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경제 살리기', 성공할까요?"

['이명박 시대'를 맞으며]

저는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입니다. 17대 국회 첫 해에 국회에서 국정감사와 관련된 일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공부를 하는 동안에도 이번 노무현 정부에서 등장했던 많은 경제 의제에 대해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를 보면서 '경제 살리기'라는 구호가 아무런 비판 없이 모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서는 모습이 제가 하는 공부와 연관해서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사실 이명박 당선인에게 '경제 살리기' 구호는 가장 큰 무기이자 가장 큰 위협입니다. 자신에게 던져지는 기대인 동시에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을 경우 노무현 정부보다 더 가차 없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되리라는 것을 아마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노무현 정부는 등장할 때부터 여러 정치, 경제 개혁 의제를 가지고 나타났지만 이명박 당선인에게 나머지 경제 이외의 나머지 의제는 부차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제게는 사실 처음부터 이명학 당선자의 7% 경제성장률 구호가 위험하게 들렸지만, 그동안의 선거는 그 공약의 장단을 한 번도 심도 있게 토론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게 다 'BBK 의혹' 덕분이지요.
  
  지난 50년간 경제성장에 대한 수많은 학자들의 이론이 만들어졌지만 대략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를 통해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첫째, 자본,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을 증가시켜서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 "둘째, 같은 생산요소에서 생산성을 증가시켜서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 생산성을 늘리는 방법에 교육이나 연구개발(R&D) 같은 방법이 제시되기는 했습니다만 정확히 어떤 방법이 생산성을 증가시키는지는 아직 토론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두 번째 과제입니다. 최근 자금의 초과 공급 상태는 부동산 시장, 주식 시장에서의 거품이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자원이 부족해서 성장을 못하는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생산성을 늘리는 것이 필요한데, 이게 단기간에 가능한 과제라고 보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교육을 통해 인적 자본이 훌륭하게 준비된 인력이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문제나 R&D를 통해 기술력을 증가시키는 문제는 1, 2년 안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겁니다.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세간의 기대가 경제 살리기에 모아져 있지만, 지금까지 그 구체적 내용은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오히려 많은 구호들이 첫 번째 문제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아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지금의 한국 경제에서 높은 성장을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한국은 지금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의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극화를 해결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무척 당황했습니다. FTA야말로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성 증대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세밀한 분석을 통해 정부의 R&D 지원 같은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FTA가 기술력을 갖지 못한 노동자에게 얼마나 가혹한 영향력을 가져오는지는 이미 많은 연구에서 증명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내수 부족은 단기간에 회복이 쉽지 않습니다. 김대중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의 그림자는 100조 원 이상의 가계부채로 연결되어 수많은 저소득층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이 예고되어 있고, 해외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부진이 예상된 시점에 이명박 당선인이 도대체 어떤 프로그램으로 경기부양을 시도할지 경제학을 공부하는 저로서는 궁금하면서도 의구심을 갖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프레시안> 같은 언론은 이런 부분을 끈질기게 지켜보고 물음을 던져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단기간의 경기부양을 위해서 김대중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 같은 것을 반복한다면 국가의 채무 위기를 수십 년간 유지한 건전한 재정으로 버텼던 1997년 외환 위기와는 달리 가계부채의 덫에서 허덕거리는 저소득층을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빠뜨리게 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명박 당선자의 성패를 좌우하는 첫 번째 시험대는 공공부문의 개혁에서 올 것입니다. 제가 경제학을 전공하는 신자유주의자냐 아니냐를 구분하기 전에 우리의 공공부문이 좌나 우 모두에게 비효율적인 집단으로 인식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작 이후 벌써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시장에서 담당할 수 있는 기능을 정부가 대신하고 오히려 시장에서 구조조정의 차디찬 현실을 마주치고 있는 저소득층에게 정부의 비효율성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나태로 보일 뿐입니다.
  
  산업은행 민영화 같은 공공부문의 합리적인 개혁은 (산업은행과 금융 공기업의 행태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습니다.) 민간 부분의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지탱할 수 있는 당위성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노무현 정부가 정부에 만들어 놓은 비효율의 늪은 이명박 당선인이 상대하기 그리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이명박 당선인이 이런 벽을 넘고 고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6~7% 성장을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저소득층이 느끼는 심리적인 경기회복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사실 GDP 성장률이 높다는 것은 서민에게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당장 나의 소득에 안정이 오지 않는 이상 오히려 고성장은 상대적 박탈감만 더 크게 할 뿐입니다. 어쩌면 여기서 진보 세력의 가능성이 있을지 모릅니다. 다시 재벌 위주의 성장이 재현된다면, 진정으로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할 저소득층은 개혁을 내건 이명박 정부에게 희망을 걸지 않을 겁니다.
  
  너무 경제학에 관련된 이야기만 했군요. 그냥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프레시안>에서 1) 무리한 경기부양정책을 충분한 토론 없이 추진하는지, 2) 지금의 성장 관련 정책이 정말 저소득층의 체감 경기 개선에 도움을 줄지. 계속 지켜보시고 문제를 던져주셨으면 하는 부탁입니다.
  
  사실 당선자의 첫 일성이 민주화시대가 갔고 신발전의 시대가 왔다는 지적을 달리 표현하면 우리에게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시킨 87년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선언이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1997년 외환 위기가 끝나고 지난 10년 동안 준비됐던 변화일지 모릅니다. 우리의 일상은 너무 세계화되어 국내 정책의 한계가 너무도 명확해져버렸고,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가지는 한계, 대통령이 한 번의 임기만을 끝내고 나감으로써 장기적인 정책을 준비하지 못한는 한계가 너무도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성장론을 연구하는 학자들 가운데 한 나라의 제도가 얼마나 효율적인가에 따라 그 나라의 경제성장과 발전이 좌우된다는 이론이 나와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즉, 선진국의 제도가 개발도상국에 비해 자원을 분배하고, 의사결정을 촉진시키는데 효율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지요. 그 주장의 타당성은 경제학자들이 앞으로 몇 년 동안 논쟁을 통해 정돈해야하는 일이지만,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은 한국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될 거라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에 너무도 허무하게 써버렸지만, 4년 중임으로의 개헌은 사실 87년 체제가 다른 체제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여러 필요성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이보다 훨씬 많은 변화를 이미 진행시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과연 어떤 제도가 우리에게 필요한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건 분명합니다.
  
  87년 체제 대신 다른 체제로 바꿔야 한다면 그 체제가 좀 더 풍부한 변화의 틀을 담아내려면 앞으로 엄청나게 많은 토론이 필요할 것입니다. 보수나 진보 모두 이제 다시 경쟁의 시작입니다. 이 새로운 체제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치열하게 해서 새로운 그릇을 설득력 있게 내놓았을 때, 그 세력이 또 다른 변화를 기획하고 주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정하기 싫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명박 정부의 등장은 변화의 신호입니다. 과거의 프레임을 또 다시 반복한다면 이번에 패배한 민주화 세력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그들의 치열한 고민을 기대합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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