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사람들은 국민인데, 국민은 한미FTA와 관련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제기되는 논의가 너무 전문적인 것이라서 누구의 말이 옳은지, 한미FTA가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 아니면 나쁜 결과를 가져올지,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판단을 못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뉘고 있으니 국민으로서는 답답할 뿐이다.
| ▲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집회 거리 행진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
한미FTA의 문제는 과연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상식에 맞고 국민의 이익에도 도움이 될 것인가 ?
여당은 한미FTA가 실보다는 득이 많고, 미국 의회가 승인했으니 우리 국회도 빨리 비준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너무 단순한 주장이다. 그 이유는 한미FTA 협상에 대해 미국이 요청한 재협상에서 우리가 양보한 것이 얻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은 한미FTA 협상의 종결이라는 대의를 위해 감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 의회가 한미 정부간의 FTA 협상을 승인하면서 한미 정부 간의 FTA 협상 결과를 그대로 승인한 것이 아니라, 일부 그 효과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양국 간의 조약은 양국 정부가 협상하고 그 결과를 양국 의회가 조건 없이 승인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고, 의회가 정부 간 협상의 변경을 원하면 양국 정부 간에 재협상을 하여 재협상 된 대로 승인하는 것이 통례이다.
그런데 미국 의회는 한미FTA 이행법을 제정하면서 한미FTA 협상의 효과를 제한하거나 새로운 제한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즉, 한미FTA와 미국법이 충돌할 경우 원칙상 미국법(연방법뿐만 아니라 주법까지 포함)이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미국 연방정부나 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협정에 위반하는 행위나 부작위에 대해 미국 법원에서 우리 투자자의 제소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한사항을 두려면 한미FTA 협정문 내에 두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에서 조약이 국내법으로서 효력을 갖게 하기 위해 우리와 달리 이행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조약안의 효력을 제한하거나 새로운 제한사항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한미FTA의 효력을 제한하거나 새로운 제한사항을 두는 미국 의회의 조건부 승인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거부로 볼 수도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를 요한다. 이러한 점들을 논의하기 위하여 미국에 대해 FTA협상의 비준에 관한 정부 간 협의를 제안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야당은 국가투자자소송제도(ISD)가 우리에게 매우 불리하고 우리의 정당한 공공정책에 장애가 될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 재협상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미국의회가 승인한 상태에서 특별한 사정의 변경 없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미국 정부에 의해 수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더욱이 국가투자자소송제도(ISD)는 2007년 FTA 협상 타결 시에도 이미 포함되어 있었던 것인데 지금에 와서 이것을 문제 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국가투자자소송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가투자자소송제도(ISD)의 재협상을 포함하여 이에 대비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오히려 미국 의회가 한미FTA 협상을 무조건 승인하지 않고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을 붙여 승인한 것을 근거로 미국 정부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재협상이 아닌 한미FTA의 비준에 관한 협의를 요청하도록 하는 것은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또한 FTA 협상에 대한 한국과 미국 의회의 승인이 상호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여당에 대해 이에 관한 검토를 요청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 의회가 한미 정부 간 FTA 협상을 조건부로 승인함에 따라 한미FTA 협정이 미국법에 우선 하지 않는 반면에 한미FTA 협정이 우리나라의 현행 법률, 명령이나 조례에 우선하여 우리 국회가 한미FTA를 비준하는 순간 한미FTA에 반하는 우리나라의 법령은 모두 효력을 잃게 되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도 학교 급식에 국내 우수농산물을 사용하는 경우 지원을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조례안이 GATT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의해 무효로 판단된 사례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투자자는 미국 연방정부나 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행위에 대해 직접 제소할 수 없지만, 미국의 투자자는 우리나라 국가 또는 지방 행정기관의 처분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는 불평등이 있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상호주의의 원칙에 따라 미국 의회처럼 한미FTA 협정을 조건부로 비준하는 것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법과 다른 법체계를 취하는 우리나라 법상 조약에 대한 조건부 승인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며 이에 관한 검토를 해보아야 한다. 또한, 조약에 대한 조건부 승인은 정상적인 것은 아니고 조건부 승인이 아니라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한미FTA와 관련하여 최근 제기되는 문제 중에 가장 많은 문제가 법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법적인 문제는 국제법, 통상법, 헌법, 행정법, 소송법 등 여러 법에 걸친 복합적인 법문제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는 이 모든 법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가 없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는 각 법 분야의 전문가로 연구팀을 만들어 한미FTA와 미국의 이행법과 관련된 법적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법에서는 글자 한 자가 중요한 경우가 많다. 한미FTA의 체결 자체를 반대하는 정치인이나 국민은 많지 않다. 문제는 현재의 한미FTA 협상과 양국 국회의 비준이 제대로 되고 있는가를 검증하는 것이다. 정부당국자는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제기되고 있는 법적 문제 및 그동안의 번역오류 등 사건에 비추어 이를 믿을 국민은 없다. 한미FTA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국민이므로 국민에게 한미FTA의 실상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제대로 소상하게 알리고, 우리 국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은 민주 정부의 의무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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