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쇼 사고, 진상 조사가 먼저다"

[기고] 후배 조종사를 떠나보내는 한 선배의 고언

어린이날, 미래의 전투기 조종사를 꿈꾸는 꿈나무들에게 하늘에 대한 동경심을 불러 일으켜주기 위해 고난도의 곡예비행을 선보이다가 순직한 후배 조종사 김도현 대위(사망 후 소령으로 추서)의 죽음 앞에 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비행 중에 죽은 전투기 조종사들은 모두 죄인이 된다. 아빠가 죽었는지도 모르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투정부리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죽은 자가 죄인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너무나 참혹한 시신을 보여줄 수 없어서 이 핑계 저 핑계로 안 보여주려고 해도 그래도 한번 봐야겠다고 떼를 쓰는 부모를 보면, 아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는 순간 실신해 버리는 어머님을 보면, 그는 분명 죄인이다. 사랑했던 여인이 동료 부인들의 도움으로 남편의 영정 앞에 절을 하다가 실신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 그는 죄인인 것이다.

조종사의 숭고한 죽음을 두고 죄인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비난할지 모른다.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뜬 모든 이들은 죄인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젊은 조종사들의 처참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수 차례 목격한 필자로서는 죄인이라는 역설적인 말로 그의 죽음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을 저버리기 어렵다.

그러나 김 대위의 죽음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은 그와 유가족, 그리고 공군과 국민들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자 어렵게 글을 쓴다. 제3자들이 볼 때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삶과 죽음의 길을 넘나들었고, 많은 선후배 전투기 조종사의 죽음을 목격했던 선배 조종사로서 차분한 마음을 갖고 정말 어려운 글을 쓴다.

전투기 조종사, 이카로스의 후예들
▲ 2003년 9월 미 공군 선더버즈 곡예팀은 마운트 홈 공군기지에서 시범을 보이던 중 조종사가 고도계 판독을 잘못해 사고가 났고 조종사는 추락 0.8초 전에 가까스로 탈출했다. 사진은 조종사의 탈출 장면. ⓒ미 공군 홈페이지(www.af.mil)

전투기 조종사는 전쟁이 나면 누구보다 먼저 국가의 부름을 받고 대공포화와 지대공 유도탄이 난무하는 적지를 넘나들어야 하는 이들이기에, 죽음으로써 미화되기보다 그 길을 선택했고 그 어려운 훈련과정을 마친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직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와 그 뒷처리를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사고의 정확한 진상이 규명되기도 전에 감상적인 미화로 일관하는 언론의 보도와 서둘러 훈장을 추서한 공군의 태도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한, 에어쇼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대부분 조종사들의 과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이 무능했거나 잘못되었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다만 그들이 행하는 임무 자체가 인간의 영역 밖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 중의 최고(Best of the Best)'로 선발된 에어쇼 조종사들은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교훈을 거스르고 신의 영역인 하늘을 탐하던 이카로스의 후예들이다. 사소한 실수는 바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너무나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는 조종사들은 바로 그 한 순간의 실수로 이카로스의 뒤를 따라가야 하는 죄인인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미 공군의 에어쇼 팀인 썬더버즈 곡예팀이 2003년과 2005년 겪었던 두 차례 사고는 대부분의 에어쇼 사고가 결국은 조종사의 실수라는 점을 입증한다.

선더버즈는 2005년 시카고 상공에서 에어쇼를 수행하다가 2대의 비행기가 공중충돌해서 4피트 길이의 미사일발사 레일이 미시간 호수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에 앞서 2003년 9월에는 마운트 홈 공군기지에서 시범을 보이던 중 조종사가 추락 0.8초전에 가까스로 탈출했던 사고가 있었다. 조사 결과 두 사고 모두 조종사의 과실에 의한 것이었음이 판명되었고 특히 2003년 사고의 경우는 조종사가 고도계를 잘못 판독해서 발생한 사고였다.

조종사 과실에 의한 에어쇼 사고의 사례는 이 외에도 수없이 많다. 따라서 정확한 사고 경위가 밝혀지기 전에 '살신성인' '숭고한 죽음' 같은 말로 무작정 미화한다거나 보국훈장을 추서하는 일은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물론 효과적인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어렵게 만들고,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 김도현 대위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되, 그가 죽음에 이르게 된 정확한 경위를 가능한한 자세하게, 구체적으로 밝혀내야 한다. 진상규명은 외면한 채 감상적 애도만 한다면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사고 조사 결과 조종사 과실로 판정이 난다면 그 허탈함은 김 대위의 죽음을 미화하기 바빴던 공군 당국에 부메랑으로 날아들 게 분명하다. 블랙박스조차 없는 낡은 비행기라서 진상 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군 관계자들은 지금 매우 부끄럽고 국민들에게도 송구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조종사의 죽음을 과도하게 미화시켜 자신들의 잘못을 피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없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공군의 입장에서 국민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홍보의 수단으로서 죽음을 미화시키고자 하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자칫 사고의 원인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조종사는 어떤 과실을 했는지, 기체에는 어떤 결함이 있었는지, 에어쇼에 적합한 기종이었는지, 무리한 작전이 있지는 않았는지 등을 낱낱히 밝히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중 보고서를 또 만들 것인가

필자는 예전에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공군 사고 조사보고서가 대내용과 대외용이 다른 경우가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후 공군에서는 필자를 격렬히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는 후문이 들려 왔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사고 조사 결과가 임무 조종사의 과실로 판정된다면 공군은 과연 그 보고서를 사실대로 공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거듭 말하지만 사고의 원인이 정확하게 나와야 잘잘못이 정확하게 가려지고 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너무 미화시키다 보면 후에 사고 원인이 이상한 방향으로 바뀌어 버릴 수 있고, 그것은 다시 잘못된 대책으로 이어져 조종사들은 사고의 위험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전투기에 오르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여기서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통제를 받던 과거의 언론들은 전투기 조종사들의 순직 사고가 나더라도 한쪽 귀퉁이에서 작게 다루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언론들은 자유로운 보도 환경을 십분 활용해 전투기 사고가 발생하면 소설 수준의 온갖 추측성 기사들을 쏟아내 또다른 의미의 사실 왜곡을 하고 있다.

냉철한 입장에서 사고의 경위를 묻고 사고 재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따져보는 게 이번 사고를 다루는 언론의 기본적인 태도가 되어야지, 유가족과 전우들의 애통한 영결식 장면만으로 지면을 채워서는 곤란하다.

끝으로 어린이날 비행사고가 있었다고 해서 에어쇼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이고자 한다. 안타깝지만 사고를 통해 보다 더 단련되어야 하는 건 군인의 사명이자 운명이다.

김 대위의 장례식장 상공에서 전투기 6대가 편대를 이뤄 진입하다가 한 대가 공중으로 솟구치면서 먼 하늘로 사라지고, 그 한 대의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비행이 이루어지는 '동료를 잃은 편대대형(Lost wingman formation)'을 보여줄 수 있는 성숙한 공군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선배 조종사의 소박한 소망이다.

다시 한번 하늘을 일터로 조국의 영공을 지키다가 순직한 모든 선후배 조종사들의 명복을 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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