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트럼프에 맞서는 민주당 결집력 확인했다"

[인터뷰]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코커스 재앙, 터질 게 터졌다"

2020년 11월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첫 출발부터 민주당은 '폭탄'을 맞았다. 민주당은 3일 저녁 7시(현지시간)부터 시작한 아이오와 코커스(경선)에서 개표 사고가 발생했다. 민주당은 경선 결과를 당일 발표하지 못하고, 다음날 오후 5시에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다(오후 5시 62%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1위는 피트 부티지지 후보(26.9%), 2위는 버니 샌더스 후보(25.1%), 3위는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18.3%), 4위는 조 바이든 후보(15.6%), 5위는 에이미 클로버샤 후보(12.6%) 순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이번 경선에서부터 새로 도입한 집계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이를 바로 잡느라 결과 발표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코커스에 참여한 민주당원들을 포함한 유권자들의 분노와 비난을 샀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 "민주당 코커스는 완전히 재앙"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조롱하기도 했다.

"아이오와 코커스 집계 사고, 예견됐던 일이다"


올해까지 총 6번 아이오와 코커스를 참관한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4일(현지시간)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아이오와 코커스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보여주는 사태가 됐다"고 개표 사고에 대해 분석했다.

"이제까지 6번을 아이오와 코커스에 왔는데, 투표소마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지지하는 후보 별로 모이라고 한 뒤 한명씩 숫자를 세고, 이렇게 2-3번의 투표와 논의를 거친 뒤 당의 관리자들끼리 논의해서 두어 시간만에 후보 순위를 발표했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지율이 비슷한 후보들이 4명(조 바이든,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피트 부티지지)이나 몰려 있으니까 룰을 잘 만들자고 해서 1차 투표에서 3차 투표까지 숫자를 모두 집계해 앱을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숫자가 안 맞으니까 사고가 났다. 이제까지 해왔던 게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는지 보여준 셈이다."

김 대표는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 개표 사고로 코커스 방식의 경선에 대한 문제제기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부족회의 방식을 따온 코커스 방식의 경선은 개인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고 이를 집계하는 방식이 아니다. 특정 장소에서 지지하는 후보별로 유권자들이 모여 있으면 선거관리위원들이 이 숫자를 확인해 1차 투표를 마친다. 1차 투표에서 15% 미만의 지지를 받은 후보의 지지자들은 2차 투표에는 15%를 넘게 득표한 다른 후보를 택해야 한다. 이렇게 지역별로 투표를 반복 진행해(3차까지 진행할 수 있다) 승자를 정하고, 지지율에 따라 대의원 수를 배분하는 복잡한 방식으로 집계를 한다.


"이제 코커스 방식으로 경선을 치루는 주가 몇 안 남았다. 대부분 프라이머리로 하는데, 아이오와에서 코커스를 유지하는 것은 전통 때문이다. 과거 당에 영향력이 있는 인사들끼리 협의해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던 코커스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든 방식이 됐고, 아이오와 코커스가 이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후에 코커스 방식이 심각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아이오와 드모인의 한 투표소에 모인 유권자들. ⓒ김동석 대표 제공


"뜨거운 경선 참여 열기...트럼프가 민주당도 결집시켰다"


하지만 김 대표는 '최악의 사고'가 터진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매우 반가운 '신호'를 간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이 내가 왔던 아이오와 코커스 중에서 가장 참여도가 높았다. 현장에서 등록해도 다 거수할 수 있게 허용한 것도 참가 열기를 높인 요인이기도 했지만 여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참여도가 높았다.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한 여론조사(CNN 조사)에서도 드러났는데, "트럼프를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코커스에 나왔다는 응답이 60%였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찍으러 나왔다기 보다는 트럼프에 맞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투표장으로 나왔다는 얘기다. 트럼프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1월 본선에서 민주당의 투표율이 높아지고 결집력이 강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 경선 전날 지지자들 모임에서 연설하고 있는 샌더스 후보.ⓒ김동석 대표 제공

▲ 투표소에서 워런 후보의 지지자들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김동석 대표 제공

"뉴햄프셔의 승자가 중요하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당초 예상보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샌더스, 워런 등 진보성향의 후보들이 강세를 보인 것에 대해 "열성 지지자들이 투표장으로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두 후보와 클로버샤 후보는 상원의원이어서 트럼프 탄핵재판 때문에 아이오와에서 선거운동을 거의 못했다. 코커스 당일에도 저녁 늦게 워싱턴에서 아이오와로 왔다. 그러다보니 지지자들이 더 열성적으로 움직인 것 같다. 진보성향 지지자들의 이런 공격적 캠페인은 이후 경선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와 경선에서 부티지지, 샌더스, 워런 세 후보가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조 바이든 후보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나 경선은 이제 막 시작이다. 후보들은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4일 오후 이미 다음 경선지인 뉴햄프셔로 향했다. 뉴햄프셔에서는 11일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경선이 진행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놓고 중도진영과 진보진영의 힘 겨루기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샌더스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2016년 대선 패배 이후 구민주당 주류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전히 당의 주류는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샌더스 지지자들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당의 중심이 진보 쪽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진보진영에서는 샌더스와 워런 중 아이오와의 승자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될 것이다.

반면 중도성향의 후보들은 바이든, 부티지지, 클로버샤 등이다. 뉴햄프셔에서 중도와 진보 중 어느 쪽의 흐름이 대세를 형성할지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를 보고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도 등판에 대해 결정을 빨리 내릴 것으로 보인다."


▲김동석 대표 ⓒ프레시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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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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