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 판세를 물은 한 마디에 지지율이 출렁일 만큼 박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표심인 만큼, 박 대표의 '대전 직행'에 시민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박근혜 "박성효 내가 보증…당선시켜달라"
오후 2시 50분 대전시 중구 은행동 으능장이 문화거리, 3시로 예정된 박 대표 지원유세를 준비하기 위해 덩그러니 서 있는 박성효 후보 유세차량 곁에는 파란 모자를 쓴 한나라당 운동원과 주변 상인 등 300여 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유세 차량에서는 마이크를 잡은 운동원이 "박 대표가 병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전으로 오고 계신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지만 걸음을 멈추는 사람은 드물었다. 한 블록을 지나면 아예 선거운동과는 전혀 관계없는 분위기였다.
대형 제과점 '성심당' 앞에서 만난 한 은행원은 박 대표가 내려온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박근혜 씨는 병원에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유세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한 음식점 주인은 "누가 오든지 말든지"라며 유리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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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8분, 박 대표를 태운 검은 승용차가 운동원들이 만들어놓은 대열 중간으로 들어섰다. "박근혜다"란 외침에 길을 가던 중년 여성들이 대열에 합류했다. 상가에서도 하나둘씩 사람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박 대표가 차에서 내리자 대열이 무너졌다. 아직 얼굴 근육을 움직일 수 없어 표정을 짓지 못하는 박 대표가 다친 볼에 손을 대자 "여위었다", "아플 텐데…"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3시 10분, 박 대표가 연단에 섰다. 연단 앞에서는 취재진과 운동원과 일반 시민들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운동원들은 "박근혜"를 연호했고 카메라 플래시는 쉴 새 없이 터졌다. 박 대표의 얼굴을 보겠다며 군중 틈에 끼인 사람들은 "박근혜가 보이지 않는다"며 소리를 질렀다.
박 대표는 "여러분의 염려와 걱정 덕분에 오늘 이렇게 병원을 퇴원해서 다시 여러분을 뵙게 됐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대전 시민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박 대표는 "지금 제 심정은 여러분께 큰 소리로 인사하고 싶고 호소도 드리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 이해해 주길 바란다"며 "이번 선거에서 우리 한나라당의 박성효 후보를 꼭 당선시켜 달라. 내가 여러분께 보증하고 약속드리겠다"고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경찰은 이날 3500명 정도 군중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대표 아프다고 막 찍어줄 순 없어" 비판론도
2분이 채 안되는 짧은 유세를 마치고 박 대표가 연단을 내려가자 시민들도 하나둘 자리를 떴다. 곧바로 전여옥 의원이 마이크를 넘겨받자 일부 시민들은 반응을 보이기는 했지만 박 대표 때 마냥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전 의원은 "서울 한 중간에서 야당 대표의 얼굴이 칼에 그인 것은 박근혜의 자취를 없애겠다는 음모가 아니고 무엇이겠냐"며 "다 낫지 않은 몸으로 대전부터 찾은 박 대표를 봐서라도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 무리의 중년 여성들이 곁길에 서서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한 박 대표의 사진을 비교하고 있었다. "야위어서 더 애처롭다", "육영수 여사를 많이 닮았다"는 등 저마다의 촌평이 쏟아졌다.
"옥천이 고향"이라는 한 여성은 "육 여사를 많이 좋아했고 박근혜 씨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 대해선 "우리 남편이 염홍철 시장을 찍으라고 하던데…"라고 말을 흐렸다. 곁에 서 있던 친구도 "염 시장이 성과가 많은가 보다"며 "우리 아저씨도 대전을 살리려면 염 시장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차를 세워두고 유세를 구경하던 한 택시기사는 대뜸 "염 시장이 국민중심당으로 나왔으면 고민 않고 찍었을 텐데…"라고 했다. 그는 "박 대표가 저렇게 애를 쓰니 한나라당을 찍어볼까 싶은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유세' 자체를 두고도 시민들은 다르게 반응했다. 유세장 옆 60대 주차관리원은 "아픈 몸으로 내려올 정도로 대전을 생각해 주니 박근혜 씨가 대통령이 되면 대전이 발전하겠다"고 손뼉까지 쳤다. 그는 "이번 선거 여섯 번을 투표한다는데 나는 무조건 2번"이라며 손가락을 펴 들었다.
그러나 주차를 하다 대화에 끼어든 40대 남성을 생각이 다른 듯 했다. "누구를 찍을지 몰라 선거 날 아이들과 놀러나 가야겠다"는 이 남성은 "아픈 사람을 보니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사람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을 막 찍어줄 수도 없지 않냐"고 말했다.
| 한나라 "대전, 이미 뒤집어졌다" 이날 박 대표의 방문으로 선거 중반까지 고전하던 박성효 한나라당 대전시장후보의 캠프에도 활기가 도는 듯 했다. 박 대표 피습사건 이후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고 이날 박 대표의 방문이 그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 캠프 측의 판단이다. 대전시당 관계자는 "지난 주말 여론조사에서 이미 열린우리당 염홍철 후보를 8.5% 정도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며 "다른 기관 조사에서도 5% 이상 앞선 것으로 파악됐으니 이긴 싸움으로 판단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박 대표의 피습 사건 이후 하루에 11%씩 지지율이 오를 정도로 충청도는 박 대표에 대해 짠한 향수를 갖고 있는 곳"이라며 "병상에서도 대전을 챙기는 모습에 부동층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당에서는 박 대표의 피습이 박 후보의 지지율을 5% 이상 올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염 후보 측은 "오늘 아침에 올라온 조사 결과만 봐도 우리가 8% 이상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한나라당의 추격세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세를 가를 정도는 아니다"고 자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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