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럽게 박근혜 탄핵을 거론하는 이유는 보수진영의 통합에서 이 문제에 대한 언급과 정리는 물론 반성·사과도 없기 때문이다. 통합과 창당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와 비전, 중도와 혁신은 실종되고, 미래통합당이 반문재인이란 기치 아래 모인 '도로 새누리당'으로 비치는 이유이다.
박근혜 탄핵을 가져온 촛불집회와 민주당 집권 이후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눌려 지리멸렬하다시피 했다. 정권 비판을 좌파독재와 사회주의 타도라는 시대착오적 인식에 가둬놓고 극단적 구호와 주장을 내세우는 태극기 세력과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정국과 국회 운영에서 강경투쟁과 장외투쟁으로 일관하면서 여론의 지지에서 멀어졌고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상실했다. 유승민 의원이 내건 '탄핵의 강을 건넌다'는 원칙은 통합의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뭉개졌고, 통합의 목적은 오로지 반문을 기반으로 한 총선 승리에 갇혔다.
정당이란 선거 승리를 통한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하는 정치결사체이기 때문에 선거 민주주의에서 정치세력의 연대와 통합은 일상적인 정치 행위다. 그러나 유권자 선택에 의해 형성된 정당구도의 변화가 선거 승리를 위한 연합정치의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하더라도 유권자에게 통합의 정당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탄핵에 대한 동일한 입장이 공유되지 않는다면 통합의 대의는 성립될 수 없다. 탄핵을 둘러 싼 생각의 차이는 다른 정당들의 통합과 같은 수준에서 논의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왜냐하면 박근혜 탄핵은 헌법이 규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헌법에 의한 정치를 중시하는 헌정주의와 법적인 측면보다 다수의 지배를 우선하는 민주주의가 충돌하는 경우가 있지만, 박근혜 탄핵 반대는 헌정주의와 민주주의 양자에게 반(反)한다. 따라서 주권자의 절대적 찬성과 헌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탄핵을 인정하지 않고, 박근혜 탄핵 무효를 외치는 극우적 극단 세력에 편승하려 한다면 이는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정당의 목적에도 위배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미래통합당이 궤멸하다시피 한 보수 진영을 하나로 묶는다는 의미가 있으나 보수 통합으로 집권세력을 견제하려면 혁신과 쇄신, 중도와 개혁을 드러내 보일 수 있어야 한다. 그 출발이 박근혜 탄핵 반대 사과와 당시의 집권 세력으로서의 반성이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 부분이 정리되지 않으면 유승민계와의 화학적 결합에 한계를 보일 것이고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것은 불문가지다. 미래통합당 추진 기구의 명칭이 혁신통합추진위원회였고 중도개혁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혁신과 개혁은 찾아볼 수 없다. 국민에게 외면당했던 세력이 집권세력이 실축한 부분들에 대한 반사이익에만 의존하려 한다면 보수 재건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미래통합당이 건전한 보수의 대변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대면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견인할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는 보수의 원조인 영국의 정치학자 에드먼드 버크의 보수주의는 실현될 수 없다.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역사를 거스르는 발언을 한 이종명 의원을 제명해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보내는 반정치주의적 행태는 미래통합당이 수구적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명백하고 보여주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나타나는 더불어민주당 등 집권세력의 실책과 오만에 미래통합당 주류의 극우적 행태가 가려져 있을 뿐이다.
미래통합당의 구성인자들은 그들의 선거 승리를 위해서나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 박근혜 탄핵을 인정하고 박근혜 정부의 집권세력으로서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럴 때 총선 결과에 관계없이 대안정당으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유권자가 어떠한 심판을 내릴 수는 알 수 없으나 '반문재인'이 보수 통합의 대의가 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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