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중립화에 대한 국제적인 보장 문제는 단순한 서류상의 보장체제와 형식의 의미를 훨씬 넘어 21세기 평화체제 및 통일문제의 성격, 전도, 경로, 귀결과 너무나 중요하게 직결되어 있다. 그러면 국제적인 보장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받을 것인가?
먼저 국제보장의 주체는 ① 유엔인가 아니면 기타 강대국들인가? ② 미 ‧ 중인가? ③ 미 ‧ 중 ‧ 러 ‧ 일인가? ④ 먼저 미ㆍ중이 한반도 중립화 통일을 보장한 뒤에 러ㆍ일이 보장하는 2중장치를 둘 것인가?
둘째 보장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① 남북한과 동등한 당사자 자격인가(공동서명, 정전협정과 같은 방식)? ② 별도의 부속의정서(additional protocol) 채택을 통한 보장인가? 아니면 ③ 보증인의 자격으로 하기서명(postscript)인가? ④ 입회인으로서의 단순한 추인(endorse)인가? 현재로서는 미 ‧ 중 참여의 하기서명 방식이 가장 유력하고 합리적인 보장인 것 같다.
필자가 이미 제시한「평화 로드맵」의 3단계 보장을 참고하면서,「한반도 중립화 통일 이행표」의 단계별 보장을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평화 로드맵」의 제1단계에 남북 평화선언 ‧ (남북한+미국의) 평화협정에 대한 보장을 받아내는 것으로 상정했다.「평화 로드맵」의 제2단계에는 평화국가 연합에 대한 보장을, 제3단계에는 통일 국가에 대한 보장을 얻는 게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보장을 단계별로 받아내면서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을 준비하면 좋을 듯하다. 그런데 중립화 통일을 위한 국제적인 보장에 앞서 남북한 교차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남북한 교차승인이라는 기초공사를 하지 않은 채 중립화 통일을 위한 국제적 보장을 요청할 수 없다. 남북한 교차승인이 이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중립화 통일 이행표의 제1단계로 남북한 교차승인을 넣었다. 그러면 남북한 교차승인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기술한다.
1. 제1단계; 남북한 교차승인(김승국, 248~251)
냉전체제하에서 남북한 교차승인은 미국과 일본을 한편으로 하고 중국과 소련을 다른 한편으로 하여 주변 4국이 동시에 남북한을 교차적으로 승인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남한이 이미 중국 및 러시아와 국교정상화를 수립한 상황에서 남북한 교차승인은 미국과 일본의 대북수교가 성사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주변 4국이 모두 남북한과 국교를 수립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북⋅미 수교 및 북⋅일 수교로 인한 남북한 교차승인은 고전적 세력균형 체제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사안별 협조체제를 지향하는 협력적 동북아 질서 형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남북한 교차승인 이후 4대국이 남북한에 대해 경쟁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함으로써 동북아에서 상호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세력균형 체제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에서 남북한을 양축으로 한 적대적 동맹관계의 대립적 요인이 약화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안보협력이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안보협력은 동북아 협력 체제를 촉진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남북한 교차승인은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를 심화시키고 주변 4국의 남북한 등거리 정책을 촉진시킬 것이다. 박종철『남북한 교차승인 전망과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서울, 민족통일 연구원, 1998) 1~4쪽 요약.
북⋅미 수교가 어떤 시점에서 어떤 양상으로 실현되느냐 하는 것은, 합의도출이 어려운 사안들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달려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해결되기 힘든 현안인 과거[북한] 핵(核) 투명성 문제, 평화체제 전환, 미사일 협상이 어떤 양상으로 해결되느냐에 따라서 북⋅미 수교의 시기와 형태가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핵심현안들이 해결되는 양상에 따라 북⋅미 수교 유형은 '완전 타결' '현안 해결 없는 수교' '부분 타결'로 구분될 수 있다.
북⋅일 수교협상을 통해서 드러난 쟁점은 북한의 관할권 문제, 과거역사 인식 문제, 일본의 패권추구 포기 등 국교수립의 기본문제와 경제적 보상문제, 북한 핵개발 문제, 일본인 처 방일과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이다. 그리고 1992년 11월 북⋅일 수교협상이 중단된 후, 북한 미사일의 위협문제, 미⋅일 신안보 협력 지침 문제 등이 양국 현안에 추가되었다. 이 가운데서 북한의 관할권 문제, 과거역사 인식 문제, 일본인 처 방일, 경제적 보상 문제 등은 비교적 합의 도출이 용이한 사안들이다. 반면, 일본인 납치문제, 북한 핵 동결, 북한 미사일의 위협문제 등은 합의 도출이 용이하지 않은 사안들이다.
북⋅일 수교는 양국 간 현안 이외에도 북⋅미관계, 남북관계 등 주변국 여건과 북한 핵 문제, 미사일 문제 등 안보 전략적 차원의 문제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전개될 것이다. 특히 일본인 납치 문제, 북한 핵 동결과 미사일 위협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북⋅일 수교 협상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북⋅일 수교는 수교협상 과정에서 논의되었던 세부적 현안보다 국제안보 이슈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안의 해결양상에 따라서 북⋅일 수교 유형은 '완전 타결' '현안 해결 없는 수교' '부분 타결'로 구분될 수 있다.
[이렇게] 남북한 교차승인 구도에서 일차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문제이다.
북⋅미 수교가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서 미칠 중요한 영향은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과 한⋅미 동맹, 주한미군의 위상 및 역할 등의 문제에 대한 것이다.
남북한 교차승인 후 남북 평화공존을 정착시키고 남북한과 주변국간 경쟁과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질서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적 성격을 감안할 때, 동북아 질서의 안정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남북평화 공존이 정착되기 어렵다. 설혹 남북 화해⋅협력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안정적 국제환경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이것은 매우 불안정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남북한 교차승인은 동북아 및 한반도 차원에서 역학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동북아 차원에서 남북한 교차승인은 주변 4국이 한반도에서 다차원적으로 상호 연결되는 세력균형 관계가 형성됨을 의미한다. 주변 4국의 남북한 교차승인은 동북아 냉전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그 결과 남북한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동북아 냉전구조가 해체되고 주변 4국과 남북한이 복잡한 양자 및 다자관계를 형성하는 동북아 신질서가 형성될 것이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교차승인 구도의 완성 이후 주한미군의 주둔 문제가 등장할 것이다. 또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미-북⋅일 관계 개선, 나아가 북⋅미- 북⋅일 수교가 이루어질 경우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은 한-미-일 공조의 지속문제이다. 북⋅미-북⋅일 관계 개선 이후에도 한-미-일 공조체제의 유지가 필요할 것인가? 조성렬「남북한 교차승인과 주변 4강의 한반도 정책 변화」『정책연구』136호(2000년 가을⋅겨울) 78쪽.
위와 같은 교차승인 구도가 완성된 뒤 4대 보장국가들(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이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을 보증하는 준비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장할 준비가 완료되면, 4대 보장국가들은 중립화 통일 국가의 중립ㆍ비동맹을 승인하고 한반도ㆍ동아시아의 평화에 크게 기여할 중립화 협정에 서명해야 한다. 4대 보장국가들은 중립화 통일국가의 독립ㆍ영토통합을 보증해야 하고, 외국군대ㆍ병력을 한반도 안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되며 외국 기지나 외국군대의 시설물을 건설할 수 없다.
<인용 자료>
* 김승국『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 황인관 지음, 정대화 옮김『중립화 통일론』(서울, 신학문사, 1988)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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