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부처들을 무조건 통합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대외 문제를 담당한다고 해서 존립 목표가 전혀 다른 국방부와 외교부를 통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별도 조직으로 존재하던 두 기능을 통합하게 되면 효과와 비용이 모두 발생한다. 통합의 편익은 시너지 효과, 조정비용 감소, 운영비용 절감이다. 반면 통합의 비용은 기능상충, 상대적 기능위축, 통제의 범위(span of control) 확대 등이다. 이러한 기준에 의해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을 평가하여 보자.
첫째, 재정경제부, 국무조정실, 기획예산처로 분산되어 있던 '조정' 역할을 기획재정부가 수행하도록 한 것은 기획·조정 창구의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일리가 있다. 그러나 통합된 기능 간에 이해상충문제(conflict of interests)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간 국무조정실이나 기획예산처는 타 부처를 고객으로 하는 소위 중앙관리기능(central management agency)이었다. 반면 신설될 기획재정부는 '경제의 안정적 성장' 등 독자적인 정책목표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부처(line ministry)로서 중앙관리기능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책조정, 예산편성, 성과관리 등의 중앙관리기능 수행 시 경제성장이 우월적 가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경제성장을 기치로 국민지지를 얻은 차기 정부이니 이러한 조직개편안에 나름의 자신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우위 편향성이 과도하게 발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편안에서 부처의 이해관계에서 초월한 중립지대 조직은 청와대가 유일하다. 신설될 국정기획수석실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줄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둘째, 통일부를 외교통상부에 통합하고 분야별 남북교류는 각 부처로 분산한다는 개편안은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조직이론으로 보면 수긍이 가는 방향이다. 통일부는 대상 중심 부처로서 기능 중심 부처로 통합한다는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남북한 경제교류는 재정경제부가 주도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향후 남북교류는 각 부처에 의해 분산 수행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반면 통합이 되면 '통일' 시각과 '외교' 시각이 충돌할 경우 아무래도 '통일' 쪽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개편안이 의도하는 바이다. 결국 이 문제는 대북정책을 외교정책의 틀 안에서 파악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에 달려 있다. 통일부의 존치와 관계없이 차기 정부는 통일정책을 외교정책의 틀 안에서 접근할 것이다. 통일부의 존치가 남북관계의 상징처럼 부각되고 있어 통일부 폐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보다 실용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셋째, 교육과학부(혹은 인재과학부)를 설치하여 과학기술인력, 산업인력 양성기능을 통합한 것은 미래에 대비하는 적절한 선택이나 이는 반드시 기존의 교육인적자원부가 가지고 있던 규제 완화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인수위 발표에서 초중등 교육의 지방교육청 이양, 대학규제 정비 등 그러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향후의 법제화 과정에서 이러한 의지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할 경우, 부처 통폐합을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가 빚어질 것이다. 부처 명칭에 '교육'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 것을 보면서 규제완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데 이것이 기우(杞憂)에 그치기를 바란다.
넷째, 기존의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에 과학기술부 일부 기능을 합쳐 지식경제부를 신설하는 안은 과거의 정부조직 경영진단에서도 제안되어 왔던 내용으로서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내부조직의 기능별 재편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산자부에는 기간제조산업본부, 미래생활산업본부 등 대상별 조직이 남아 있는데 향후 지식경제부에서도 이러한 산업별 조직이 남아 있게 되면 인수위가 개편이유에서 밝힌 '융합과 신산업의 창출에 역부족'과 '자칫 특정사업자의 보호막으로 전락할 우려'가 해소될 수 없을 것이다.
다섯째, 중앙인사위원회 기능을 행정자치부에 통합한 것은 인사와 조직기능의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일리가 있으며 비상대비 기능(비상기획위원회)과 재난예방 기능(소방방재청)을 통합하는 것도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통합된 안전기능이 조직·인사·자치지원 기능과 연계되어 있어야 할 필요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본다. 안전기능이 일부 자치지원 기능과 시너지가 있을 수 있으나 그보다는 안전기능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미국의 연방재난관리국(FEMA)과 같은 별도 기구설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행정안전부'가 유독 어색하게 들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섯째,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의 중간 위치 쯤 되는 소속기관들은 그간 정부혁신 과정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아 가장 혁신이 더딘 분야로 남아 있었다. 부처 통폐합에 가려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으나 이번 발표에 소속기관의 개혁이 포함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우정산업의 단계적 공사화가 대표적인데 너무 많은 '단계'를 거치게 되면 추진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신속히' 공사화를 거쳐 민영화의 길로 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농진청 등 정부조직으로 되어 있던 연구기능의 출연연구기관화도 매우 적절한 방향이다. 이참에 각 부처의 소속기관에 대하여 출연기관화, 운영의 민간위탁 등 근본적인 검토를 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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