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눈과 귀 막은 정권들의 비참한 말로를 아는가?

[기고] 검찰의 <피디수첩> 수사에 대하여

정부의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는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호라는 책무를 외면할 때 발생하는 국민의 분노와 국가사회적 혼란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이명박 정부는 뼈아픈 댓가를 치르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국민의 주권이 살아있는 민주국가라는 것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 한국이 결코 미국의 51번째 주가 아님도 분명하게 입증했다. 그런데 촛불집회 정국의 돌파구로서 이명박 정부가 최근 채택한 일부 강경대응책들은 민주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입지를 흔들고 위신을 실추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정면 공세에 나섰다. 촛불시위 생중계 인터넷사이트 사장을 구속하고, 조중동 광고 거부를 주장하는 네티즌들을 수사하겠다고 경고하고, 광우병 공포의 도화선 역할을 한 문화방송 피디수첩에 대한 본격 수사를 시작했다. 시위대의 폭력을 구실로 평화적 촛불집회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시작했다. 미국과의 협상미숙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이명박 정부가 두 번째 단추 역시 잘못 끼우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보도에 대한 검찰수사나 평화적 집회시위에 대한 원천봉쇄가 "법치주의질서"를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막으면 현재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혹은 그 길 밖에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위기국면 전환카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 혹은 소수 국민들의 선동에 의해 현재의 위기가 조성된 것이라는 계산 하에, 대다수 국민들을 그들로부터 격리시키면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나온 조치일 것이다.
  
  그러나 비판언론과 촛불집회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강력대응 방식은 스스로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정부임을 포기하는 조치들이다.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자유와 집회자유를 정면으로 위협하고 침해하기 때문이다. 언론자유와 집회자유는 헌법상 동일한 조항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21조 1항은 언론자유가 신문사나 방송국과 같은 언론기업의 자유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에게 보장된 자유임을 명시했다. 집회자유도 언론자유와 동일한 수준에서 엄격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임을 확인하고 있다.
  
  헌법 제 21조는 언론자유와 집회자유를 보호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못박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은 정부의 사전허가 없이 집회를 할 수 있고, 촛불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경찰은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타인이나 진압경찰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그것은 적절한 법에 따라 처벌하거나 보상해야 할 문제이다. 경찰이 국민의 평화적 집회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행위인 것이다.
  
  언론매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공세도 지난 수십년동안 많은 희생과 노력을 통해 국민들이 확보해놓은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검찰수사와 촛불집회 생중계를 한 나우컴 사장의 구속, 아고라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반대여론결집에 기여한 포털사이트 다음에 대한 세무조사 등은 현 정권 비판자들의 소통수단을 공권력을 동원해 차단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피디수첩 보도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검찰수사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후퇴시키는 매우 위험한 전례를 남길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잘못된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를 국가가 처벌하는 것을 최소한으로 제한한다. 대신 민사상의 정정, 반론, 보상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그래서 헌법 제21조 제4항도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잘못된 언론보도에 대해 공권력이 개입해 처벌할 경우, 언론기능의 위축과 퇴화로 국민의 불만은 누적되고, 위정자는 국민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정치적 오판이 계속되어 국가적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입에 재갈을 물린 정권의 비참한 말로를 잘 기록하고 있다. 쇠고기 정국에 대처하는 이명박 정권은 과거 독재정권이 범한 우를 다시 범하고 있다. 검찰수사의 위협에 눌려, 설사 국민과 언론이 잠시 침묵하고 소나기를 피해간다 하더라도, 이명박 정권에게는 결국 제 발등 찍는 꼴이 될 것이다. 국민의 여론표출이 억압되면서, 국민과 정권은 더욱 소통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현 정권의 정책적 오판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고, 현 집권세력은 향후 선거에서 준엄하고 가혹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론보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반촛불-친촛불로 나뉜 언론사들 역시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언론이 아니라 반목과 대립을 연장시키며 사태해결을 어렵게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의 광고거부 운동이 언론자유 침해라고 주장하면서도, 촛불집회를 비판하고 경찰의 원천봉쇄를 옹호하는 반촛불 신문사들은 나의 권리만을 주장하고 남의 권리는 무시하는 몰상식한 존재들이다. 한국사회에서 오랫동안 언론자유는 마치 언론기업의 독점적 자유로 오인, 오용되어 왔다. 그 이유는 자신들의 취재자유가 위협받으면 민감하게 언론자유를 외치면서도, 국민의 언론자유와 집회자유가 침해되면 외면하거나 오히려 탄압을 요구하는 언론사들 때문이었다.
  
  국민의 불만이 표출되고 여론형성에 기여하는 집회와 시위를 두려워 한 독재정권 하에서 길들여진 보도관행 탓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권력의 보복을 감수하면서도 집회를 하고 시위를 하는 절박한 이유는 외면한 채, 교통에 방해되고, 인근 상가 영업을 방해한다며 일시적 부작용만을 침소봉대해왔다. 집회나 시위과정에서 약간의 충돌만 발생해도 "폭력시위" "과격시위" 운운하며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하곤 했다. 이러한 언론사들은 대부분 당시 정권들로부터 다양한 특혜를 받으며 소위 "주류언론"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마련했다.
  
  역대 정권은 적절하게 당근을 주거나 채찍을 휘두르며 언론사들을 순치시키려 들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승만 정권인은 1959년 눈에 가시같던 당시 경향신문을 폐간시켰지만, 결국 1년 뒤 4.19 혁명으로 무너졌다. 박정희 정권은 5.16 쿠데타 집권과 동시에 강력한 언론통제 정책을 채택하면서 신문사 사장을 간첩혐의로 누명을 씌어 처형하기까지 했다. 정권말기에는 긴급조치를 통해 정권에 대한 비판보도를 철저히 금지했다. 결국 1979년 부산과 마산에서 일기 시작한 국민의 저항은 10.26을 야기시키며 박정희정권을 붕괴시켰다. 전두환 정권도 언론통폐합을 단행하며 적극 언론통제를 시행했지만, 1987년 6.10 항쟁으로 7년 만에 무너졌다.
  
  민주화 이후 집권한 정부도 비록 정도는 약하지만 한결같이 언론길들이기를 시도했다. 김영삼 정권의 신문사 세무조사, 김대중 정권의 "언론개혁," 노무현 정권의 기자실 통폐합 등은 한국 언론의 민주화나 체질개선보다는 정권에 순응하는 언론을 만들기위한 일시적 조치들이었다. 따라서 결코 성공하지도, 성공할 수도 없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다루는 언론보도의 문제가 반촛불 언론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친촛불 언론들 역시 지극히 편향적이고 선동적인 보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노골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지금과 같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균형 잡히고 비례적절한 정보와 의견을 제시하는 친촛불 언론의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립자간의 공통분모를 찾아보여주는 보도는 드물고, 서로의 차이만을 강조하여 합리적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쇠고기 정국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친촛불-반촛불을 떠나 자신들이 동조하는 입장만을 강조하면서,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언론 본래의 기능을 외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해도 검찰권을 동원해 비판적 친촛불 언론사를 위협하고 압박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에게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일 뿐만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호까지 포기하는 권위주의적 비민주정권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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