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0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공개대상 1831명 중 67.7%인 1239명이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었다. 고위공직자 중 29%, 국회의원들 중 38%가 직계존비속에 대한 재산공개를 거부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다.
고위공직자 가운데 부동산 부자들이 허다한 가운데 국회의원들의 활약상이 눈에 띈다. 25일 국회가 공개한 '2011년도 국회의원 재산신고 현황' 자료를 토대로 수도권에 아파트, 주택, 상가, 근린시설, 빌딩, 토지 등 부동산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수도권에 2건 이상 10억원이 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모두 71명(현역 296명 중 24%)으로 조사됐다. 한나라당 소속이 46명으로 단연 많았지만 야당의원들의 숫자도 결코 적지 않았다. 입법부를 제외한 다른 국가기관 소속 고위공무원들의 부동산 재테크 솜씨도 국회의원들을 능가하면 능가했지 국회의원들 보다 못하지는 않았다.
사회지도층(?)이 부동산 양극화를 부추겨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줄어든 중산층, 사는 것이 언제나 팍팍한 서민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난과 물가급등, 실업난 등으로 인해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데 고위공직자들의 자산은 착실히 늘어난 셈이다. 그것도 고위공직자들이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통해서 말이다. 고위공직자들 중 상당수가 부동산 부자라는 사실은 매우 다양한 사회적 함의를 지닌다.
부동산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진단할 수 있겠지만, 자산분포의 편중도 혹은 사회적 양극화 측면에서 관찰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속살을 직시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우선 자산분포의 편중도 차원에서 부동산 문제를 살펴보자. 2006년 10월 정부에서 발표한 '2005년 토지소유 현황 통계'를 보면 2005년 말 기준 우리나라 땅부자 가운데 상위 10%(약 500만명)가 차지하고 있는 토지 면적은 전체 개인 소유 토지의 98.3%이며, 상위 1%(50만명) 소유의 땅은 5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소득분포나 자산분포의 편중도를 표시하기 위한 지표로서 지니계수를 사용한다. 지니계수의 값이 1에 가까우면 편중도가 높고, 0에 가까우면 편중도가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현실적으로 소득분포나 자산분포가 완전불평등인 1이나 완전평등인 0에 해당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으며 대체로 1과 0 사이에 위치한다.
상기 정부의 통계를 기초로 하여 토지 소유 세대만으로 지니계수를 계산하면 면적 기준으로 0.811, 가액 기준으로 0.644가 되고, 토지를 소유하지 않는 세대까지 포함하여 계산하면 지니계수 값이 더 커져서 면적 기준으로 0.887, 가액 기준으로 0.787이 된다. 이 때 토지는 개인이 소유하는 민유지를 가리킨다.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김윤상 교수 계산) 우리나라 소득분포의 지니계수가 0.3 전후이고, 금융자산 소유분포의 지니계수가 0.6 전후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토지소유 분포의 편중도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알 수 있다.
극악한 토지소유 불평등은 자산 양극화로 귀결된다. 남상호(2007)에 따르면 1999년에는 상위 1%계층의 자산 점유율이 9.7%였는데 2006년에는 16.7%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범위를 좀 더 넓혀 상위 10%계층의 자산 점유율이 1999년에는 46.2%였는데 2006년에는 54.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구 순자산의 불평등도를 구성요소별로 분해해 본 결과 부동산 자산의 불평등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2006년의 경우 순자산중 부동산이 약 93%, 금융자산이 약 12%의 불평등도를 높인"것으로 드러났다. 즉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 최대 현안인 사회적 양극화의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인 자산양극화가 토지(부동산)소유의 극단적인 불평등 및 토지가치의 사적 전유(專有)에서 비롯된 것이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부동산 양극화는 사회적 양극화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과제다. 그런데 지금처럼 고위공직자들 중 다수가 부동산 부자인 한 이들에게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성 싶다. 법률을 제정하고 집행하고 적용하는 이들이 처처(處處)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들의 이해와 상반되는 법률을 제정하고 집행하고 적용할 수 있을까?
부동산 문제 해결에 국민이 나서야
기실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정책 패키지는 이미 큰 틀에서 마련되어 있다. 공급정책(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공급방식), 수요정책(보유세, 개발이익 환수장치 등), 주거복지 정책(맞춤형 임대주택의 지속적 공급), 미시적 금융정책(LTV, DTI관리), 부동산 시장투명화 정책, 민간 임대시장 정상화 정책(민간 임대시장 분석, 임대료 적정 수준 환수, 임차인 보호 장치 마련 등)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부동산 부자들이 고위공직자에 취임할 때를 대비한 정책수단도 있다. 부동산 백지신탁제가 그것인데, 이 제도의 골자는 재산 공개 대상인 고위 공직자가 실수요임을 해명하지 못하는 토지는 백지신탁을 해 당해 공직자가 퇴직할 때 그 토지의 시가와 매입가의 원리금 중 낮은 금액을 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위공직자 후보자 중에서 소유한 부동산이 많아서 낙마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정책설계와 집행의 신뢰성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주지할 것은 위와 같은 제도들을 입법화하고 집행할 힘은 오직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위에서 열거한 제도들을 현실화시키라고 정당들을 압박할, 위에서 열거한 제도들을 제도화하겠다고 자임하는 정당에게 권력을 줄 수 있는, 그리고 위의 제도들을 성실히 집행하는 정부를 지탱할 주체는 국민뿐이다. 부동산 문제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당하고 있는 국민만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힘을 조직할 수 있다. 구원은 국민들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 안에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