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2일 '맞춤형 재벌개혁 로드맵'을 발표했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두산 등 상위 10대 재벌을 사실상 해체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경제력 집중 완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보호',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터널링) 방지' 등 세 가지 과제 가운데 첫 번째를 주로 다뤘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이 보고서에서 "최근 재벌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었으나 그 대안은 대단히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예컨대 민주통합당이 '재벌세'로 언급한 '업무무관 계열사 출자금에 대한 과세'의 경우, 실제로 영향을 받는 재벌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게다. 규제 한도를 40%로 하는 출자총액제한 역시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또 각각 다른 목소리로 나오는 재벌 개혁 과제가 때론 상충한다는 점 역시 문제다. 이 보고서는 재벌 개혁 방안으로 흔히 거론되는 '출자총액제한 제도'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정책 효과 면에서 서로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결국 상위 10대 재벌 각각의 특성을 고려한 개혁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언급한 '맞춤형' 개혁이 각각의 재벌을 겨냥해 새로운 법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현존하는 법 취지를 정확히 반영하는 법 개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재벌을 효과적으로 개혁하자는 것.
"금융지주회사 요건 변경…삼성그룹 분리, 이재용이 삼성전자에서 손 떼는 효과"
재계 1위인 삼성의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려면 금융지주회사법에 규정된 금융지주회사의 요건을 현행 '최대 출자자'에서 '최대 법인출자자'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지배 아래 있는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소유하고 있지만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금융지주회사로 규정되지 않고 있다"며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바꾸면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로, 삼성생명은 그 자회사로 돼 비금융회사인 삼성전자는 매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등 금융 부문과 삼성전자 등 제조업 부문으로 나뉜다. 이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을 법률적으로 상실한다.
현대차 그룹은 순환출자가 핵심적인 문제로 거론됐다. 현대차 그룹은 변형된 형태의 순환출자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현행 법 취지에 따라 이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현대차 그룹은 일부 계열사를 매각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SK그룹 등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재벌에 대한 개혁방안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현행 지주회사 규정은 총수의 지배력 확대를 결과적으로 방조하고 있다, 자회사 지분을 40%(상장회사 및 벤처회사는 20%) 이상만 보유해도 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한 현재 규정을 80%(상장회사 및 벤처회사는 40%)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부채비율 한도 200%도 99년 지주회사가 허용된 당시인 100%로 환원해야 한다"라는 제안도 담겼다. 이렇게 되면, "SK, LG, GS 등은 상당수 자회사를 매각하게 돼 결국 분리될 것"이라는 게 이 공동대표 측의 설명이다.
"재벌개혁, 야권연대 좌우하는 결정적 기준"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서는 '부활 및 강화'를 주장했다. "출총제 기준을 폐지 직전의 순자산총액의 40% 수준이 아니라 당초 기준인 25%로 할 경우, 41%를 출자하고 있는 6위 현대중공업, 43%를 출자하고 있는 9위 한화그룹은 곧바로 분리대상이 된다"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민주통합당이 제시한 '재벌세' 역시 롯데, 한화, 한진 등 일부 재벌에 대해서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 등 상위 4대 재벌에 대해 실질적인 효과가 없을 뿐이라는 게다.
이 공동대표는 이런 재벌개혁 방안을 야권연대의 핵심의제로 민주통합당에 제안했다. 그는 "정책연대에 기반한 야권 연대를 좌우하는 결정적 기준이 재벌개혁이 될 것"이라며 "민주통합당의 진지한 검토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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