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성적표, 조급할 필요는 없다

[서리풀 논평] 건강보험 보장률을 올리는 길

일명 '문재인 케어'의 성적표가 나왔다. 2018년 실적이라 하니, 아직은 월말고사나 중간고사 성적표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2018년 상반기에 제도를 바꾸었으면 2018년 하반기 이후나 변화가 나타날 것이고, 2018년 후반기 이후는 2019년부터 실적을 봐야 한다.(☞ 관련 기사 : <뉴시스> 12월 19일 자 '건보공단 이사장 "실손보험 풍선효과 가속…문케어 평가 시기상조"')

사정을 고려해도 지금까지 경과는 그리 좋지 않다. 많은 돈을 더 쓰고도 기껏 '보장률 1.1 % 개선'에, 의원급 의료기관은 오히려 2% 포인트 넘게(2017년 60.3%, 2018년 57.9%) 보장률이 낮아졌다고 한다.(☞ 관련 기사 : <한겨레> 12월 16일 자 '비급여에 힘 빠진 '문재인 케어'…건보 보장률 1.1%p만 증가') 뭔가 문제가 있고 성적을 내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과거사. 우리는 과거보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에 관심이 더 크다. 현재 실적을 두고 분석과 설명이 분분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올려야 한다는 총론에 백 퍼센트 동의하면서, 우리의 전망과 권고를 보태려 한다.

먼저 전망과 예측부터.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이 정부 임기 말까지 당초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케어의 구상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때, 우리가 내놓은 전망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예측이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건강보험만으로 보면 우리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모든 것, 많은 것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기대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얽혀 있는데 한 가지도 만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중략) 비급여를 급여로 바꾸는 데에, 왜곡된 의료와 시장 참여자가 새로운 체계에 연착륙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관련 기사 : ''문케어'는 시작일 뿐, 더 큰 과제가 있다')

'시장'이 핵심 단어다. 문재인 케어는 한 마디로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의료 시장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아닌가. 그 누군가는 시장이라는 말부터 불편하겠지만, 지금 이 모든 사태는 시장이라는 현장, 그 조건과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한다. 그리고, 우리와 '그들' 모두는 어떤 형태로든 시장 참여자다.

정부와 건강보험의 역할은 당연히 제한적이다. 시장의 틀을 짜고 바꿀 수 있을 뿐, 그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로 늘리려는 시장 참여자를 완전히 규율할 수 없다. 생각해보라, 어느 사회 어떤 시장이 완전히 통제될 수 있는가.

각 참여자가 적응하고 변화하며 대응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문재인 케어로 수입이 줄어드는 동네 병원 의사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환자 수를 추가하지 못하는 한, 아직 비급여로 남아있는 진료를 늘려 수입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병원, 환자, 보험회사를 움직이는 시장 원리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이익 최대화'를 으뜸 원리로 추구할 때, 건강보험의 급여는 급여대로, 비급여는 또 그것대로, 계속 늘어나고 비싸질 것이 뻔하다. 원리이고 법칙이다. 계산을 어떻게 바꾸든 보장률은 분모(총량, 급여+비급여)가 커지는 속도와 경쟁해야 하니, 무리하지 않으면 처음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문재인 케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한 가지, 오로지 공약을 지키려 억지로 밀어붙이거나 무리하지 않기 바란다. 집권 세력과 관료에게는 그 목표를 이룬다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국민과 시민에게는 아니다. 어쩌면,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정책 운용 또는 기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급여(범위)와 그 보장률을 다시 정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에 꼭 포함해 충분한 수준으로 '보장'해야 하는 급여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공식 '보장률'을 다시 정의할 수 있다.

사실 건강보험이 시작할 때부터 있던 숙원 과제 중 하나다. 우리 건강보험이 무엇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여러 가지가 겹치고 경쟁하면 무엇이 먼저인지,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언젠가 거쳐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꼭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병, 별 효과도 없는 약과 검사, 그냥 습관이 된 처치를 정리하는 작업이다.

정치적 대안이 되기는 쉽지 않다. 계산식을 바꾸면 공약 달성을 위해 '꼼수'를 쓴다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 뻔하다. 정권도 보건복지부도, 또한 건강보험도 이 시점에 이 카드를 꺼내기는 어렵지 않을까?

유일하게 남은 방법 한 가지는 더 큰 개혁으로 문재인 케어를 확장하는 쪽이다. 아예 전환이라 해도 좋다. 이 정부가 이럴 의지가 있는지 또는 그런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현실적이라 할 만한 다른 대안도 없으니 진지하게 고려하기 바란다.

우리가 권고하는 기본 방향은 기존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련 기사 : ''문재인 케어'를 흔드는 자, 누구인가') 한 마디로, 건강보험 보장률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본래 의미의 '건강보장'이라는 큰 틀로 가야 한다는 것.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 중심'의 원칙을 다시 세우고 지켜야 한다. 문재인 케어가 달성하려는 목표는 (정책 의도와 무관하게) 큰 이견이 없다고 믿는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큰 비용 걱정 없이 필수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닌가?"

65%니 70%니 하는 허울뿐인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 무엇인지, 가난한 사람들이 정말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느 부분 어디서 가장 부담이 큰지, 다시 살피고 섬세하게 목표를 정하는 것이 먼저다. 차라리 보장률 목표를 포기하고(일시적으로 욕을 먹더라도), 구체적인 고통을 해결할 계획을 세우라.

"둘째, 문재인 케어는 단지 '비급여'를 줄이고 '급여'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어야 한다. (중략) 보편적 건강보장은 건강증진, 예방, 치료, 재활을 망라한다. 서비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체계도 종합적이다. (중략) 이 정부 전체의 건강체제와 정책, 제도의 목표와 정렬되고 통합되어 있는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했는가? 일차의료와 공중보건체계, 공공보건의료와는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역할을 어떻게 분담했는가?"

문재인 케어는 이제라도(!) 보건의료 개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그래야 보장률도 더 빨리 올라갈 수 있다. 일차의료, 의료이용체계, 공공보건의료, 큰 병원의 역할, 치료와 요양의 역할 분담을 이대로 두고 보장률을 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런 때는 또 이대로 과제와 방법이 있는 법, 새로운 마음으로 큰 틀의 결정과 실천을 바란다. 이에 대한 우리의 당부 또한 유효하다. 지금은 정치와 그 리더십이 감당할 몫이 가장 크다.

"실제 정책으로 바꾸는 데는 정치와 정치적 리더십이 작동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지금까지는 그것이 그리 미덥지 못하고, 체계도 제대로 갖춘 것 같지 않다. (중략) 민주주의와 시민의 역량을 믿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존재하는 역량은 작동할 수 있도록, 잠재한 역량은 모양을 갖추고 커질 수 있도록, 민주주의의 담대한 정치적 공간(들)을 창출하기 바란다."

흔히 '풍선효과'를 말하지만, 이건 단순히 돈이 되는 곳을 찾는다는 의미를 넘는다. 새로운 시장 구조에서 각자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행동하는 시장 참여자의 '합리적' 행동으로 봐야 한다.

윤리나 도덕적 해이를 따지는 일은 그래서 무용하다. 더 정교하고 상세한 '통제' 수단도 작동하지 않는다. 10만 개에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입원환자만 1년에 1500만 명이 넘는다. 그 많은 외래 환자는 또 어떤가. 이 모든 환자는 다 다르고 진료는 각양각색이니, 지침과 기준, 규제로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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