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주의를 넘어 대학통합네트워크 건설로

[기고] 대학 통합, 대학 살리는 유일한 길

서울대와 지방 국립대를 통합하여 공동학위를 부여하는 '국립대통합네트워크'가 민주통합당의 공약화 추진으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학서열체제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국립대통합네트워크는 그 내용과 취지가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에 '서울대폐지론', '대학경쟁력 약화론'으로 융단폭격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교육혁신위원회가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제안하였다가 학벌주의자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아 침몰되었던 것을 연상케 할 정도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학서열화로 인한 교육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고 이에 비해 대학공공성과 대학체제개편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열망은 유례없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6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로 서울대학교에서 수험생들이 2012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를 치르기 위해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통합네트워크의 두 가지 동력

국립대통합네트워크(또는 대학통합네트워크)는 두 가지 요인으로 교육의 근본적 개편을 추진하는 교육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가장 핵심적인 정책이 되었다.

첫 번째는 우리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인 입시교육과 사교육을 폐지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대학서열체제가 존재하고 있는 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하여 학생들은 질식할 듯한 점수 경쟁에 매달리고 학부모는 사교육비를 감당하느라 허리가 휘고 있다. 이것이 한국교육의 현주소다. 아무리 입시제도를 바꾸어도 백약이 무효였으며, 대학서열체제의 타파만이 입시지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이 확인되어 왔다.

실제로 대학이 평준화되어있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입시교육, 사교육이 존재하지 않으며 학생 개개인의 발달을 향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나라의 입시제도는 대학입학자격고사(고고졸업자격고사)로, 입학자격고사를 통과한 학생들은 점수와 상관없이 자기가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고 있다. 대학통합네트워크는 바로 대학 서열이 없는 유럽식 대학체제로 전환하는 개편방안으로 제출되었다.

두 번째 배경은 취약한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학문발전의 토대를 재구축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립대 학생의 비율이 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으며 등록금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비싼 나라다. 국립대 또는 정부지원사립대의 비율을 높혀 등록금을 무상화 수준으로 낮추고 대학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여야 한다(OECD국가 중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여러 나라들은 등록금이 없다).

또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인해 학문과 연구는 기업의 요구에 종속되고 있고, 취업위주의 교육으로 전공과정이 왜곡되고, 기초학문의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 대학통합네트워크는 국립대와 일정한 조건이 되는 사립대로 구성하고 여기에 대해서는 국가의 재정지원을 대폭 늘려 대학 및 학문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입시경쟁교육-사교육과 결별할 수 있어

대학통합네트워크는 학생들을 공동선발하고 학점을 교류하며 공동학위를 부여한다. 대학통합네트워크는 학생을 대입자격고사로 선발한다. 대입자격고사는 점수, 등급으로 학생을 줄세우는 것이 아니라 합격과 불합격 두 가지로만 학생의 능력을 평가한다. 이 또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채택하는 보편적인 입시제도이다.

대입자격고사로 학생들은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 수능, 논술 여기에 최근에는 입학사정관제)이라는 입시제도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졸업 때에는 대학통합네트워크 명의의 공동학위가 부여되어 학벌 형성을 시작단계에서부터 막을 수가 있다. 대학통합네트워크와 대입자격고사가 도입되면 연 2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사교육비는 대부분이 사라지게 되고, 우리의 초중등교육은 입시경쟁교육으로부터 정상화될 수 있다.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극복해야

대학통합네트워크가 학문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하향평준화 될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 근거가 없다. 오히려 현재의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지양하고 학문과 연구역량을 대폭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이 대학통합네트워크이다.

대학의 학문발전과 연구역량을 강화하려 한다면 첫째, 지금과 같은 스펙 쌓기 교육으로 교양과 전공과정이 왜곡되는 것을 중단시켜야 한다. 둘째, 연구기반이 취약하여 학문연구와 연구자 재생산에 고립분산성과 수공업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대학원체제를 개편하여야 한다.

대학통합네트워크는 이를 위해 대학 1학년에 국립교양과정을 운영, 교양교육을 강화하여 기초학문을 발전시키고 둘째, 대학원을 권역별 네트워크로 구성하여 협력과 전문화, 특성화를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통합네트워크는 대학들끼리 '우물 안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네트워크를 통한 학문과 연구역량의 발전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학통합네트워크는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 취약한 현재의 대학체제를 개편하여 학문과 연구역량을 발전시키는 방안이다. 서울대의 경우 대학통합네트워크에서 서울지역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기능하면서 대학원 단계에서 연구와 학문 발전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수 있다. 이는 대학원 중심대학이라는 서울대의 발전방향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학벌주의에 입각한 선동은 사라져야

이제 우리는 '대학서열체제-입시경쟁교육-사교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부터 탈출하여야 한다. 대학통합네트워크는 우리교육의 핵심 문제를 해결할 사실상 유일한 길이다. 따라서 대학서열체제로부터 대한민국이 벗어나고 대학의 기초학문과 연구역량이 발전되기를 진실로 원한다면, 서울대 중심주의나 학벌주의적 인식에 기초한 폄하와 선동을 중단하고 대학통합네트워크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현실화를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