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네!'…롤링 스톤스, 레드 제플린, 콜드플레이

[화제의 음반] 시대 대표하는 공룡밴드들의 새 앨범

롤링 스톤스와 레드 제플린, 콜드플레이. 당대 최고의 슈퍼 밴드라 칭할 만한 이들의 신보가 나란히 발매됐다.

롤링 스톤스 [그르르!]

▲롤링 스톤스 [그르르!]. ⓒ유니버설뮤직
로큰롤의 시대를 열었던 공룡 그룹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가 데뷔 50주년을 맞아 새 베스트앨범 [그르르!](GRRR!)를 발표했다. 여태껏 낸 베스트앨범만 몇 장일지 모를 정도로 많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화석이 다시금 포효했다.

'로큰롤(Rock N' Roll)', 단 한 마디로 그룹의 정체성을 설명 가능한 이 밴드가 새롭게 발매한 베스트앨범은 지난 2002년 발표한 베스트앨범 [포티 릭스](Forty Licks)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형태를 갖춰 나왔다. 시디 2장짜리 버전에는 40곡, 3장짜리 버전에는 50곡이 수록됐으며, 시디 4장에 80곡을 담고 1963년 IBC 데모 당시 녹음한 트랙과 7인치 LP로 녹음된 BBC 세션 트랙까지 포함한 슈퍼 디럭스 에디션이 따로 발매됐다.

모든 에디션에는 신곡 <둠 앤드 글룸>(Doom and Gloom), <원 모어 샷>(One More Shot)이 포함됐다. 여전히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열기가 살아 있다. 롤링 스톤스는 [Forty Licks]에서도 신곡 4곡을 수록한 바 있다.

이 정도의 방대한 양이라면 '웬만큼 유명한 곡은 전부 수록됐다'는 말이 어울리겠으나, 이 밴드의 역사가 워낙 오래되고, 히트곡이 워낙 많은 탓에 이 설명도 사실 부족하다. 예를 들어 2시디 버전의 경우, 이 밴드가 데카(Decca) 레코드를 나와 70년대의 슈퍼밴드로 도약하던 시기가 명확하게 나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국내 음악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즉, 상대적으로 밴드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중요도가 덜한) <애즈 티어즈 고 바이>(As Tears Go By)와 같은 곡을 듣기 위해선 3시디 이상의 버전을 구해야만 한다.

이들이 활동을 시작한 50년 전, 즉 1962년은, 아직 LP 기술 활성화에 따른 앨범 단위의 듣기 개념이 완벽히 자리 잡기 전이었고, 가수들의 자작곡이 상식화되기 이전이었다. 이들의 데뷔앨범 역시 커버곡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런데 롤링 스톤스는 미디를 활용한 곡 작업이 일반화되고 미국도, 영국도 아닌 한국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유튜브를 지배하는 시대까지 살아남았다.

베스트앨범을 들으면 자연스레 영미권 주류음악, 즉 우리가 '팝'이라고 부르는 음악과 초기 로큰롤의 경계에서 밴드가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지배했는가를 알 수 있다. '세계 대중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한 곡의 노래' 등의 순위 놀이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록 팬의 성서와도 같은 노래 <(아이 캔트 겟 노) 새티스팩션>((I Can't Get No) Satisfaction)이나 언제 들어도 단순한 리프만으로 묵시록적 장엄함을 눈앞에 펼쳐주는 <김미 셸터>(Gimme Shelter), 노장이 시대의 흐름을 타고 살아남게 한 <미스 유>(Miss You)와 같은 곡은, 왜 흑인음악(블루스)의 정수를 흉내 내던 이들이 반백년 동안이나 세계 주류음악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는가를 여전히 웅변한다.

밴드 활동 50년. 상상하기 어려운 길을 이들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개척하며 여태껏 살아남았다. 반백년 간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았다. 이 앨범을 두고 인용할 만한 말은 단 하나,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해 2008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샤인 어 라이트>에서 젊은 시절의 믹 재거가 카메라에 대고 한 말이다. 이제 와선 너무도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우리가 2년이나 밴드 활동을 하게 될지 누가 알았겠어요?"

레드 제플린 [셀리브레이션 데이]

▲레드 제플린 [셀리브레이션 데이]. ⓒ워너뮤직
이름만 남은 슈퍼밴드 야드버즈(Yardbirds)를 이은 무명의 밴드가 이처럼 긴 시간 사람들에게 회자되리라곤, 당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등장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딥 퍼플(Deep Purple), 블랙 새버스(Black Sabbath)와 함께 '광음의 70년대'를 열어젖힌(보다 사실에 가깝게 말한다면 나머지 밴드를 이끈) 레드 제플린은 존 본햄(John Bonham)의 충격적 사망으로 지상으로 내려오기 전까지 데뷔와 동시에 줄곧 신전의 꼭대기에 머물러 있었다.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비틀스(The Beatles)로 인해 대중음악 팬의 중심이 십대와 이십대로 내려앉은 후 점차 밴드는 숭앙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는데, 레드 제플린은 이 현상을 확실한 사실로 만들었다.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의 보컬은 듣는 이를 압도했고, 지미 페이지(Jimmy Page)는 기타리스트를 신격화된 존재로 끌어올렸으며, 존 폴 존스(John Paul Jones)와 존 본햄은 밴드음악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누구보다 확실히 각인시켰다.

'헤비메탈의 원형'으로 불리울 만큼 대중음악계에 큰 영향을 미쳤던 레드 제플린의 존재감은, 한국 헤비메탈 태동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신화화된 레드 제플린의 '단 한 번의' 재결합은 2007년 대중음악계 최고의 뉴스였다. 이들을 세계에 등장시킨 아틀란틱 레코드의 설립자 아흐멕 어테건 추모를 위해 이들은 이 해 12월 10일,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재결합 공연을 가졌고, 이를 편집한 [셀리브레이션 데이](Celebration Day)가 영화로 개봉하기도 했다(국내에는 상영되지 않았다). 그리고 공연 실황이 5년이 지나서야 앨범으로 발매됐다.

나머지 셋이 나이 든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존 본햄의 자리에는 그의 아들 제이슨 본햄이 앉았다. 나이 든 후에도 왕성한 앨범활동을 한 로버트 플랜트의 모습은 팬들에게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60대의 공룡들이 다시 무대에 선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느낌이 든다. 이는 이들이 절정에서 해체한 후, 과거의 모습만을 남겼기 때문이다.

로버트 플랜트의 나이 든 목소리에 익숙한 이라면, 공연을 즐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이 들수록 오히려 더 멋이 묻어나는, 그럼에도 기력이 어느 정도는 쇠한 감을 숨기기 힘든 멤버들의 손과 목청을 통해 다시는 라이브로 만나지 못하리라 여겨지던 곡들이 생생하게 울린다. 이들을 상징하는, 나아가 록이 가장 정점에 올랐던 시기를 상징하는 노래들이 끊임 없이 쏟아진다.

여기에 압도적인 전율은 없다. 로버트 플랜트 역시 재결합 즈음 "우리가 진짜로 '라이브 에이드(Live Aid) 콘서트나 아틀란틱 40주년 콘서트에서 했듯이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오히려, 이들은 현현(顯現)함으로써 팬들이 신화화로 박제해놓은, 유물이 되어버린 레드 제플린의 족쇄를 벗고, 나이 든 노장이 '레드 제플린의 록'이라는 용광로를 차분히 어루만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여러 모로, 축하할 만한 날이었다.

콜드플레이 [라이브 2012]

▲콜드플레이 [라이브 2012]. ⓒ워너뮤직
(조소가 섞여있든, 그렇지 않든) 소위 말하는 '슈퍼 뮤지션'으로 불리는 이들의 조건은 단 하나다. '압도한다.' 앵거스 영(Angus Young)의 기타 리프 하나로 십만여 명이 동시에 몸을 뒤흔드는 모습, 보노(Bono)의 목소리에 수만 명이 동시에 황홀감에 취한 표정을 짓는 모습, 손짓 하나로 아이들을 기절시키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모습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슈퍼밴드는 콜드플레이(Coldplay)다. 누구나 <옐로우>(Yellow)를 따라 부르고, 남녀를 가리지 않고 황홀경에 취한 모습을 보인다. 처음 라디오헤드를 잇는 소박한 밴드로 출발했던 이들은, 어느새 '싱얼롱'을 유도하는 코러스를 가진, 거대한 사운드의 곡을 만드는 아레나 밴드의 지위를 차지했다.

[라이브 2012](Live 2012)는 2집 발매 후 발표한 [라이브 2003] 이후 9년 만에 나온 이들의 두 번째 라이브 앨범으로, 여전히 성공적 앨범인 [마일로 자일로토](Mylo Xyloto) 앨범 발매 후 지난해 6월부터 진행해 관객 300만 명을 끌어모은 세계 투어 중 프랑스 파리, 캐나다 몬트리올, 영국 글레스턴베리의 영상을 편집한 작품이다.

한 마디로 압도적이다. 영상이 압도적이고, 공연이 압도적이며, 사운드의 크기도 압도적이다. 아름답게 편집한 화면의 색감은 눈을 홀리고, 크리스 마틴의 보컬은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꿈과 같은 크기와 영상미가 DVD 영상을 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사로잡는다. 한국 아이돌 스타의 공연에서 볼만한 관객의 적극적 참여 장면 또한 이채롭다. 작정하고 영상을 위해 만든 공연이다. 이들에 대한 호오를 떠나, 이들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슈퍼스타라는 점을 부인할 근거는, 앨범 어디에도 없다.

매해 록 페스티벌 계절이 다가올 때마다 국내 팝 팬들은 특정 밴드의 이름을 환호한다. 그 정점에 있으며, 아직 내한이 이뤄지지 못한 밴드가 콜드플레이다. 영상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은, 결코 쉽진 않으리라는 것이다. 열광하는 이들은 너무 많고, 이들의 인기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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