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우리가 죽지 않게 도와주세요"

원치않게 난민이 된 레바논 어린이들의 호소

30일 새벽, 어린이 34명을 비롯한 레바논 카나 지역 주민 60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그 자리에서 죽는 참극이 벌어졌다. 그간 레바논 사태에 소극적 대응을 해 왔던 국제 사회도 이번만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유엔 안보리는 즉각 휴전을 중재하기 위한 총회를 소집했고, 국제적 비난에 직면한 이스라엘도 48시간 동안 공습을 중단키로 했다.

이로써 이번 전쟁이 일단락되리라 속단하기도 어렵지만, 전쟁이 이대로 끝나더라도 그간 포화에 희생된 무고한 주민들의 피자국은 레바논에 씻지 못할 상처로 남을 것이다.


아랍계 미국인 평화운동가이며 현재 레바논에 살고 있는 람지 키시아가 미국의 진보적 웹사이트 <카운터펀치>를 통해 레바논 한 난민수용소에서 만난 레바논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전해 왔다. 어떤 전쟁이든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노인과 어린이, 부녀자 등 이른바 그 사회의 '약자'들이다.

열다섯도 안 된 나이에 이미 이스라엘의 폭격을 막을 존재는 미국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우쳤을 정도로 전쟁 속에 조숙해진 어린이들의 눈에 전쟁의 참극이 아롱진 듯하다.

다음은 그 글의 전문이다. 전문은 http://www.counterpunch.org/kysia07292006.html서 볼 수 있다. <편집자>

▲ 난민 수용소에서 음식을 나눠먹고 있는 레바논 어린이들. ⓒEPA

레바논 어린이들의 목소리

29일 토요일, 나는 쇼프 지역의 한 난민수용소에서 레바논 남부에서 피난 온 아이들 몇 명과 얘기를 나눴다. 그 아이들의 말을 그대로 전해 보려고 한다.

다르 아할미스란 곳에서 온 12살짜리 하디엘 마우사는 "이스라엘이 우리를 난민으로 만들고, 우리의 집을 망가뜨렸고, 그래서 우리가 가족들과 함께 여기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폭탄이 떨어질 때 나는 정말 놀랐어요. 어디 한 곳에 폭탄이 떨어진 게 아니라 아무 곳에나 마구 떨어지더라니까요. 우린 아무 짓도 하지 않았으니깐 미국이 이스라엘에 폭탄을 그만 쏘라고 말해 줬으면 좋겠어요. 우린 정말 아무도 위협하지 않았어요. 우리 어린이들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우릴 죽이려 할까요? 벌써 많은 친구들이 죽었는데도 아직도 폭탄은 여기저기 떨어지고 있어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하는 짓을 막으려고 하는 것뿐이에요. 휴전을 했으면 좋겠어요. 헤즈볼라도 이스라엘도 폭탄을 쏘지 않겠다고 협정을 맺을 수도 있겠죠. 이런 일이 왜 일어나야만 하죠? 아무도 대답을 못 해요. 미국이 이스라엘에 폭탄을 그만 쏘라고 요청해 준다면, 우리도 헤즈볼라에 부탁할게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미국이 이스라엘을 설득한다면 우리도 헤즈볼라에 부탁할게요"

열다섯인 후세인 하무드는 티레가 고향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전쟁을 벌여서 여기로 피난을 오게 됐어요. 이스라엘은 우리를 고문했고 우리 집을 파괴했고 우리나라 어린이들을 죽였어요. 난 다 봤어요. 죽음도 봤고 폭탄에 건물들이 파괴되는 것도 봤어요. 이스라엘이 우리 집 바로 옆에 있던 약품 공장에 갑자기 폭탄을 떨어뜨렸을 때, 나는 집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어요. 그 공장은 일하는 사람들이 40명도 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어요. 무기를 만드는 공장도 아니었고요. 공장에 폭탄이 떨어지면서 파편이 우리 집 안으로까지 튀었어요. 연달아 주변 빌딩들도 폭파됐는데 빌딩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죠. 내 친척들과 친구들도 함께 죽었어요.

만약 헤즈볼라가 무너진다면 이스라엘이 우리나라를 쳐들어오기가 훨씬 쉽겠죠. 저항하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이미 이스라엘이 우리나라 국경을 넘어 우리 동네에 들어오고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동네를 망가뜨리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도 없었어요.

조지 부시에게 할 말이 있어요. 제발 이스라엘에 전쟁과 우리들의 집을 파괴하는 일을 멈추라고 해 주세요. 미국 사람들,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을 믿을 수 없다면 직접 와서 보고 증인이 돼 주세요."

아보우드 아보우드는 12살이라고 한다. 다르 알 하미스에서 피난 온 아보우드는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무기를 다 뺏겠다고 하는데 헤즈볼라가 무기를 뺏기면 레바논은 누가 지키냐"고 되물었다.

"포로들을 교환한 다음 이스라엘은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야 해요. 헤즈볼라가 무장해제 하는 일은 없을 걸요. 하산 나스랄라는 항복하지 않을 거예요. 미국이 헤즈볼라를 해체한다고요? 꿈 깨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미국 사람들이 레바논으로 와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눈으로 보라고 하세요. 만약 그들이 여기 오는 게 불안하다면 이스라엘에 하루만 폭격을 멈추라고 한 다음 와서 보면 되잖아요.

우리는 어린이들이고 난민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우리도 집에서 학교 다닐 권리가 있다고요."

▲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무너진 집에서 실려 나오는 레바논 주민. ⓒEPA

"이스라엘 병사 2명이 우리 전부보다 더 중요하다는 건가요?"

11살 난 자흐라 무사는 베이루트에서 왔다.

"전 베이루트에 사는데 방학이라 남쪽으로 놀러 온 사이에 이스라엘이 폭격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여기로 왔으니 우리 집이 어떻게 됐는지, 동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소식을 전혀 모르죠. 베이루트로 가는 길이 없어졌어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두 명을 붙잡고 있대요. 이스라엘은 레바논 병사를 훨씬 많이 잡고 있는데, 별 일 아니잖아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를 풀어주지 않으려 해서 이스라엘이 이 전쟁을 일으켰어요.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도 있었을 텐데, 하여간 이스라엘이 싸움을 걸었어요. 이스라엘이 싸움을 건 건 이스라엘 병사 두 명이 우리 전부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겠죠? 이스라엘이 병사 2명을 데려가는 대신에 헤즈볼라가 레바논 포로 3명을 데려가는 협정을 맺으라고 충고해 주고 싶어요."

쇼우크엔에서 온 14살짜리 알리 나스엘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전체를 망쳐놓으려고 마구잡이로 폭탄을 떨어뜨리는 통에 여기로 도망쳐 나왔다"고 말했다.

"전쟁을 시작한 건 이스라엘인데 다른 아랍 나라들은 헤즈볼라가 일으킨 전쟁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헤즈볼라는 '저항세력'인데, 다른 나라에선 테러리스트라고 해요. 헤즈볼라가 우리나라를 지켜주잖아요. 헤즈볼라가 로켓 미사일을 쏘긴 했지만 이스라엘이 먼저 쐈으니 헤즈볼라도 쏜 거죠. 이스라엘이 죄 없는 사람들을 막 죽였으니 헤즈볼라도 보복을 한 게 당연해요. 미국은 죽지 않으려고 휴전을 요구하는 레바논 사람들을 거들어줘야만 해요."

(번역= 이지윤 기자)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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