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자유주의 연대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이다"

['이명박 시대'를 맞으며] '이념' 대신 '생활'에 주목하자

이번 대선을 중심으로 시대정신이 무엇이냐는 논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선거판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프레임'이 무엇이냐는 논쟁이 치열합니다.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묻지 마' 지지의 성향이 어디서부터 출현한 묻지 마 지지인가 생각해 봅니다. (정말 '묻지 마'일까?)
  
  일차적으로는 대중 심리의 진폭이 크게 출렁거리는 한국의 정치 지형도에서 이전의 큰 쏠림에 대한 반대급부 요인이 큰 것 같습니다. 한번 바꿔보자!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국가에서 평등을 중심으로 하는 진보 쪽으로 몰려갔던 대중의 심리가 경제 발전을 강조하는 보수 쪽으로 쏠리는 형국입니다.
  
  보수가 충분히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향후 5~10년 뒤에는 다시 진보 쪽으로 기회를 주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 진폭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발전 수준이 높아지고 나라가 더욱 잘 살게 된다는 가정 하에서 자유와 평등의 전체 파이는 커질 것이고, 그 대중 심리의 진폭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만큼 치열한 정쟁도 줄어들겠지요.
  
  정치적, 윤리적 호불호를 떠나서 지금 상황은 이데올로기적 진보보다는 일상에서의 혁신을 더 지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박의 장점은 일상에서의 혁신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보여준 이명박이 가진 윤리 문제와 불법 기업 활동에 대한 놀라운 관용의 근거는, 국민들이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그의 가시적인 혁신 능력을 사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시장 시절의 청계천, 버스전용차로 등의 성과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물증이 되고 있지요.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김대중 정권 때의 경제 위기 극복, 노무현 정권의 과거 청산과 개혁 성과들이 작은 것이 아님에도, 국민들은 일상에서의 가시적인 혁신과 선진국 진입만을 갈구하는 것 같습니다.
  
  성질 급한 대중은, 빨리 다음 발전 단계를 추진할 사람을 미는 것 같습니다. 이회창 씨가 반대급부 이데올로기의 더 극단 노선을 들고 나왔지만 지지도는 지지부진합니다. 핵심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것이죠. 87년 체제 (민주 대 반민주)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 중심의 정치 체제도 흔들거립니다.
  
  일상에서의 혁신은 사실, 노무현 정권의 핵심 의제 중 하나였습니다. 국정홍보처의 노력으로 알게 된 것이지만, 혁신은 모든 정부 기관의 모토였습니다. 정부와 일을 해보면 과거에 비하면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혁신적인 것은 정부 관료, 재벌, 지식인 등 기득권 세력의 반대가 만만치 않게 따라옵니다. 그렇게 때문에 세련되지 못하면, 매도당하기 십상입니다. 하물며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 기득권 세력이 엄연히 살아있는 현실에서 더욱 그랬어야 하지 않을까요?
  
  세련되게 하지 못할 바에야 욕심을 버리고 보다 개혁 과제들을 천천히 추진했어야 합니다. 세련됨의 핵심은 반대파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나눈 (무조건 반개혁 기득권층으로 매도한) 1%의 국민의 극렬한 저항을 (무조건 순수하고 진보적이라고 규정한) 99%를 동원해 힘으로 누르려는 전략은 실패하고 만 것입니다. 그 1% 안에도 진보적이었던 여론 주도층이 속해 있고, 99% 안에도 1%와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계층이 상당수 있습니다. 옳았던 방향인 만큼, 확신을 가지고 어르고 달래면서 나갔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다양한 분야에서의 혁신과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는 노무현 정부가 한반도 현실에 기반을 둔 개혁 진보 정신을 구현하고자 했다는 진정성을 이해하지만, 현실 인식의 치열성에서 부족했고, 정책 구상 능력이 떨어졌으며, 가장 핵심적으로는 진보 진영 내부를 설득할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패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그 정도로 강하게 추진할 마인드가 있었다면, 진즉에 국내의 정치 경제 운영도 상당히 전향적으로 할 수 있었을 텐데, 지난 5년간 정책에 총체적인 일관성이 없었고 시간을 너무 잃어버린 것입니다. 국내 정치 분야에서 집권 초기에 가지고 있던 이데올로기적 한계를 충분히 극복하지 못하였고, 그로 인해 그간의 통치 기간 내내 통치 철학의 혼란이 계속되었으며, 이는 결국 통치 행위 전반에 대한 재동의를 얻는 데 실패하는 것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제 관점으로는 국제 통상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이었던 뉴스는 한미 FTA 추진이었는데, 사실 이것은 모두를 놀라게 한 정책이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다니! 이런 생각의 전환을 국내 정치에서 일찌감치 일관되게 보여주면서 진보 진영의 정책적 진보를 이끌어 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합니다.
  
  요새 대선 결과를 분석하고 진보 진영의 대안을 모색하면서 반신자유주의를 중심으로 새롭게 전선을 짜야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입니다. 반신자유주의의 길은 뚜렷한 대안 제시가 없는 상황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정치 지형도 안에서 반신자유주의의 독보적인 기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가요? 실현가능한 대안이 없는 이데올로기는 국민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할 것입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이데올로기적 진보를 주창하기보다는 일상에서의 혁신의 능력을 보이는 그룹이 더욱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데올로기는 없을 수 없는 것이니, 정치하는 사람들의 책임은 좌나 우나 할 것 없이 일상에서의 혁신을 담보하는 이데올로기, 현실 적합성이 강한 진보된 이데올로기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하는 것이 숙제일 것입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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