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020 확실한 변화' 기대해도 될까?

촛불정신에 입각하되 반대하는 국민들까지도 껴안는 포용의 자세가 절실

▲송문희 더공감여성정치연구소 소장(고려대 정치학 박사)

어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장에서 “2020 확실한 변화”라는 현수막이 유독 눈에 띄었다.

임기 4년차에 들어서고 있는 문대통령이 정말 확실한 변화를 보여줘야 할 시기인 것은 맞다. 그런데도 정치, 경제, 민생, 외교, 안보 모든 면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확실한’이란 단어가 왠지 생소하게 다가온 것은 단지 느낌만의 문제일까? 총평을 하자면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에 있어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확실하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나 구체적인 방법 제시는 부족했다.

문대통령의 장점은 진정성 있고 소탈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민감한 사안들과 관련해 불통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많은 국민들의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한 이유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대해 “갈등, 분열을 일으킨 것은 송구”하다면서도 “조국 전 장관이 고초를 겪은 것에 대해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발언한 것은 국민들이 받아들일 때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여지가 있다.

최종적인 유무죄 여부는 법원의 판결을 봐야 하겠지만 조국 사태의 본질은 불법과 편법 사이를 오가며 뭔가 “공정”하지 않은 것 같은, 그래서 국민들이 느낀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에 있다.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그간 국민들이 받았던 상처와 고초에 대해 대통령은 더 큰 마음의 빚을 느껴야한다.

문대통령은 3050클럽 이야기를 하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경제가 선방하고 있고 우리 경제의 부정적 지표가 점점 적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단, 전체 거시경제의 호전과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가는 시간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런 측면이 있을 수 있고 국민들도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그 괴리감을 극복하는 데 드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당장 힘든 민생, 경제현실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경제가 힘들다고 느끼는 많은 국민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경제 분야 관련해 ‘타다’ 사례처럼 기존산업과 신산업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경우 이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문대통령은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 ‘타다’ 사태의 본질은 정부나 정치권에서 이런 갈등을 해결하고 중재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기보다는 두 걸음 뒤로 물러서서 이해 당사자들간의 갈등해결에 떠맡기는 양상으로 간 것이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끊임없이 나올 신산업들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으려면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인 갈등관리와 중재 역할을 해야만 한다.

검찰개혁 관련해 윤석열총장을 여전히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즉답을 피했다. 검찰개혁의 당위성은 많은 국민들도 지지하고 있는만큼 대통령의 입으로 직접 청와대를 포함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중단 없는 수사를 할 것 역시 주문했다면 자신감 있고 당당한 대통령의 모습이 각인되었을 것이다.

외교안보 관련해 북한 비핵화를 강조하지 않은 점은 다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신뢰”와 관련해 트럼프의 김정은 생일축하 메시지를 높이 평가한다며 북미정상간 신뢰가 유지되고 있다고 답했지만, 정작 남북 간 신뢰문제에 대해서는 자신감 있는 답을 듣지 못했다.

이번 친서건에 대해서도 정의용 안보실장의 친서전달 발표에 대해 북한이 즉각적으로 반박발표를 하며 “북미간에 직접 전달한건데 남한이 설레발을 친다”고 하지 않았나. 문제는 이런 북한의 의도적 남한 무시 내지는 “통미봉남”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이 과정에서 한미 간 의사소통의 틈이 존재한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이다.

문대통령은 ‘외교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는데, 이것은 공식적으로는 말하지 못하지만 물밑에선 북한과 활발한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는 암시를 준 것 같다. 사실이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지만 단순한 수사라면 더욱 걱정이 커지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북미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대북제재라는 한계 속에서도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는 명확하게 전달했다. 북미관계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남북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나가는 길은 힘들고 지난한 길이긴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도 없는 길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실행방법인데, 접경지역협력, 개별관광, 스포츠교류 등은 익히 듣던 것이라 새로운 컨텐츠라는 느낌은 부족했다.

문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시진핑, 리커창 방한을 언급하며 한중관계의 획기적 도약을 이야기했다. 중국의 일대일로정책과 한국의 신남방, 신북방정책과의 접점을 찾겠다고 했는데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전략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한국은 앞으로도 양국으로부터 끊임없는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 예상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정교한 전략을 짜야할 시점이다.

문대통령은 일본도 머리를 맞대고 경색된 한일관계 해법을 제시하라고 축구하지만 일본은 기본적으로 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한걸음도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한국정부도 명확한 입장을 정해야한다.

한일관계에서 압류된 일본기업 재산을 매각하는 경우 한일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외교에 있어서는 감정보다 철저히 실리적인 국익우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

대통령은 ‘정치권이 앞장서 국민분열과 갈등을 부추겼다, 물론 대통령도 잘했노라 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제대로 일하지 않는 국회에 대해 쓴 소리도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무능한 국회를 제대로 일하게 독려하며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을 지는 것 역시 정부의 일이다.

문대통령은 소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촛불정신’이라고 답했다. 문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천명한 초심을 생각한다면 촛불정신에 입각하되 반대하는 국민들까지도 껴안는 포용의 자세가 절실하다.

문대통령 임기전반부는 다소 숨가쁘게 급하게 달려온 감이 있다. 앞뒤좌우를 두루 돌아보며 때로는 속도조절도 해가며 현실에 바탕을 둔 유연한 정책을 구사해야하는 시점이다.

국민들은 임기 후 좋지 않은 뒷모습을 남기는 대통령들의 경험에서 많은 트라우마와 상처를 받았다. 지지하든, 비판하든, 정부의 실패는 곧바로 국민의 실패와 좌절로 돌아온다. 문대통령은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노라고, 그저 대통령으로 끝나고 잊혀진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퇴임 후에도 존경받으며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을 한번쯤은 가져보고 싶다. 남은 임기 동안 언제, 어디서라도 기자들과 그리고 국민들과 열린 소통을 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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