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재정경제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금융서비스 분야 협상 개시를 앞두고 8일 오후 한미 FTA의 금융 분야의 협상 초안을 놓고 실무회의를 가졌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한미 FTA 금융서비스 분야 협상의 최대 쟁점은 국경간 거래(해외고객 대상 금융서비스)와 신(新) 금융서비스 시장의 개방, 금융시장 개방의 방식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마련한 금융서비스 분야 협상 초안에는 '해외고객 대상 금융서비스'의 개방에는 신중하게 대처하고, 아직 우리나라에 들어온 적이 없는 파생금융상품 등 '신(新) 금융서비스' 시장은 미국과 싱가포르 간 FTA에 준하는 수준에서 개방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같은 초안 내용은 재경부가 지난 2월 16일에 열린 제6차 대외경제위원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한 '한미 FTA 분야별 영향 및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담겨 있는 내용과 거의 흡사하다.
허영구 '미국은 한국 금융시장에서 이익 빼나가는 게 목적"
미국과의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데 이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과정에서 급격히 확대된 금융서비스 시장의 개방이 사실상 100% 수준으로 완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한미 FTA가 금융서비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지 개방수위를 한 차원 높이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 FTA를 체결해 얻고자 하는 '진짜 이득'은 한국시장에서 금융서비스를 공급해 벌어들일 영업이익이 아니라 연기금, 퇴직연금, 우체국, 농·수·축협 등에 묶여 있는 수천조 원 규모의 금융자산이라는 것이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겸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8일 전국 증권산업 노동조합이 개최한 "1차 임금단체협약 투쟁교실'의 초청강연에서 "한미 FTA와 관련해서는 여론이 농업과 스크린쿼터 문제에 집중돼 있으나 사실 한미 FTA의 핵심은 200조 원 규모의 연기금을 비롯해 퇴직연금, 농·수·축협, 우체국, 새마을금고, 사채시장 등 총 1000조~2000조 원 규모의 금융 분야"라고 주장했다.
허 부위원장에 따르면 미국은 9000조 달러에 달하는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면서 전처럼 '시뇨리지', 즉 달러 주조차익을 얻기 힘들어졌고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대미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달러 재활용'도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부채 문제를 해결할 다른 묘수를 찾아나서게 됐고, 그런 묘수들 중 하나가 바로 "한국과 FTA를 체결해 한국시장에서 직접 초과이윤을 착취하는 것"이라고 허 부위원장은 지적했다.
황영기 "농산물은 운반에 시간이 걸리지만 금융은 빛의 속도"
한편 이날 우리은행의 황영기 행장은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전개될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한 준비가 대단히 부족하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황 행장은 우리은행의 '5월 월례조례'에서 "(한미 FTA의 체결로 금융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면) 우리은행에서 예금을 빼서 씨티은행 뉴욕 지점에 예치하고, 카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자동차 보험은 AIG, 생명보험은 푸르덴셜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며 한미 FTA의 체결로 우리 금융서비스 시장이 개방됐을 경우의 모습을 묘사했다.
황 행장은 "한미 FTA는 안 하겠다고 도망갈 일이 아니고, 우리 같이 소규모 개방경제가 살아갈 길을 찾는 활로로 생각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은행권에서 한미 FTA가 체결됐을 때 (외국 금융기관들과) 경쟁해서 이기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준비가 부족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황 행장은 "농산물이라면 재배해서 가공해서 운반하는 데 시간이라도 걸리지만 금융은 빛의 속도"라며 "개방이 이뤄졌을 때 괜찮은지에 대한 고민도 부족하고,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가도 반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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