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숲 안에 '10층 높이 대형온실' 논란

환경단체, "광릉숲 훼손 국립수목원장 고발"

국내 최대의 종 다양성을 자랑하는 천연림과 인공림이 어우러진 광릉숲 한 가운데 국립수목원이 10층 높이의 대형 온실을 지을 계획이어서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이미 시작된 사전 공사로 대량의 토사가 불법 투기돼 천연기념물 수달, 원앙의 서식 하천이 훼손됐다며 국립수목원장을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광릉숲 내 10층 높이 대형 온실 지어, 환경단체 강하게 반발**

녹색연합, 우이령보존회, 환경정의로 구성된 '광릉숲 보존을 위한 환경단체 연대회의'는 16일 오전 종로경찰서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릉숲을 보존하기 위해 들어온 산림청 산하 국립수목원이 대형 온실을 짓는 등 오히려 광릉숲의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며 "대형 온실을 짓기 위해 광릉 문화재 보호 구역 5백m 이내 지역에 대량의 토사를 불법 투기한 국립수목원장을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국립수목원이 대형 유리 온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덤프트럭 수십대 분량의 토사를 수목원 주차장과 광릉 사이의 하천변 1백m에 걸쳐 불법으로 투기했다"며 관련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토사가 불법 투기된 봉선사천은 왕숙천의 최상류 지역으로 수달(천연기념물 제3백30호), 원앙(천연기념물 제3백27호)이 자주 목격될 만큼 자연 생태계가 잘 보전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단체는 "이곳은 사적 제1백97호로 지정된 광릉 문화재 보호 구역 경계에서 불과 1백여m 떨어진 곳으로 문화재위원회의 승인 없이는 형질 변경이 엄격하게 금지된 지역"이라며 국립수목원장을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국립수목원, "문제 된다면 높이 낮출 수도…개활지에 짓는 것이라 환경 훼손 없어"**

이번에 논란이 된 대형 유리 온실은 국립수목원이 2007년 9월까지 총 1백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열대식물, 아열대식물, 건생식물, 고산식물 등 1천7백여 종의 식물을 전시할 10층 건물 높이(지상 22.5m, 지하 6m)로 광릉숲 한 가운데 위치한 수목원 경내 약 1천1백55평이 설 예정이다.

수목원 관계자는 "열대·아열대 식물 등 다양한 해외 식물 자원의 안정적 수집 및 증식, 내방객들의 자연 학습 환경 제공, 생태계 기초·응용 연구 공간 활용 등 다목적 공간으로 이 온실이 이용될 수 있다"며 "이미 비닐하우스 등 식물 증식 시설이 들어서 있는 개활지에 들어서는 데다 일부 훼손되는 밤나무, 참나무 등도 지난 1990년 식재된 인공림일 뿐"이라고 환경단체의 환경 훼손 주장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를 수용해 높이도 기존 22.5m에서 17.8m로 낮추기로 했다"며 "이번에 문제 삼은 토사도 수해로 유실된 지역에 임시로 쌓아뒀다 나중에 원상 복귀를 하려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환경단체, "UNESCO 생물권 보존 지역 추진하면서 대형 온실이라니…"**

하지만 이런 수목원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는 대형 유리 온실 건설이 "거액의 예산을 들여 경관 생태계를 파괴하는 전시 해정의 표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우선 이번 유리 온실 건설이 그 동안 수목원의 보존 원칙과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광릉숲 연대회의는 "10여년 가까이 관람객을 제한하고, 탐방로 및 동물원 영역 폐쇄 등 보존을 위한 정책을 펴오다 관람객을 유치하고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온실을 건설한다는 것은 광릉숲 보존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형 유리 온실이 광릉숲 주변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광릉숲 연대회의는 또 "이 일대는 매우 중요한 새들의 서식지로서 유리 온실이 지어질 경우 새들의 충돌 사고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번식기의 새들은 유리에 비친 자기 모습을 침입자로 여겨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대형 유리 온실 건설은 광릉숲을 UNESCO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과도 모순된다. 가톨릭대학교 조도순 교수(생태학)는 "유리 온실 건축은 '자연의 원시성 유지와 자생 생물의 서식지 보존, 식물 유전자 풀로서 기능 수행'이라는 UNESCO 생물권 보전 지역 지정 취지와도 어긋난다"며 "대형 유리 온실 건축은 안될 말"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광릉숲 연대회의는 "정작 지금 광릉숲에 필요한 것은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광릉요강꽃'과 '광릉물푸레나무' 등 광릉 특산 식물의 자생지 보존과 복원"이라며 "이런 시급한 사안을 제쳐놓고 보존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열대·아열대 식물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온실을 건설하려는 취지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굳이 온실을 건설해야 한다면 천혜의 경관 생태 자원인 광릉숲을 피해서 국립수목원을 '식물원'으로 개칭해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할 것"이라며 "세계적 조류학자이자 국제 두루미 재단의 창립자로 한국의 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조지 아취벌드 박사가 온실 건설 소식을 접하고 '세계적 보물인 광릉숲을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도 중대한 잘못'이라고 경고한 것을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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