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6월 한전은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과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세부 발전소 프로젝트'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이를 계기로 한전의 필리핀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화력발전소 관련 사업을 벌였던 필리핀 말라야와 일리한 지역에서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현지 주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왔다"며 "세부 발전소 역시 비슷한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발전소 건설 부지인 세부의 나가(Naga)군 주민들과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의 이야기는 이와 다르다. 많은 나가군 주민들은 한전이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면 지역발전이 오히려 저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들은 이 지역 전력 수요량에 비추어 보아도 새 화력발전소는 필요하지 않고, 오히려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진 환경오염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필리핀 마닐라 소재 아시아NGO센터에서 연수 중인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한전이 사업추진 과정에서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필리핀의 부패한 정치와 언론을 매수했다"며 "지역 환경 문제, 주민 보상 문제 등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해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버마)에서 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대우인터내셔널의 인권 침해와 환경 파괴에 대한 논란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해외로 진출한 한국기업, 그것도 한국 공기업의 환경파괴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프레시안〉은 세부 발전소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제기한 필리핀 세부 현지에서 빈스 신체스 세부재생가능에너지연대 간사가 보내온 글을 게재한다. 〈편집자〉
***한국은 다른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해서는 안 됩니다**
필리핀 세부 주(州) 나가 군(郡)의 곳곳에서 저항하고 있는 수천 명의 지역주민들을 대신하여 우리는 한국의 국민과 정부에게 가난한 이웃나라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지 말도록 호소합니다. 우리는 한국전력(KEPCO)과 필리핀 현지 기업인 살콘(Salcon)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200메가와트(M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확장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 계획은 지금도 어려운 형편인 지역주민의 건강과 삶, 환경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이미 우리 지역은 전력 생산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살콘의 석탄과 벙커유 화력발전소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 발전소는 나가 지역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으며, 주위에는 주택과 학교, 교회, 상가, 사무실, 병원 및 기타 공공시설들이 인접해 있습니다.
지난 4월 나가 지역 주민들의 투쟁을 지원하고 있는 '세부재생가능에너지연대'와 '그린피스 동남아시아'는 이곳 발전소에서 나오는 재를 수거해 아테네오(Ateneo) 대학의 필리핀순수응용화학연구소(PIPAC)에 분석을 의뢰하였습니다. 분석 결과는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재 속에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중금속이 놀라우리만치 많이 함유되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비소 1.7 ug/g, 크롬 12.00 ug/g, 납 2.40 ug/g, 수은 0.07 ug/g).
지금도 나가의 주민들은 급성 호흡기감염, 급성 기관지염, 바이러스성 독감, 급성 호흡부전증, 폐렴 등 늘어나고 있는 호흡기 관련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질병들은 피부질환과 영아사망을 포함하여 각종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나가의 바다에서는 고유어종들이 더 이상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석탄화력발전소로부터 바다로 흘러드는 뜨거운 열폐수(최고 44도) 때문에 물고기와 산호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양생태계의 파괴는 어획량의 급격한 감소를 초래했으며, 가난한 어민들의 생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어민들이 하루 10~15킬로그램씩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거의 빈손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보다 두 배나 큰 화력발전소가 새로 들어선다는 소식에 우리는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에 일로일로(Iloilo) 주 지방정부와 주민들은 건강과 환경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전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화력발전소가 건설되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의 세수를 늘리며, 전력난을 해소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이를 믿지 않습니다. 그러한 주장은 사탕발림일 뿐이며, 그들이 약속한 100개의 일자리는 12만 나가 주민 전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발전소 건설의 혜택이라고 주장하는 정부의 수치들은 지역사회가 겪게 될 건강과 생계, 환경 파괴 문제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한전은 정부와 결탁하여 2012년까지도 6,694MW가 남아도는 것으로 예측되는 필리핀의 전력 공급상황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부 지역에 400MW의 전력을 추가 공급할 수 있도록 국가송전위원회가 약 3조4000억 원을 투자해 레이테(Leyte)와 세부 간 송전망 연결 및 개량 사업을 벌이는 것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조금이라도 고려된다면, 한전과 살콘의 발전소 계획은 아무런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전은 지방정부 및 정부기관들과 한패가 되어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대하고 있는 발전소 계획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환경을 사랑하는 모든 한국 국민과 정부 및 관련기관에 호소합니다. 필리핀 나가의 지역사회를 해치는 데 돈을 퍼붓게 될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투자하지 마십시오. 한국 국민이 낸 세금은 나가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데 쓰여서는 안 되며, 지역주민의 복지를 증진하는 데 지원되어야 합니다.
또한 석탄화력발전소를 확장하는 것은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 속에서 살고자 하는 지역사회의 권리를 짓밟는 일입니다. 이것은 또한 풍력과 수력, 바이오매스 등 세부에 있는 천연에너지원의 개발을 저해하는 길입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를 악화시키는 온실가스의 주요한 배출원이며, 궁극적으로는 홍수와 이상기후, 인명피해, 그리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입니다.
세부재생가능에너지연대와 나가의 지역주민들은 석탄화력발전소의 확장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일을 멈추십시오. 한전은 나가에서 철수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환경을 위하여,
세부재생가능에너지연대(Cebu Alliance for Renewable Energy) 간사 빈스 신체스(Vince Cinches) Green_collective@yahoo.com
번역: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yumhc@kfem.or.kr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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