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자치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고 새로운 가치 창출’이다

[김주원 박사의 '마을자치에 학과 습을 이야기하다'] ㉑마을자치가 중요한 이유다

인간으로 우리가 일상을 산다는 것은 뭘까? 성 요한은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했다. 괴테는 태초에 행위가 있었다고 했다. 말씀과 행위는 인간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다. 혼자 사는 인간 모습은 동물에 가까웠을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인간이 함께 모여 사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마을 공동체가 인류역사의 시작이었다. 수렵활동을 지나 경작활동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인간은 더 인간답게 되었다. 농경사회부터 일정한 곳에 정착하여 살게 되었다. 그곳이 바로 마을이다.


당시에는 생존을 위해 사람간 협력이 필수불가결했다. 경쟁도 있었고 그것을 넘어선 전쟁도 잦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피엔스에게는 경쟁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더 있었다’라고 주장이 있다.

“싸움에서 우리가 이겼지만, 쟤네도 우리 집단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가자”라고 누군가 말해온 덕분에 인류는 지구상의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바꿔 말해 그런 배려와 협력의 마음이 없는 인간은 동물과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현재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교통통신이 발달한 지금 우리는 이 원리가 너무 강하게 작동하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수도권 인구 집중, 도시화는 바로 그 증거다.

협력해서 일하는 기업조직이 집중된 도시로 인구가 과도하게 몰려들면서 도시와 농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일자리 측면에서 법제도 안에서 적극적인 공동체가 이루어지지만, 직장을 벗어난 우리는 공동체 활동이 오히려 위축되어 삶의 질을 위협하고 있다.

마을자치가 중요한 이유다. 마을이 우리에게 부여한 숙제는 과거 생존 문제를 포함하여 더 행복하게 잘 사는 방법을 이웃과 함께 마을에서 만들어 가야 한다. 마을 내 이웃 간에 신뢰가 높을수록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신뢰가 높을수록 마을을 더 안전하고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마을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리더가 마을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주민들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데서 마을의 자치는 시작된다.

마을내 주민들간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와 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는 정책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생태계 구축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웃과 함께 하는 마을자치는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 톨스토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랑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사랑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세 번째 질문으로 “그럼 사랑의 대상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이웃”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우리들의 일상의 행복은 내가 사는 마을 그곳의 이웃에 달려있다. 이웃과 합심하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이웃과의 신뢰가 적고 협력이 잘 안 되면 불행이 시작되게 되는 것이다.

같은 마을에 살면서 우리는 마음의 문을 열기가 점점 힘든 불신 사회를 살고 있다. 그렇지만 힘들다고 이웃과 관계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우리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심각한 사회로 치닫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이웃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이 사실은 이탈리아 사례에서 입증된다. 이탈리아는 북쪽으로 갈수록 더 잘산다고 인식된다. 심지어 북쪽이면 ‘무조건 좋은 거야’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확실히 북쪽은 좀 차갑고 계산적이며 모던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지만, 남쪽은 좀 더 인정 많고 따뜻하며 체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래서 북쪽은 체계적이고 남쪽은 비체계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방식이 다른 것뿐 어느 곳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북쪽은 사회적 자본, 즉 이웃과의 신뢰성이 강한 데 비해 남쪽 이탈리아지역은 그렇지 못한 경향이 있다. 이탈리아 남부지역의 농부들은 가족 구성원들과는 대단한 신뢰를 공유하지만 친족 범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끔찍할 정도로 의심했다.

그 바람에 이들은 가족 단위를 넘어서는 공동체나 기업을 만들기가 무척 어렵다고 한다.

우리도 한때, 동업하면 망한다는 인식이 강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성장한 대기업 혹은 중소기업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이러한 인식이 약화되기는 했다.

다만 도시 내에서 일자리에 대한 신뢰도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선호되는 것은 기업에 대한 신뢰와 관련된다. 일자리가 적은 농촌지역에서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영농조합법인 등 다양한 형태의 조직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동업하면 망한다는 인식은 차츰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농촌마을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이탈리아 남부지역은 비슷하다. 동업하면 망한다는 인식을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웃과의 관계는 좋지만, 동업해본 경험은 우리 농촌마을에 별로 없다. 이제는 마을에서 규약을 만들고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사업을 추진해야 하고 이를 통해 신뢰가 쌓여야 하고 이웃에게 더 친절을 베풀고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발전되어야 한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활편익이 획기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물리적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과학기술의 편익을 활용하여 지금보다 더 잘사는 방법은 가족을 넘어선 이웃과의 협력을 마을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개인이나 가족만의 힘으로 삶의 질이 모두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웃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이웃의 불만이 어떤 위험한 행동으로 나타나면 갑자기 마을 안에서 생명을 다투는 불행을 가져오기도 한다.

쓰레기를 자기 집에 모으는 어르신과 마을주민들이 불결한 냄새와 환경 등으로 갈등을 가져오기도 한다.

축산단지운영자와 마을주민들이 갈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골프장이 마을에 위치하면서, 광역도로나 철도가 마을을 가르면서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까이 살수록 이해관계가 주민 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마을주변의 환경변화에 따라 실제 개인의 자산가치가 크게 변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해관계가 밀접한 마을안 사람 간 연계와 협력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 마을 사람 간 함께 협력하는 마을활동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과 절차가 중요하다. 합리적 정당성을 갖추어야 상호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간 관계는 예술작품과 같은 조화이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향후 더 과학기술이 발전한 미래 시대에도 이 절차와 과정은 더 중요하고 더 합리적으로 만들어져야 우리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이 일정한 공간 안에서 주민간 자발적 협력을 통해 일정한 규약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마을자치다.

이웃과 함께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지속가능하게 해결해 나가는 공적인 과정이 마을자치다.

분명한 것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자 정치적 동물이기 때문에 자아실현과 행복은 직장 혹은 마을1) 공동체 안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로의 협력이 없었더라면 인간이라는 생물체는 이미 멸종했을 것이다.

개인과 마을의 공존은 필수적이면서 사람들간의 이해관계가 제로섬(Zoro-sum)게임과 같아 신뢰를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다. 마을자치는 제로섬게임이라는 인식이 마을사업과 자치를 어렵게 하고 있다.

마을단위 사업과 정책이 시범사업형태로 추진되면서 실제로 경쟁을 부추겨왔고 경쟁력 있는 마을에 사업이 집중되면서 마을간 발전격차도 더 커졌다. 지역간 격차만큼이나 마을가 격차도 심화되어왔다. 신자유주의 국가정책이 만들어낸 문제다.

마을자치는 넌제로섬(Non-Zoro-sum) 게임이다.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촌마을단위 사업은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마을사업을 바꾸면서 마을간 격차는 더 심화되어 왔다. 제로섬게임으로 운영되면서 경쟁력 있는 곳에 집중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협력과 화합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상생발전이 지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넌제로섬게임이라는 인식,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자치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가치를 우리는 마을에서 실천해야 더 행복해질 수 있다.

1) 농촌은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살기 때문에 마을이 직장이다. 도시인은 퇴근후 마을로 돌아와야 한다. 아파트생활이 대부분이지만 도시내에도 마을이 있다. 그리고 농촌지역에서 도시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있고 5도2촌 농촌마을에서 생활하기도 한다. 현대인에게 마을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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