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경심 재판 사건병합, 당분간 보류한다"

검찰 공소장 변경 후 심리한 뒤 결정하기로..."동일성 여부 따져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재판부가, 먼저 기소된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 사건과 추가로 기소된 14가지 혐의 사건의 병합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를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26일 공판 준비기일에서 추가기소된 사모펀드 의혹 혐의 관련해서 "당분간 두 사건은 병행한다"며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과 추가기소된 사모펀등 의혹 혐의 등을 병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정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사문서 위조 혐의)로 먼저 기소했고, 이후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 14개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법원은 이 사건을 형사합의25부에 배당했다.

두 개의 기소 사건이 한 곳 재판부에 배당되면서 이날 공판 준비기일에는 재판부가 두 사건을 병합 심리하겠다고 결정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예상을 뒤엎고 당분간 병행을 결정했다. 병합할지 여부는 2주 뒤에 공판 준비기일에 결정된다.

이날 재판은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혐의로 추가 기소된 후 열리는 첫 재판이다. 공판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나올 의무가 없어 정 교수는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에 문제가 있는 지 검토한 뒤 병합 여부 결정

재판부는 병합을 보류하는 이유로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들었다. 재판부는 "우리사건(사문서위조)와 구속사건(사모펀드 등)에 기재된 관련 공소 내용에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며 "공소장 변경 후 동일성여부에 관해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소장 변경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9월, 정 교수를 처음 기소할 당시 표창장 위조 시점을 '2012년 9월 7일'이라고 기재했으나, 두 달여 뒤 추가 기소한 공소장에서는 '2013년 6월'이라고 기재했다. 사실 관계가 달라진 것이다.

또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동일하다고 전제해도 병합을 보류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며 "이 사건은 다른 사건과 다르게 공소제기 후 압수수색 등의 강제수사가 이뤄졌다"며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공소제기 후 강제수사를 통해 나온 증거는 이 재판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공소제기 후에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하는 것도 적법성에 의문이 든다"며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공소제기 후에는 피고인이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며 "공소제기 후의 피의자 심문조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공판 준비기일에 쟁점이 된 '증거목록제출'..."보완할 것"

검찰이 제출한 증거목록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공판 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검찰에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해 증거목록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지난 12일, 검찰은 증거목록을 제출했고 정 교수의 변호인 측은 이를 열람·복사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목록에 있는 진술조서에 진술자의 이름이 가려져 있어 내용은 물론 대질진술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으나 재판부는 "(방어권 보장을 위해) 밝혀야 한다"고 정 교수 측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검찰의 '시간 끌기'도 지적했다. 공소장 변경 시한을 두고 검사 측이 "공범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하겠다"고 답하자 재판부는 "관련사건의 내용이 다 나와있어 마음만 먹으면 오늘도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사문서위조는) 간단한 사건이니 이번 주 안으로 공소장 변경을 완료하라"고 말했다.

구속사건은 "정범에 대한 처벌이 전제돼야"

현재 정 교수가 받는 혐의는 구체적으로 △사문서위조혐의 외에도 △자본시장법상 허위 신고·미공개정보 이용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위조사문서행사 △보조금관리법 위반 △사기 △업무상 횡령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증거위조교사 △증거은닉교사 △증거인멸교사 등 15개다. 딸의 고려대 입시 관련 부분은 공소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에 공소사실에 포함하지 않았다.

정 교수는 사문서위조 외 14개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재판부는 구속사건의 공소장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입시비리에 사용된 허위 공문서나 증거인멸, 위조 등은 피고인(정 교수)이 직접 한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있다"며 "정범에 대한 처벌이 전제돼야 피고인에게 죄를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조한 당사자가 '무혐의' 결정이 나면 이를 교사한 정 교수의 혐의도 없어지는 것이므로 재판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 오는 29일까지 공소장 변경을 완료할 것과 함께 변호인 측에는 다음달 6일까지 공소장 변경에 대한 동일성 관련해서 의견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증거목록에 대해서도 검찰 측에 대질 진술자를 특정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다음 공판 준비기일은 다음달 10일에 열린다.

검찰이 추가 기소한 사건은 검찰 조사 기록 열람‧등사가 2주 안에 마무리 될 경우 변호인 의견 등을 받아 빠르면 다음달 17일부터 재판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프레시안(조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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