옥주, 윤지관, 이가을, 이갑수, 이경자, 이경재, 이광호, 이규리, 이근화, 이기인, 이기호, 이덕규, 이도흠, 이동욱, 이만교, 이명원, 이명희, 이문재, 이민하, 이민호, 이병룡, 이병초, 이상번, 이상실, 이선우, 이설야, 이성미, 이성복, 이세방, 이소연(평론), 이수명, 이수진, 이승희, 이시백, 이시영, 이신조, 이안, 이애자, 이영광, 이영주, 이영준, 이영훈, 이용임, 이우성, 이원, 이원화, 이윤학, 이은규, 이은봉, 이은선, 이인, 이재무, 이재훈, 이정록, 이정섭, 이종산, 이종주, 이종형, 이주경, 이주빈, 이중기, 이진명, 이진욱, 이진희, 이철경, 이철룡(소설), 이하석, 이해성, 이향, 이향숙, 이현승, 이현주, 이현호, 이혜미, 이홍섭, 이흔복, 임경섭, 임곤택, 임동확, 임승유, 임승환, 임현정, 장대송, 장선희, 장수진, 장옥관, 장이지, 장정희, 장철문, 전동균, 전삼혜, 전석순, 전성태, 전아리, 정끝별, 정도상, 정세랑, 정세훈, 정수남, 정영문, 정영효, 정용준, 정우영, 정원도, 정원식, 정은기, 정이현, 정일근, 정재학, 정찬일, 정철훈, 정한아(소설), 정한용, 정해종, 정홍수, 정훈교, 조동범, 조세희, 조연정, 조인호, 조재룡, 조정, 조중연, 조해진, 조현, 조형래, 조효원, 주원익, 주하림, 진순효, 진은영, 차미령, 차현숙, 채정은, 채현선, 천명관, 천서봉, 천수호, 천운영, 천재강, 최갑수, 최강민, 최기종, 최두석, 최민석, 최성각, 최옥정, 최인석, 최제훈, 최창근, 최치언, 최현식, 최형태, 최호빈, 편혜영, 하성란, 하재연, 하창수, 한강, 한현수, 함돈균, 함민복, 함성호, 함정임, 허수경, 허영선, 허은실, 현기영, 현택훈, 홍경희, 홍기돈, 홍명자, 황규관, 황인찬, 황정은, 황학주, 황현산, 황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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