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동시장, 임금인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中國探究] 근본부터 요동치는 중국 노사관계

최근 중국의 해외투자 기업에서 벌어진 일련의 파업 사건과 노동자들의 자살 시도 사건 등이 임금 인상으로 귀결되면서 일단 표면적으로는 안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2번의 투신자살 사건을 일으켰던 푸스캉(富士康)은 두 차례에 걸친 임금 조정을 통해 기본급을 122% 전격 인상했으며 일본 자동차 기업인 푸어산(佛山)혼다 등도 즉각 30%에 달하는 임금 인상에 합의하였다.

사실 중국은 2008년 노종자 친화적인 <노동계약법>을 발표하면서 최저 임금을 명문화하였고 농민공으로 불리는 중국의 노동자들도 임금 인상의 기대가 매우 컸었다. 그러나 이어진 금융위기로 인해 인민폐 1100 위엔을 돌파하기가 어려웠다. 이 임금은 해외 투자 기업이 집중된 광뚱(廣東)이나 선쩐(深圳), 푸지엔(福建) 등지 도시들의 물가 상승과 주택비용을 고려한 최소 생활비 2,000 위엔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 회복 추세와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세 유지로 올해 들어 중국의 각 성시에서는 최저 임금에 대한 인상이 이루어졌다. 많은 지역에서 20%이상, 푸지엔 성은 45.8%나 최저 임금이 인상되었다. 여기에 기업별로 임금에 대한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과거와는 다른 변화가 중국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큰 폭으로 이루어진 중국의 임금 인상 러시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단순히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위해 파업을 하고 그 결과로 임금 인상을 성취하는 단순한 노사관계의 변화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중국 시장의 변화를 태동하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인지에 대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 최근 대규모 파업이 일어난 증국 푸어산(佛山) 혼다 공장 노동자들의 모습.

우선 중국 경제성장 패턴 변화의 불가피성에 유의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을 배경으로 대량의 해외직접투자 유입을 통해 수출주도형 고도경제성장을 지속해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소위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라는 자본주의 경제 구조를 도입하였고 여기에는 농촌 호구를 가지고 도시에 취업하는 약 2억 명 농민공들의 저임금 구조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 정부도 이 구조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내수 중심의 경제 성장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수 시장을 진작하려면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심화는 도농 간 소득격차를 확대시켰고 중국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현재 농민공 중심으로 인력 자원이 배치된 도시 기업 노동 시장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호구제도 개혁이 핵심이긴 하지만 도농 간 노동이동성도 증가될 것이며 이에 다른 다양한 문제가 또 출현할 수 있다.

둘째, 이번 임금 인상러시는 단순한 근로자의 임금 인상에 그칠 수 없다. 중국의 임금은 기본급과 잔업 수당 그리고 각종 복지 후생비로 나뉘어져 있다. 일단 기본급을 인상하게 되면 잔업수당의 인상이 불가피하며, 연쇄적으로 각종 복지 후생비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만일 수출에 의존해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부품 공급상이나 수출품에 임금 인상분을 전가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당연히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게 되고 부품 시장과 글로벌 시장의 연쇄 인플레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여기에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6월 19일 인민폐 환율을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선언을 하였다. 유연한 적용이란 현재 시점에서는 인민폐 절상을 간접적으로 비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연 인민폐 절상을 하면서 세계의 공장으로 경쟁력도 유지하고, 노동자들의 임금도 인상하고 내수를 진작시키면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다. 결국 사회주의와 시장경제의 결합이라는 논리적 이율배반이 다시 대두되고 있으며 향후 이 문제는 계속 중국정부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셋째, 중국 노동자들의 행동패턴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내면적으로는 임금 인상을 추진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흐름이 있기는 하지만 노동자들이 단체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은 과거 중국 노동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는 많은 농민공들이 80년 이후 또는 90년 이후 출생한 신세대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과거 세대와는 달리 자아의식이 강하며 인터넷 정보나 핸드폰 등을 통해 정보화 사회의 중심에 서있는 세대다. 이들이 적어도 부당한 대우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딸기족'이라는 말로 이들의 나약함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현대를 사는 어느 젊은이가 자신의 노력이 반영되지 않는 미래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겠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마르크스가 바로 노동자들이 착취를 벗어나기 위해 자본가를 타도해야 한다는 사회주의 혁명의 정당성 논리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노동자들은 컨베어 벨트 앞에 톱니바퀴처럼 서있다. 마르크스의 논리대로라면 노동자 국가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제 중국에서 노동자의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중국 정부도 내수 시장 촉진을 위해 임금 인상을 용인하고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한없이 커지는 것을 좌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정부가 통제하기는 하지만 노조를 의미하는 꽁후이(工會) 조직의 활동도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련의 움직임은 단순한 임금인상으로 귀결될 문제는 더욱 아니다. 기존 중국 발전 모델에서 '노동자-사용자-국가' 관계가 근본적인 변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은 여전히 새로 보고 연구해야 할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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