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파업 참여' 이유로 이상호 아나운서 강제 하차

김현태, 최승돈, 이재후 아나운서는 런던 올림픽 못 가

KBS가 1TV <세상은 넓다>를 진행하던 이상호 아나운서를 파업 참여를 이유로 강제 하차시킬 방침이다. 김현태, 최승돈, 이재후 아나운서에게는 일찌감치 런던 올림픽 출장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KBS 새노조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강행할 경우 관련자들을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상은 넓다>를 진행한 이상호 아나운서 조합원(사진 왼쪽). ⓒKBS 홈페이지 스크린 캡처

이상호 아나운서, 파업 이유로 프로그램서 쫓겨나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김현석)와 아나운서 조합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KBS는 <세상은 넓다>의 담당 PD를 통해 프로그램 녹화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이상호 아나운서에게 '녹화일에 복귀하지 않으면 파업이 종료된 후에도 복귀가 어렵다'는 사측의 입장을 문자메시지로 전달했다.

이 아나운서는 지난 6일 KBS 새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부터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날 녹화에도 불참했다.

새노조에 따르면 KBS는 새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다음 날인 지난 7일에도 사내 게시망을 통해 "파업 중인 아나운서는 파업이 종료돼도 프로그램에 돌아올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특정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특정 아나운서에게만 연락이 온 것은 처음이다.

이와 관련, 이 아나운서는 "진행하는 3개의 프로그램 중 오직 <세상은 넓다>에서만 하차 소식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이 아나운서는 지난 2008년 12월부터 <세상은 넓다>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내레이션, KBS 1라디오 <라디오24시> 진행을 맡고 있다.

현재 새노조 조합원인 아나운서 19명 중 아나운서의 얼굴이 대중에 각인될 정도로 주요 진행자인 조합원은 이 아나운서가 유일하다.

박노원 새노조 아나운서실 중앙위원은 "지난 2010년 파업 때는 종료 후 약간의 진통은 있었으나 아나운서 조합원 모두 곧바로 자기 프로그램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런던 올림픽서 이재후 아나운서 목소리 못 듣나

한편 KBS의 간판 스포츠 중계 아나운서인 김현태, 최승돈, 이재후 아나운서는 런던 올림픽 중계에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새노조에 따르면 KBS 아나운서실은 최근 이들 파업 아나운서에게 "런던 올림픽에 파견할 수 없다"고 지시했다. 올림픽 중계에 참여할 방송 스태프들은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미리 AD카드를 신청해야 한다. 이 신청자 명단은 KBS 스포츠국이 취합한다. 유독 3명의 파업 아나운서만 배제된 셈이다.

새노조는 "파업 중인 스포츠국 PD와 기자 조합원은 모두 문제 없이 AD카드를 신청했다"며 "아나운서실에서는 부사장이 (새노조 아나운서들의) AD카드 발급을 막았다고 하고, 부사장은 자신이 막은 적이 없다고 한다. 김인규 사장이 직접 지시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아나운서가 적극적인 조합원 활동을 이유로 강제 하차당했으리라 추정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이재후 아나운서는 지난 2010년 파업 후에도 <비바K리그>에서 중도 하차한 바 있다.

박 중앙위원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런던 올림픽)에 불이익을 줘, '지금 방송하는 아나운서는 앞으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압박을 가한 셈"이라며 "특정 아나운서 조합원을 본보기로 삼아 전체 파업 조합원에게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KBS 홍보실은 "방송 진행은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며 "약속을 파기하고 파업에 돌입한 이상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건 원칙"이라고 밝혔다.

런던 올림픽 신청 거부 건에 대해서는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공문이 내려간 적 없다"며 "올림픽 중계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로 파업이 장기화될 상황에 대비해 아나운서 교체 필요성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PD, 기자, 기술직 등 다른 파업 조합원을 제외하고 유독 아나운서 조합원의 AD카드 신청만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AD카드 신청 기한이 마감된 게 아니"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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