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말 외환은행이 미국계 펀드 론스타에 매각된 과정에 대한 의혹이 바로 그것이다. '외환은행 매각'과 '황우석 사태'와 유사한 점이 있다. 그것은 노 대통령이 중립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업 영위할 자격 없는 미국계 펀드에 외환은행을 매각한 이유는?**
지난 12일 박대동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이 국정브리핑 사이트에 기고한 `외환은행 매각은 은행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는 글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로 바쁜 와중에도 '의혹이 해소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문제는 노 대통령의 댓글이 중립적이라기보다는 금감위의 논리와 노력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의중의 표현으로 읽혀졌다는 점에 있다. 이게 문제인 것은, 대통령만이 알고 있는 별도의 정보와 내막이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대통령이 섣불리 나서서 두둔할 정도로 단순한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3년 8월 27일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최종 계약서에 사인하고, 그 해 9월 26일 금융감독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얻음으로써 한국에서 은행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6개월 이내에 미국 소재 외환은행 지점을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은행을 운영하는 자로서 받아야 할 미 연준의 감독과 규제의 대상이 아니어서 미국에서는 은행업을 영위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었다.
외환은행은 다른 시중은행들과는 달리 외환거래에 특화한 국책은행으로 출발해 수십 년간 미국 등 해외에 튼튼한 지점망을 갖추고 있는 은행이다.
그런데도 미국에서는 은행업을 영위할 수 있는 사모펀드에 전국 규모의 시중은행을 매각한 절박한 사정이 무엇이었을까.
론스타 펀드는 한국의 은행법에서도 시행령에 정한 금융기관으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도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커진다. 결국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외환은행 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승인권 가진 금감위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불성설**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네 가지 문제와 관련된다.
첫 번째는 론스타와 같은 투기펀드의 투자차익에 대한 과세와 관련해 탈세의 실제 규모와 방법, 그리고 관련 세법의 결함 문제다. 이미 스티븐 리 등 론스타의 전직 임원 4명이 탈세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있기도 하다.
두 번째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어떤 부패의 커넥션이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이는 일부 시민단체가 오래 전부터 제기해왔던 의혹인데, 그 근거는 외환은행의 부실 가능성을 금융당국이 문제 삼기 이전에 이미 론스타에 대한 배타적 협상권 부여가 있었고, 고위 정책당국의 구두확약이 거듭되었으며, 정부 차원의 매각일정 제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셋째는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의 근거가 된 외환은행 부실의 실제 규모에 관한 것이다. SK글로벌, 외환카드, 그리고 하이닉스의 부실에 연루되어 있었던 외환은행의 부실이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상황이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다양한 추정치가 당시에 이미 만들어져 있었고, 이에 대해서는 지금도 첨예한 이견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왜 금융당국은 그런 추정치들 가운데 가장 비관적인 수치를 선택했는가, 그리고 그 근거가 무엇인가가 세 번째 의혹이다.
네 번째는 승인권을 가진 금융감독원의 의사결정 절차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는가, 또 법률적,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은 없는가라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금감위는 외환은행의 미국내 영업망 유지가 가능한 것처럼 위원들을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거의 같은 시기에 외환은행 이사회는 미국내 지점 매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담당자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면 금감위의 기만인가가 궁금하다.
또 외환은행 매각이 은행법 시행령에 정해진 특별한 예외사유에 해당했는지, 또는 펀드에게 은행을 줄 수도 있고 100% 지분을 펀드에게 넘기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무제한적으로 확대해석의 여지를 둔 기존의 예외조항을 명확하게 다시 고쳐야 하는지도 검토되어야 한다.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이 대주주이고 승인권을 금감위가 가지고 있는 시중은행의 매각을 정부가 관여하지 않았다면 어불성설이다. 이전에는 어떤 식으로 관여했느냐가 밝혀져야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정부와 감독당국이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펼쳐놓고 논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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