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 '항균' 기능 믿어도 되나요?
"손 세정제와 같은 위생용품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나요?", "손 소독제가 손 씻기에 적합한 대체품이 될 수 있을까요?" 등 시민의 우려 섞인 제보가 들여왔다. 손 세정제(소독제)의 모든 제품의 성분을 일반화할 순 없지만, 국내외적으로 우려하는 성분들에 대해서 짚어보자.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항균 물질인 '트리클로산(Triclosan)'은 세균이나 박테리아 등 미생물을 제거하거나 성장 억제 효과를 가진 대표적인 성분이다. 1970년부터 트리클로산이 광범위하게 사용됐고 그로 인해 75퍼센트 이상의 미국인 몸속에서 트리클로산이 발견되었다. 2002년 스웨덴 연구에서는 여성의 모유 속에 높은 농도의 트리클로산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 아울러 발암, 환경호르몬 작용, 항생제 내성 유발 등 트리클로산의 인체 유해성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2018년 8월 200명이 넘는 전 세계 전문가들은 트리클로산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우려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 성명서에 따르면 "트리클로산이 비누와 같은 위생용품에 사용될 때 질병을 예방하거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증거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트리클로산은 환경호르몬으로 동물의 생식과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FDA(식약청)은 기업에게 항균 효과 및 안전성을 뒷받침할 근거를 요구했지만 아무도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같은 해 12월 미국 정부는 트리클로산 포함 23개 항균 성분을 금지시켰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4년 국회 국정감사 때 트리클로산 성분의 안전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이후 아무런 대책을 없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16년 또다시 일부 치약과 가글액 등 구강용품에 트리클로산이 함유돼 논란이 되고서야 식약처는 일부 품목에 한해서만 사용금지 조처를 내렸다. 환경연합을 비롯해 시민단체는 항균물질에 대한 안전성 입증도 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금지물질로 지정되는 만큼, 국내도 법적 규제화해서 관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인체 안전기준치(세정용 제품에 한해서 0.3퍼센트) 이하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행정부의 소극적 행정으로 인해, 정부가 관련 산업계를 너무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에탄올 농도가 높을수록 오히려 부작용
시판용 손 소독제뿐만 아니라 직접 손 소독제를 만들어 쓰는 상황에서 품절 현상을 빚고 있는 화학물질이 '에탄올'이다. 에탄올의 살균 원리는 세균의 단백질을 변성시키고 지질을 변형시켜 기능을 상실하게 함으로써 소독과 살균 효과를 나타낸다. 60~75퍼센트의 에탄올이 가장 살균 효과 높은데, 80퍼센트 이상으로 농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살균 효과가 떨어진다. 그 이유는, 에탄올 농도가 높을수록 세균 표면의 단백질을 단단히 응고시켜 오히려 세균 장벽을 더 강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농도의 에탄올은 피부에 직접적인 손상을 주어 피부 발진이나 피부염 등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에탄올은 고 휘발성 물질로 공기 중으로 금방 사라지기도 하지만, 기화된 알코올은 폐나 호흡기 계통을 자극할 수 있다. 그래서 스프레이 형태로 분무기로 사용할 땐 특별히 조심해서 사용하고, 환기가 잘 되는 곳에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트리클로산, 에탄올과 같은 성분을 총칭해서 살생물 물질이라 한다. 살생물 물질이란 벌레나 곰팡이 세균 같은 유해생물을 제거, 억제하기 위해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과 함께 살생물 물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살생물제관리법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올해부터 시행되었다. 문제는 법령만 만들어졌을 뿐, 관리 물질 대상, 안전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만들어지지 않아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반 비누로도 충분
손 세정제가 일반 비누나 물로 씻을 때보다 질병의 확산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손 소독제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으며, 30초 이상의 물과 비누로 손을 꼼꼼하게 씻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손을 씻을 수 없을 경우에만 손 소독제를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더불어, 허위·과대 광고에 대해서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일반 세정제 제품에 '항균 99.9퍼센트', '항균 작용', '천연 항균', '항 바이러스', '세균 잡는' 등의 표시뿐만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 신종플루 예방' 같은 문구를 버젓이 적어 온라인 쇼핑몰상에 제품을 광고하고 있지만, 아무 시정 조치도 없이 유통, 판매되고 있다.
현재, 안전한 손 소독제와 세정제를 선택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허위와 과장된 표시광고를 주의하고, 해당 품목에 대해선 현재 전 성분을 표시하고 있는 만큼 트리클로산 등의 함유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과다 사용량이 아닌 적정량과 사용법을 숙지한다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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