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취약계층일수록 심각

[서리풀 연구通] 기후위기의 건강영향, 너와 나는 다르다

지난주, 세계 시민들이 각국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을 요구하며 공동 행동에 나섰다. 9월 21일의 기후변화 공동행동에는 서울 대학로를 비롯하여, 부산의 서면, 수원역, 대구 동성로, 전주 남천교, 천안터미널, 순천, 전주, 청주 등 전국에서 5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동참했다.(☞ 관련 기사 : 세계 139개국, 그리고 한국의 시민들이 함께 외치다)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이슈로 내걸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구의 한 곳은 더워지는데, 다른 곳은 더욱 추워지기도 했다. 건기와 우기의 구분이 없던 곳에 난데없이 오랜동안 비가 내리기도 했다. 지구온난화 경향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온난화라는 용어보다 기후변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했다. 시간이 흘러 오늘 세계 시민들은 기후'위기'를 이야기한다. 과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지구 온도가 현재보다 1.5도 이상 높아지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시작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미 1.0도가 높아졌다. 이제 남은 온도는 0.5도. 지금의 추세라면 10년을 버티기 힘들다. 그래서 기후'위기'이고, 당장 '기후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내 문제로 여기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행동'을 조직하기도 어렵다.(☞ 관련 기사 :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앙!) 더 많은 이야기가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인류의 미래 같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우리의 건강 문제에서부터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이번 주에 소개하려는 논문은 국제학술지 <국제보건서비스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Health Services)> 온라인 최근 판에 실린 것으로, 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도시 주민 1천 4백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이다. 중국 쓰촨대학교 소속 연구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는 '대기오염이 천식으로 인한 병원 입원 비용에 미친 영향 추정'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바로 가기 : Estimation of the Effects of Air Pollution on Hospitalization Expenditures for Asthma)

연구팀은 2014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동안 건강보험자료에서 천식으로 입원한 환자들을 선별하여 성별, 연령, 보험 종류, 입원과 재입원 비용을 수집했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청두시의 8개 지역에서 측정한 대기오염 지표를 확보했다. 대기오염 지표는 미세먼지 수치(PM10, PM2.5)와 함께 이산화황, 이산화질소를 측정했다. 그리고 대기오염 수준과 천식 입원, 그로 인한 비용의 영향을 평가했다. 대기오염의 누적효과를 고려하기 위해, 대기오염 지표 측정일과 입원일 사이의 시간 간격을 3일, 7일, 15일 차이를 변화시키며 분석을 시행했다.

대기오염의 영향을 확인하기에 앞서, 우선 인구집단별로 천식으로 인한 입원비용 차이를 살펴보았다. 성별의 경우, 첫 번째 입원비용은 남성이 높지만, 두 번째 재입원 비용은 여성에게서 높았다. 연령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 첫 번째 입원과 재입원 모두 고령층에서 입원 비용이 높았다. 건강보험의 종류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 노동자를 위한 건강보험(A보험) 가입자의 입원 비용이 노동자 건강보험이 없는 이들이나 실업자를 위한 건강보험(B보험) 가입자보다 높았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더 많이 아픈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럴 수 있다는 추정을 돕는다.

그렇다면 대기오염의 영향에 따른 입원 비용에도 차이가 있었을까? 일률적으로 결과를 해석하기는 어려웠지만, 전반적으로 대기오염으로 인한 천식의 입원비용은 남성과 젋은층에서 높았다. 안타깝지만 이 연구에서는 그 이유를 더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고, 추후 연구 과제로 남겼다. 가장 흥미로운 결과는 건강보험의 종류에 따른 차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천식으로 인한 전체 입원 비용은 안정적 건강보험(A보험) 가입자에서 높았다. 하지만, 대기오염의 영향에 의한 입원비용은 취약한 건강보험(B보험) 가입자에서 더 높았다. 대기오염 수치가 10㎍/㎥ 증가할 때, 건강보험 종류에 따른 천식 입원 비용은 적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7배까지 차이가 났다. 이 논문은 그에 대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논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안정적 건강보험(A) 가입자는 평소에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더 많이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오염이 악화되면 B보험 가입자들이 더 심각한 천식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천식의 중증도가 높기 때문에 입원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을 수 있다. 또는 첫 번째 가능성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B보험 가입자들이 아파도 더 오래 참았고, 그래서 병의 중증도를 키웠을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대한 해석이 친절한 논문은 아니었지만, 결과는 흥미로웠다. 정리해 보자. 대기오염은 천식으로 인한 입원비용을 증가시켰다. 그리고 입원비용 증가의 폭은 성별과 연령, 가입한 보험 종류에 따라 달랐다. 이 결과는 다음의 두 가지를 시사한다. 기후위기는 건강과 의료 이용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기후위기의 건강영향은 너와 나에게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더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쓰촨성의 청두시를 방문한 기억이 있다. 중국의 많은 지역이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대기오염은 일상이었다. 어린 시절 자욱하게 안개 낀 부산의 어느날과 다르지 않았다. 일주일을 머무는 동안 햇살을 편안하게 느껴본 기억이 없다. 다행히 당시의 나는 아직 건강하고 젊고, 천식의 과거력은 없으며, 괜찮은 수준의 여행자 보험에 가입해 있었다. 최근 한국에서도 폭염에 의한 건강피해가 불평등하다는 논의가 있었다. 기사 제목이 참으로 직설적이다. '돈 있는 사람만 '폭염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8월 22일 자 <미디어오늘>) 불평등 문제는 건강과 직결되고 기후위기와도 통한다. 아마도 행동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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