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무죄에 뿔났나"…검찰 MBC 2차 압수수색 무산

수사관 2배 늘려 조합원들과 몸싸움 벌여 …24일내 다시 시도할 듯

검찰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MBC) 방송센터에 2차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조합원들과 몸싸움 끝에 1시간 30여 분만에 철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현준)는 이날 오전 9시 20분께 검사 3명과 수사관 40여 명을 보내 송일준·조능희 PD와 김은희 작가, 이현희 리서처등 등 검찰이 체포하지 않은 <PD수첩> 제작진 4명에 대한 체포영장과 <PD수첩> 방송 테이프 원본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을 들은 MBC 노조 조합원들은 9시께부터 MBC 방송센터 로비를 막고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에 항의했다. 검찰은 1차 압수수색 때보다 두 배 많은 40여 명의 수사관들을 데리고 와 로비를 막고 있는 조합원들과 5~6차례 몸싸움을 벌이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 박대성 씨에 대한 1심 무죄 판결 이후 검찰 내부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 22일 MBC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한 검찰 수사관들이 조합원들을 밀치며 본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장 집행에 나선 서울지검 박길배 검사는 "소환 대상자들이 자진 출석하면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 남부지법의 정정.반론보도 판결도 났다. <PD수첩>이 객관적 사실에 따라 보도한 것이라면 검찰에 정당히 출석해 허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라"고 말했다. 다른 검사도 거듭 "검찰의 공무 수행이다. 물리적 행동으로 방해하면 공무집행 방해죄가 성립된다. 문제되는 부분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니 비켜달라"고 요구했다.

박길배 검사는 조합원들이 지난 1차 압수수색 때와 같이 "언론탄압 저지하고 민주주의 지켜내자", "PD수첩 정당하다, 정치검찰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검찰에 맞서자 수사관들에게 몸싸움을 벌이라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MBC 노조는 계속 구호를 외치며 맞섰고 이근행 위원장은 해산을 요구하는 박 검사에게 "MBC와 검찰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은 것 같다. 직원들의 해산은 노조가 결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10시 50분께 현장에서 철수했다. 박 검사는 "오늘은 돌아가자"고 말한뒤 수사간들과 함게 자리를 떴다. 검찰이 돌아간 뒤 이근행 본부장은 "이미 이메일 압수수색까지 마친 검찰이 굳이 MBC 사옥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MBC의 기를 꺾어놓겠다는 것"이라며 "체포영장기한이 24일인만큼 검찰이 또 한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하겠지만 구성원들이 단결해 MBC 안에 검찰이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체면 유지와 조직 논리에 따라 압수수색 시도가 이뤄진 것 아니냐"며 "검찰은 경찰력을 동원하지 않는 한 MBC를 압수수색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채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