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세무소송 중단으로 KBS에 1900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된 정 전 사장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해 무죄를 확정했다.
검찰, 법정서 패배 확정
정 전 사장은 지난 2005년 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수년 간 벌여온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556억 원을 환급받고 소송을 취하했다.
이에 검찰은 소송 취하에 따라 추가로 1892억 원을 더 받을 수 있었음에도 직무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8년 정 전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과 2심 모두에서 "회사 이익에 반하는 불합리한 내용의 조정안으로 무리하게 조정을 추진했다는 공소사실이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합의로 분쟁을 종결하는 법원의 조정 절차에 응한 데 대해서는 끝까지 소송을 이어가서 회사 이익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배임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전 사장은 그러나 지난 2008년 부실 경영과 인사 전횡 등을 이유로 해임요구를 한 감사원 결정 이후 이사회를 거쳐 해임됐다. 사실상 관련 재판이 정 전 사장 해임에 상당한 근거를 제공한 셈이다. 당시 정 전 사장 인사를 두고 이명박 정부의 노무현 정권 인사 솎아내기라는 비판이 거셌다.
정 전 사장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해임 무효 판결을 받았다. 현재는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정연주 "정치 검찰 실체 온 몸으로 경험"
정 전 사장은 판결 소식이 알려진 직후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 인간을 파렴치한 중죄인으로 몰아세우면서 인격을 살해하고, 또한 '강제 해임'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함부로 남용되었던 정치 검찰의 무모한 권력 행사에 대해 법원은 진실을 밝히는 판결을 통해 엄중한 심판을 했다"고 재판 결과를 환영했다.
정 전 사장은 특히 자신에 대한 검찰의 대응을 '정치 검찰'로 규정, 이들의 과도한 대응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치 검찰의 올가미는 너무나 혹독하여, 당해보지 않으면 그 실체를 알 수가 없다. 지난 3년 반 동안 나는 온 몸으로 경험했"다며 자신의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관계자들이 이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전 사장이 검찰을 정치 권력으로 지칭한 이유는 관련 배임 혐의가 그의 해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행동이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노무현 인사 몰아내기'의 결정적인 열쇠가 됐다는 얘기다.
그는 "'배임' 혐의는 2008년 8월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나를 KBS 사장 자리에서 강제해임할 때 핵심 요인이 되었다"며 "이제 그 범죄 혐의가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되었으니, 나의 '강제해임'은 무효화되어야 하며, 아울러 나의 강제해임 과정에 책임이 있는 권력기관과 관련된 인사들은 마땅히 사과하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정 전 사장은 KBS 이사 교체 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그가 과거 국회에서 공언했듯이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작년 3월 17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청문회 당시 최 위원장은 '최 후보자가 과거 국회에서 정 전 사장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 받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발언한 일이 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는 전혜숙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적절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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