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이 '승자', 바이든은 '패자'...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

워런에게 쏟아진 공격..."새로운 선두주자 확인"

2020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새로운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그간 강력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뒤로 밀리고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에게 경쟁 후보들과 대중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오후 8시부터 세시간 동안 진행된 민주당 4차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확인된 일이다.

전면에서 사라진 바이든...탄핵 이슈에서만 '반짝'


이날 토론회는 현재 미국 하원에서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조사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을 묻는 것으로 시작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12명의 후보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탄핵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또 다른 주인공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이라고 분노를 쏟아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에 대한 뒷조사를 요청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가스회사인 부리스마 임원으로 일하면서 부패를 저질렀고, 부리스마에 대해 우크라이나 검찰이 조사를 실시하자 조 바이든이 당시 부통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을 해임시키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바이든 부자의 불법 행위가 드러난 것은 없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부통령으로서) 행정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해명하면서 거짓말을 했다고 CNN은 지적했다. 바이든은 "나는 아들과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한 마디도 상의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아들 헌터 바이든은 같은 날 있었던 ABC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식으로든 토론은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부리스마 문제에 대해 아버지와 짧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토론회의 "패자"로 바이든을 꼽으며 "그는 더 이상 경쟁 후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가 아닌 것처럼 보일 뿐 아니라 어느 정도 그의 게임에서 벗어났다"며 "그는 메디케어 포 올(Medicare-for-all, 국가 단일 의료보험 제도, 샌더스, 워런 등 진보적 성향의 후보들이 주장하고 있다)의 중산층 비용에 대해 이상한 수치를 제시했다. 또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을 혼동했다"고 문제 삼았다.

토론이 끝날 무렵 바이든은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이 무대에서 실제로 정말 큰 일을 해낸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런의 의료보험-초부유세 정책에 쏟아진 '공격'...부티지지-클로버샤 중도노선 분명히 해

이날 워런 의원이 찬성하는 의료보험 정책인 '메디케어 포 올'의 정책 비용에 대한 논란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워런 의원은 자신의 의료보험 정책이 중산층의 증세를 필요로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분명한 것은 중산층의 부담하는 의료 비용은 감소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현재의 복잡하고 지나치게 시장화되어 있는 의료보험 시스템을 상당 부분 국가의 책임으로 돌림에 따라 현재 중증질환 환자가 감당해야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의료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상대 후보들은 이런 정책을 뒷받침할 재정 부분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공격했다. 피터 부티지지 시장(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은 "워런은 모든 것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것만 빼고"라면서 "워런이 제안하고 있는 이 정책의 수조 달러 구멍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은 "정책과 몽상의 차이는 실제로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냐는 부분"이라며 워런의 정책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워런은 부티지지 등 중도노선의 후보들이 주장하는 '원하는 사람을 위한 메디케어 포 올(Medicare-for-all Who want it)'이 현재의 의료보험 제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책이 중산층의 세금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런은 "'원하는 이들을 위한 메디케어 포 올'이 진짜 무슨 의미인지 알아야 한다. 이건 '그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메디케어 포 올'"이라며 "메디케어 포 올이 절대적 기준이다. 이게 바로 모든 미국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건강보험 보장성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텍사스)은 워런의 초부유세 공약에 대해 "사람들에게 기운을 불어넣는 대신 어느 한 쪽에 징벌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이들과 나머지 사람들이 맞서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워런 의원은 "저는 억만장자들에게 불만이 없다. 제가 징벌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니 정말 큰 충격"이라고 답했다. '초부유세(ultramillionaire tax)'는 워런 의원의 정책 공약 중 하나로, 가구 합산 자산이 5000만 달러(약 560억 원) 이상인 부유층에게 이들이 국내외에 소유하고 있는 주식, 부동산 등 모든 자산에 연간 2%의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이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미국 상위 0.1%에 해당하는 부유층이 과세 대상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포함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토론의 첫번째 "승자"로 워런 의원을 꼽았다. 이 신문은 "워런은 이날 처음으로 지속적인 공격을 받았다. 워런은 초점이었다"며 "비록 워런에게 순탄한 항해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현재의 선두주자라는 것에 대한 확언이었다"고 평가했다.

샌더스, 건강 의구심 떨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토론의 또 다른 "승자"로 꼽혔다. 최근 심근경색으로 유세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던 샌더스는 이날 매우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샌더스가 다른 후보들의 공격을 농담으로 받아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면서 "그는 이전 토론에서보다 더 활기가 넘쳤다"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는 오하이오주 오터바인대에서 열렸으며, 미국 CNN방송과 뉴욕타임스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샌프란시스코),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 피터 부티지지 시장,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하와이), 줄리언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 앤드류 양 사업가, 톰 스테일러 사업가 등 12명이 참석했다.

▲ 15일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회. 왼쪽이 조 바이든 후보, 오른쪽이 워런 후보. ⓒCNN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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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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