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누비던 한국 표범을 아십니까?

[그린아시아2006] 마지막 한국 표범을 찾아서

녹색연합은 지난 2002년 '녹색아시아를 위한 만원계'를 시작했다. 만원계는 한달에 1만 원씩 꾸준히 기부하는 시민들이 모여 아시아 지역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장 활동을 지원하는 운동이다.

이 중 2004년 1월에 시작한 '아무르 표범 보호를 위한 만원계'는 2006년 5월 현재에 이르기까지 2년 3개월 동안 1300여만 원(약 1만2200달러)을 러시아 현지 티그리스기금(Tigris Foundation) 중의 밀렵방지기금으로 송금했다. 이렇게 보내진 밀렵방지기금은 단속반이나 감시원들의 인건비와, 총으로 무장한 밀렵꾼들을 추적하는 밀렵방지팀 대원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각종 장비를 구입하고 정비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러한 기여를 인정해 지난 2005년 7월 18일에는 현지 표범보호활동 단체인 티그리스 재단, ZSL(Zoo Society in London), AMUR이 공동으로 아무르 표범 만원계에 표범보호활동 부문 공로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녹색연합의 '아무르 표범 만원계' 계원인 함은혜, 김동현, 이화순 씨가 지난 8월 8일부터 열흘 간 '마지막 한국표범'이 살고 있는 러시아의 극동 연해주를 찾았다. 만원계가 지원한 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보고 현지단체들의 표범보호 활동과 더 넓은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동현 씨가 이번 연수의 소감을 정리해 보내왔다.<편집자>

멸종의 위기에 처한 아무르 표범

얼마 전 방송에서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아무르표범이 서울대공원에서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에 표범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한때 한반도에는 백두대간을 자유로이 누비던 야생의 표범이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지구상에서 살아남은 숫자도 불과 30마리가 채 안된다.
▲ 아무르표범이 살고 있는 케드로바야파드 보호구를 알리는 거리 표지판 ⓒ환경재단

우리는 한반도에서는 이미 사라진 아무르 표범을 찾아 러시아의 극동 연해주로 향했다. 오래 전 백두대간을 타고 러시아와 한국을 오갔던 아무르 표범은 한국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고 러시아 극동지방과 러시아-중국의 국경지대에만 24~28마리 가량이 살고 있다. 아무르 표범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아무르 표범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 러시아, 중국, 몽골 등에서 개발을 추진하면서 도로건설과 수출을 위한 대단위 벌목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태로 가면 몇 년 안에 지구상의 아무르 표범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 2004년에도 아무르 표범들에게 큰 위기가 닥쳤었다. 러시아 국영 파이프라인 건설회사인 '트랜스네프트'(Transneft)는 세계에서 가장 긴 파이프라인을 아무르표범 서식지를 관통해 건설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던 것이다. 특히 터미널 건설예정지인 남서부 프리모리예(Primorye) 지역은 아무르 표범을 비롯한 47종의 러시아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무르표범과 호랑이 보호를 위한 연대체인 ALTA(Amur Leopard and Tiger Alliance)와 러시아 현지단체들이 노선을 바꾸기 위한 투쟁을 벌인 결과 올해 성공을 거뒀다. 이 성공으로 현지의 NGO들은 표범 보호 활동의 성공 가능성을 발견하고 희망을 갖는 분위기다.

"한반도와 생태적으로 유사한 케드로바야파드 보호구"

세계동물기금(WWF) 러시아 지부는 러시아 현지에서 호랑이와 표범 보호운동에 나선 NGO 가운데 대표적인 단체다. 모든 동물을 보호하고 있지만 호랑이와 표범의 서식지 보호 및 밀렵방지 업무를 주요 활동으로 한다.

우리는 11일 WWF 러시아 지부가 운영하는 '에코센터'를 방문했다. 아무르표범이 살고 있는 지역인 케드로바야파드(Kedrovaya Pad) 보호구 주변에 있는 이 센터는 학생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생태교육센터다.

이 센터의 빅토르 소장은 우리에게 간단한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가르쳐줬다. 눈을 가린 후 손을 잡고 어디론가 한참을 돌아서 가더니만 나무 앞에 서서 그 나무를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 보란다. 그런 다음 다시 데리고 빙 둘러 와서는 눈을 뜨고 좀 전에 만져본 나무를 찾는 게임이다. 나무를 꼼꼼히 뜯어보고 향과 느낌까지 기억하려고 하다보면 나무가 보다 특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 빅토르 소장으로부터 케드로바아파드에 관한 설명을 듣는 만원계 계원들.ⓒ환경재단

빅토르 소장은 주변의 나무와 동식물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지역은 생태적으로 한반도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표범과 호랑이가 백두대간을 타고 와서 이곳까지 살 수 있을 법도 하다. WWF 러시아 지부는 표범이 러시아, 중국, 북한의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보호협약을 맺고 있다.

북한에는 아무르 표범이 살고 있을까. 러시아 지부의 대표인 리 도만 박사는 함경북도에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유리 베르시너브 박사는 "10월에 북한에서 학자들이 오기로 해서 그때 북한의 표범 개체수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진 쪽 주민들에게서 올 2월 호랑이 어미와 새끼 2마리를 보았다는 목격담을 들었다"며 "이 지역은 김일성 생가가 있어서 철저히 보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밀렵으로 표범은 1~2마리뿐

12일 드디어 케드로바야파트 자연보호구를 방문했다. 케드로바야파트 자연보호구는 1916년에 세워진,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보호구로 아무르 표범의 번식지이자 연해주 식물상 약 50% 가량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100년 동안 산불이 나지 않은 원시림을 간직하고 있고 전 세계에 3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아무르 표범의 마지막 서식지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 케드로바야파트에 남은 아무르 표범은 겨우 암컷 한 마리와 새끼 한 마리, 그리고 수컷 한 마리뿐이다. 이렇게 천연 원시림이 존재하는데도 표범이 이 정도에 불과한 것은 밀렵 탓이다. 밀렵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해서 효과가 없다고 한다. 이 상태라면 눈부시게 아름답고 신비한 아무르 표범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은 아닐까.
▲ 케드로바야파드 보호구에서 발견한 표범의 발자국 ⓒ환경재단

앞서 가던 이리나 소장이 표범 발자국이 있다고 한다. 달려가서 보니 정말 커다란 발자국이 있었다. 어제 내린 비 때문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암컷인지 숫컷인지 몰라도 8센티미터의 표범발자국이었다.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발자국은 계속 이어져 있었다.

곳곳에 큰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나무들이 쓰러졌단다. 쓰러진 나무 중에 계곡을 가로질러 쓰러진 나무가 있는데 물을 싫어하는 표범이 그 나무위로 이동한다고 한다. 그 모습을 사진에서 본 기억이 났다. 2시간쯤 가서 케트로바야파트의 중심부에 도착했지만 표범은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사실 표범이 있다는 바위까지 갔으면 했으나 시간이 없었다.

돌아나오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자꾸 뒤을 돌아봤다. 혹시 표범이 나무 사이로 우릴 지켜보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무서워서가 아니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 동물들과 더불어 사는 세상. 인간의 간섭 없이 표범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라면 표범이 멸종의 위기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대대손손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아무르 표범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13일에는 밀렵방지팀을 만났다. '아무르 표범 보호를 위한 만원계'에서 매달 돈을 모아 4개월에 한번씩 2000달러를 지원하고 있는 단체다. 표범의 생존을 위협하는, 총으로 무장한 밀렵꾼들을 이들 전문적인 훈련 받은 단속대원들이 막는 것이다. 전문밀렵방지팀은 총 5명인데 대원 2명은 여름 휴가중이었고 리더 예브게니이와 팀원인 스테파니, 콘스탄틴을 만났다. 희망이라는 이름을 가진 르까(세퍼드개)도 있었다.
▲ 만원계 회원들과 전문밀렵방지팀 팀원들이 서로 감사한 마음을 담아 단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환경재단

예브게니이는 "만원계의 지원이 있어 그간 차량이나 장비 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면서 고맙다고 했다. 그러나 고마운 것은 오히려 우리였다.

"우리는 아무르표범(한국표범)을 위해 지금까지 해 준 것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예브게니이와 당신들의 친구들이 목숨을 걸고 아무르표범을 지키고 있는 동안에 말입니다. 우리는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했을 뿐이지요. 우리에게 고마워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도리어 저희가 당신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무르표범(한국표범)을 지키는 든든한 지원 단체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과 더불어 더욱 더 이들과 연대할 것이며, 더 많은 지원을 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것이다. 결코 한국표범이 멸종의 위기를 거쳐 사라져 가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표범이 우리 산하에 다시 오는 날을 기대하며.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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