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강남 재건축' 정밀 타격

경실련 "분양가상한제 전면 시행, 서민주거 안정시책 필요"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과 투기 확산의 진원지로 여기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정밀타격'하는 초강력 카드를 꺼내들었다. 작년 9월 13일 대책 이후 34주만에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들썩이자 11개월만에 추가 대책을 꺼내든 것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률은 21.02%로 기존주택 가격 상승률 5.74% 대비 약 3.7배 높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서울 전역·과천·분당 등 전국 31곳에 달하는 '투기과열지구'의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땅값과 건축비를 더해 일정 금액 이하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제도다.


분양가상한제는 주변 시세나 최근 분양가와 비교하게 했던 기존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통한 가격 규제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단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도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 단계로 앞당겨진다. 다만 제도 시행 이후에 시장 상황을 검토해 구체적인 적용지역을 국토교통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별도로 지정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책이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겨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가 더불어민주당과 당정 협의를 거쳐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추진안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14일부터 20일까지 입법 예고를 거쳐 이르면 10월 초 공포,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우선 특정 지역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는 조건을 완화했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상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3개월간 해당 지역 주택가격 상승률이 해당 지역이 포함된 시·도 물가 상승률의 2배를 넘어야 한다.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을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필수 요건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바꿨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시 25개 구와 경기 과천시·광명시·성남시 분당구·하남시, 대구 수성구, 세종시다.

나머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의 3가지 부수 조건인 △최근 1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 △최근 3개월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 △직전 2개월 월평균 청약 경쟁률이 5대 1 초과 또는 국민주택규모 주택 청약경쟁률이 10대 1 초과는 그대로 유지한다. '해당 지역의 평균 분양가 상승률'도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나 시·군 등 상위 지역의 분양가 상승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앞으로는 투기과열지구라는 요건에 해당하고 3가지 부수 조건 중 1가지 이상 충족하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은 현재 3∼4년에서 5∼10년으로 연장했다.

분양가상한제, 재건축도 입주자모집 공고 전부터 적용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정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을 앞당겼다는 점이다. 현행은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이지만 예외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똑같이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해 상한제 적용을 피했던 재건축·재개발구역도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기 전이라면 소급해 적용된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때는 분양가와 조합원 분담금 등 사실상 모든 사업계획이 확정되는데, 상한제에 따라 새로운 분양가가 적용되면 분양가와 조합원 분담금을 확정했던 조합들도 이에 맞춰 계획을 모두 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소급 논란도 있지만, 정부는 관리처분인가에 포함된 예상 분양가격 및 사업가치는 법률상 보호되는 확정된 재산권이 아닌 기대이익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이주가 진행중인 66개 정비사업 추진 단지(6만8406가구)는 사업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후분양 단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는 '입주자 모집 공고 신청분' 부터 일관되게 적용될 예정이다. 분양보증을 받지 않고 후분양을 할 수 있는 시점도 지상층 골조공사 완료(공정률 약 80% 수준) 이후로 바꾼다. 기존엔 지상층 층수의 3분의 2 이상 골조공사 완성(공정률 50~60% 수준) 시점이 기준이었다.

이에 따라 후분양을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던 단지들은 그나마 분양수입이 덜 감소하는 선분양으로 다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구수 대비 일반분양 비율이 높았던 재건축 단지일수록 타격은 클 전망이다. 1만2000여 가구 가운데 5000여 가구가 일반분양인 한 재건축 단지의 경우, 일반분양 수익이 분양가 상한제로 줄어드는 만큼 조합원들이 내야할 분담금이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분양수익이 줄어드는 재건축·재개발사업이 멈춰서면 새 아파트 공급 감소로 이어져 전세가격이 불안해지고 신축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에 입주하는 경우 시세 대비 20~30% 싼 가격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분양아파트를 노리고 대기하던 투기수요로 서울을 중심으로 나타나던 집값 상승세도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공급부족 등 부작용의 전철이 되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가 공급부족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집값급등 우려지역에 한한 '핀셋 적용'을 할 것"이라며 12년전 전국적으로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정책 실패로 인한 지난 2년간의 집값 급등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전면적이고 제대로 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돼야 한다"며 "보유세 강화, 서민주거 안정정책 시행 등 전면적인 집값 정상화 대책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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