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닫고, 평화 한반도 시대 열어야 한다

[기고] 일본 경제보복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우리의 첫 걸음

한일 갈등, 필연적이며 장기적 과정이다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오직 국익(interests)만이 존재할 뿐이다.

주지하는 바처럼, 일본은 과거를 전혀 반성하지 않고 일로매진, 극우 군국주의의 길을 끈질기게 추구해왔다. 이번 일본 경제보복은 1965년 한일 기본조약으로 성립된 ‘1965년 체제’를 일본 스스로 부정하면서 한미일 삼각 틀의 구조에서 한국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일본이 이렇게 한국을 적으로 간주하면서 경제보복에 나선 오늘의 국면은 필연적이며, 일본이 앞으로도 그 지향을 변화시킬 뜻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본은 이미 2014년 7월 1일 이른바 헌법해석 변경을 통해 기존의 전수방위의 개념을 버리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결정했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일본이 아닌, 타국이 침략을 당했을 때 일본이 자동적으로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는 의미다. 이는 국제 분쟁에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게 되므로 대외 팽창주의 노선을 가진 국가가 아니면 추구하지 않는 정책이다. 이어서 일본은 2016년, 기존의 '주변사태법'의 명칭을 '중요영향사태법'으로 수정하면서 “그대로 방치하면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줄 사태”의 경우, 일본이 모두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지리 지역의 개념을 삭제해 ‘미군’ 대신 ‘외국군’으로, ‘후방지역지원’은 ‘후방지원’으로 대체함으로써 일본 자위대가 세계 어느 곳에서든 군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미일 편이냐, 중러 편이냐 밖에 없다고? 해묵은 냉전논리고 협박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제 우리 한국이 선택할 길은 오직 미국과 일본 편에 설 것이냐 아니면 중국과 러시아 편에 설 것이냐 외에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해묵은 반공의 냉전구도에 ‘협박’까지 가미시킨 가장 나쁜 극우적인 궤변이요 아베와 일본 극우파 논리 그 자체다. 나아가 이는 구한말 시대착오적으로 중화사상만을 신주처럼 모시면서 시대적 변화를 거역하고자 했던 위정척사파와 쇄국주의가 현대적으로 재현된 사대주의적 흑백논리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의 기회는 퇴로가 없는 그런 길이 아니다. 거꾸로 우리에게 선택지는 너무 많이 열려 있고, 퇴로도 너무 많아진 공간이다. 우리는 크게 넓어진 그 공간에서 사안별로 시기별로 국익에 관점에서 유연하고 지혜롭게 선택하면 된다. 우리에게도 진정 국익을 위한 외교를 균형 있고 자주적으로 실현할 기회를 제공하는, 진정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변화시키기 어려운 법이다. 동시에 관행과 기득권의 힘이란 대단히 강인한 것이어서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많고, 미국에 의존해야 하는 부분 역시 많다.

현 정부는 특히 북한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미국의 의도를 거스른 적이 없다. 그러나 미국도 이제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번 일본 경제보복처럼 일본이 막무가내 망동의 길로 치닫는 국면에서 미국이 중재를 비롯해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면, 우리도 우리의 길을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냉정하게 살펴본다면, 오늘 일본 경제보복의 국면에서 미국이 ‘중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미국 패권의 약화’를 의미한다. 이제까지 한국과 일본은 빙탄불상용, 서로 용인하기 어려웠지만 미국의 ‘영향력’에 의해 ‘억지로’ 한 편에 서왔으나 지금에 이르러 마침내 미국의 ‘힘’이 그만큼 약화된 것이다).

한 마디로 지금 일본이 한국을 적으로 간주하면서 군사정보는 계속 제공해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남북 교류와 평화 한반도라는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지 않고, 우리의 국익에도 전혀 이롭지 못하다. 여름에 겨울옷을 입은 꼴이고, 어른이 어린이옷을 입은 격이다.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는 일본 경제보복을 넘어 냉전구도 해체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우리의 첫 걸음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닫고, 평화 한반도 시대는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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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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