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18주기..."우리가 테러로부터 배운 6가지"

트럼프, 9.11 추모행사에서 "더 강력한 타격" 경고

2019년 9월 11일은 9.11 테러 발생 18주년이다.

이날 새벽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 대사관이 로켓 공격을 받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로켓이 폭발했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탈레반과 평화협상에 대해 "내가 아는 한 그것(협상)은 죽었다"며 중단을 선언한 이후 처음 일어난 테러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9.11테러 이래로 계속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탈레반 세력과 평화협상을 비밀리에 추진 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아프간과 탈레반 지도자들과 회담을 가질 계획이었으나, 최근 카불 외교단지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공격으로 미군 1명을 포함해 10여명이 숨지자 협상을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11일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열린 9.11 18주기 추모행사 연설에서 "지난 4일 동안 우리는 그들이 이전에 당했던 것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 적을 타격했으며, 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11일 미국 펜타곤에서 열린 9.11 테러 18주기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 내외. ⓒCNN 화면 갈무리

이처럼 미국과 중동 무장세력간 갈등이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미국 언론들은 이날 9.11테러 18주기를 맞아 9.11과 관련된 특집 기사들을 게재했다. 그 가운데 지난 수십년간 발생한 '테러'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통해 우리의 통념을 깨는 '사실들'을 지적하는 글이 <워싱턴포스트>에 이날 게재됐다.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돼, 원문을 요약, 번역해서 소개한다.

"9/11 이래로 우리가 테러리즘에 대해 배운 여섯 가지"라는 제목의 이 글은 아랍에미레이트의 아메리칸 대학의 쿠스라프 가이불로예프(Khusrav Gaibulloev) 부교수와 미 텍사스 대학의 토트 샌들러(Todd Sandler) 교수가 썼다. (원문 보기)


"우리가 테러리즘에 대해 배운 여섯 가지"

1.테러범들은 이성적이다.


정치인과 언론은 종종 테러리스트들을 비이성적인 광신자로 묘사한다. 학자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테러리스트들이 그들의 목표(그 목표가 아무리 혐오스러울 지라도)를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에 대해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합리적인 개인으로 본다. 이는 그들이 정부의 대테러 노력에 적응하고 대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973년 1월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공항에 금속 탐지기를 설치하기 시작했을 때, 항공 납치는 급감했다. 테러리스트들은 일반적인 납치와 같이 인질을 잡는 덜 위험한 방법으로 옮겨갔다. 정부 관리들이 쉬운 표적이 되었을 때, 테러리스트들은 이익을 취했다. 1970년대 들어 정부가 공무원을 보호하기 시작하면서 테러리스트들은 기업인들을 공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 이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등 더 나아가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이성적이라는 사실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그들의 대응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2. 많은 대테러 전략들은 효과가 없다.


학자들의 고찰은 많은 대테러 전략들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1986년 리비아가 많은 미군 병사가 부상을 입었던 베를린 디스코텍에 대한 폭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리비아를 급습했다. 하지만 이런 보복공격은 테러리스트나 그들의 후원 단체에 의한 향후 공격을 줄이지는 못하는 것 같다. 테러범들은 실제로 공습 직후 공격을 늘렸고, 이에 반발해 이미 계획된 공격 일정을 앞당긴 뒤 소모된 자원을 보충하면서 일정 기간이 지나서야 공격 횟수를 줄였다.

특정 공격에 대한 국제협약이나 조약도 효과가 없었다. 기술 장벽은 테러리스트들이 피할 수 있는 혁신을 발견할 때까지만 작동한다. 오히려 인터폴이 공항에서 여권을 검사하는 것과 같은 비교적 저렴한 몇몇 조치들이 적은 비용으로도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

국가가 자국민만 고려하면서 테러리즘에 대해 편협하게 대응할 때 자원이 낭비된다. 각국 정부는 IS(Islamic State)와 같은 공동의 테러 위협에 직면할 때, 종종 위험과 책임을 다른 표적 국가로 전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3. 9.11 테러 이후, 테러리즘은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보다 덜 세계 경제에 해를 끼친다.

테러리즘을 일삼는 작은 나라들은 경제 성장에 있어 큰 손해를 감수한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대부분의 국가들은 거의 국제 테러 공격을 받지 않으며, 생명이나 재산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 결과 테러는 전 세계 평균 국가의 경제 성장, 투자, 소비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관광과 외국인 직접 투자는 관광객이 다른 관광지를 찾고, 테러 가능성이 적은 국가에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그 국가나 지역(예를 들면 그리스, 터키, 서부 유럽)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것은 관광이나 항공산업과 같이 테러리즘이 일어나기 쉬운 경제 분야에서 다른 안전한 분야로 경제 활동을 이전하는 것 외에 전반적인 거시경제적 효과는 거의 없었다.

4.빈곤은 테러의 근본 원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가난과 테러리즘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가난한 나라의 개인들은 테러리즘을 정치에 이용하기 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더 걱정한다. 반면에 부유한 나라들은 테러리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9.11 이전이나 이후 모두 테러리즘은 다른 곳보다 중산층 국가들에서 더 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1인당 GDP를 기준으로 가장 가난한 국가부터 가장 부유한 국가까지 166개국의 순위를 매긴 뒤, 각국에서 발생한 테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다. 1993년 이후 세계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국내 테러 사건의 약 7%만 가난한 국가에서 일어났다. 반면에 1인당 GDP 수준이 20~60%에 해당하는 중간층 국가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국내 테러의 83%가 일어났다.

5.테러리즘은 완전히 민주적이지도 독재적이지도 않은 정권에서 가장 흔하다.


민주주의와 테러의 관계는? 두 개의 학설이 있다. 하나는 민주주의가 언론의 자유, 결사의 자유, 이동과 정부에 의한 통제에 대한 자유 등을 통해 테러를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독재국가들은 이런 자유의 보장을 포기하고, 테러를 제한하기 위한 행동을 곧바로 취할 수 있다.

두번째는 이에 동의하지 않으며, 민주주의는 정치적 참여를 허용하고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함으로써 테러를 불식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간의 통계자료는 양쪽 다 틀렸다는 것을 암시한다. 테러리즘은 민주주의와 독재국가 가운데 쯤에 있는 정권(regime)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정치학에서 말하는 '비민주 정권(anocratic regime)'은 독재국가보다 테러를 단속할 능력이 떨어지고, 민주주의 국가들과 같은 수준의 정치참여를 제공할 수 없다.

최근의 한 글은 평균적으로 이런 정권들이 민주주의나 독재국가들보다 훨씬 더 많은 테러를 경험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1970년과 2012년 사이에 5년 평균 초국가적 사건의 발생 수(five-year average number of transnational incidents)는 칠레는 26건, 파키스탄은 41건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민주국가인 벨기에의 경우 10건, 독재국가인 미얀마의 경우 1.7건에 불과하다.

6. 전 세계적으로 국내 테러는 국제 테러보다 더 많은 비용을 초래했다.


언론들은 종종 여러 나라에 걸쳐 활동하는 국제 테러 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국내 테러는 국내 테러로 2001년 9월 11일 이후 훨씬 더 많은 공격과 사상자를 낳았다.

물론 이는 세계 각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 9/11 이후 국내 테러와 관련해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국내 테러사건의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감소했다. 그 결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가 세계에서 가장 테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며, 세계의 국내 테러로 인한 사상자의 절반이 이 지역에서 발생했다.

9/11 이후. 국제 테러와 관련해서도 같은 패턴이 관찰되고 있다. 이는 이 지역의 불안정과 갈등의 증가, 보안 조치가 증가함에 따라 유럽과 북미에서의 테러가 증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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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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