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트럼프, 바이든 조사 대가로 우크라 원조 동결"

트럼프 "책 팔기 위한 거짓말"...상원 탄핵재판 '변수' 될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폭탄 증언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곧 발간될 저서에서 "작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우크라이나가 바이든 전 대통령 부자 등 민주당에 대한 조사를 도울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9100만 달러(약 4566억 원)의 군사 원조를 동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 요청과 관련해 어떤 '대가성 보상'이 없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를 뒤집는 주장이다.

볼턴 전 보좌관의 이 책은 제목이 '<그것이 일어났던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이며, 오는 3월 17일 출간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위터 해고'(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경질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를 당한 볼턴 전 보좌관은 그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숨기지 않았다.

안보보좌관이라는 자리의 성격상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상당한 정보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볼턴 전 보좌관이 탄핵 정국에서 일종의 '폭탄'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해왔는데, 그 예상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1월 초 상원 탄핵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법률적 자문을 마쳤다면서 상원에서 정식으로 소환장을 발부해 증언을 요청할 경우 이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자신이 결정적인 '사실'을 쥐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볼턴이 책에 쓴 핵심 증언 4가지

볼턴 전 보좌관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지난해 9월 해고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자세히 밝혔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 이 중 4가지 정도가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1)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빌미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금 지급을 동결시키라고 지시한 것을 들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 요청에는 어떤 '대가성 보상'이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2) 볼턴 전 보좌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사적인 자리에서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가 부패했다는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고 썼다.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해 5월 갑작스럽게 해고됐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서는 요바노비치 전 대사가 부패한 우크라이나 전 정부를 비호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해 11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대사관에 내 사진을 걸지 않았기 때문에 해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우크라이나 출신 사업가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최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도왔던 레프 파르나스가 공개한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4월 한 모임에서 요바노비치 전 대사를 "내일 당장 해고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하원의 탄핵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합리적 의심을 가졌기 때문에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3)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후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선 외교'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썼다.

4) 볼턴 전 보좌관은 백악관의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은 트럼프와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전화 통화로 요바노비치 전 대사의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 참여했다고 썼다.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은 자신이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 유지를 지켜주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줄리아니 사이의 대화에 끼어든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지난 21일부터 상원에서 탄핵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 22일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볼턴 전 보좌관 등 새로운 증인 채택 여부에 대해 전원(53명)이 반대표를 던져 증인 채택을 막았다. (전체 상원의원 100명 중 과반(51명)이 찬성해야 증인 채택이 가능하다.)

볼턴 전 보좌관의 이같은 폭로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유일한 가능성은 여론이 급반전해서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하는 경우다. 공화당 내의 밋 롬니 상원의원 등 '중도 성향'의 의원 4명이 증인 출석을 요구하는 민주당에 동조해야지만 과반을 넘겨 증인 채택이 가능하다.

트럼프 "볼턴, 책 팔기 위해 거짓말"

이같은 볼턴의 주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는 결코 볼턴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가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에 대한 조사와 관련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볼턴이 이렇게 말한다면 이는 책을 팔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보수 성향 논객 션 데이비스가 "볼턴이 기자들에게 정보를 누설하면서 자신이 해고된 데 대한 복수의 각본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올린 글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증인 채택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민주당의 증인 채택 요구에 대해 트위터에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결코 볼턴에게 증언할 것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그것은 상원이 아니라 하원에게 달려 있던 문제"라며 반대 입장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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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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