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제외' 일본 경제 보복에 분노한 부울 민심

시민단체 일본 규탄 목소리 이어져...정치권도 한 목소리, 피해 예방책도 강구

일본이 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등 경제 보복의 수위를 높여가자 정치권, 경제계, 시민사회단체들이 비난을 쏟아내는 등 각계각층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는 2일 오후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백색국가 제외 발표에 대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돌이킬 수 없는 선을 그은 아베정권에게 이제 국물도 없다. 외로운 섬나라로 고립되기를 자처한 아베 정권에게 본때를 보여주자"며 강하게 반발했다.


▲ 2일 오후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백색국가 제외 발표에 대한 긴급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는 시민단체 모습. ⓒ프레시안(박호경)

이들은 "강제징용 판결을 빌미로 적반하장 싸움을 걸어온 아베에게 애초부터 대화니 정상회담이니 하는 것은 계산 안에 없었다"며 "사죄와 반성을 끝끝내 거부하는 일본의 오만함. 그 배경에는 100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제국주의 침략 본성이 고스란히 배어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동북아시아에서 줄어드는 자신들의 입지를 세워보고자 패악질을 부리는 것이 이번 경제침탈의 본심이다"며 "불매운동을 넘어서 더욱 조직적이고 정교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새로운 항일운동을 펼쳐나가자. 침략자 아베가 우리 민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그날까지 싸워나가자"고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주말인 3일 오후에는 일본영사관 인근 정발장군 동상 광장에서 '일본규탄 부산시민 궐기대회'도 열고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비판을 쏟아낼 계획이다.

앞서 지난 7월 29일에는 부산시인협회가 반일 운동 동참을 결의하기도 했고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단체도 일본 여행 자제 등을 홍보하며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와 부산지역 8개 시민사회단체도 지난 7월 25일 부산진구 송상현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제품 불매운동 범시민운동을 결의하기도 했다.


지난 7월 22일에는 일본영사관 내 도서관에 들어가 있던 반일행동 부산청년학생 실천단 소속 대학생 6명이 영사관 앞마당에서 기습시위도 벌였다.

이들은 '아베는 사죄하라', '일본 경제도발 규탄한다', '일본의 재침략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치며 '주권 침탈 아베 규탄'이라고 적힌 가로 170cm, 세로 50cm 크기의 플래카드도 펼치면서 10여 분간 농성을 진행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 지난 7월 22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마당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는 대학생들 모습. ⓒ프레시안(박호경)

일본의 경제 보복에 성난 민심이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 등에서도 각종 대처 방안과 피해 예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 7월 23일 일본의 부당한 경제 보복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부산시와 일본 간의 교류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거돈 시장은 "일본은 이처럼 부당한 제재의 철회를 요구하는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에 대해 도를 넘는 무례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양국 간의 긴장관계는 온전히 일본 아베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따른 것으로 일본 국민에게도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 잘못된 정책이다"고 비난했다.

또한 부산시는 일본의 경제 보복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간다. 시에 따르면 부산에서 연 수입액 10만달러 이상인 수입 품목을 보면 전체 703개 가운데 95개 품목이 90% 이상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특히 일본 수입 의존도 90% 이상 주요 품목은 기계류 및 전기기기(98.6%), 화학공업(97.6%), 차량·항공기·선박 및 관련품(96.6%) 등으로 향후 부산의 주력 수출제품을 포함한 모든 사업 분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부산 경제계도 긴장감을 놓치 않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2일 대책회의를 열고 일본 수출규제 대상 품목을 중심으로 지역 산업계에 미칠 영향과 대응책 등을 논의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서고 있다.

지역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모니터링 결과 공작기계, 화학, 자동차 부품 등 대부분의 주력업종에서 직·간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 만큼 대체재 마련, 우회 수입경로 확보 등의 방안을 모색하는 등 기업별 피해 상황도 지속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 2일 오전부터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비상시국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노정현 부산시당위원장. ⓒ민중당 부산시당

정치권도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중당 노정현 부산시당위원장은 2일 오전 10시부터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비상시국농성에 돌입했다. 그는 "오늘의 조치로서 더이상 일본은 우리의 이웃나라 우방국가가 아니다. 국민의 생존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적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불매운동으로 시작된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항일대전의 의지로 치솟고 있다"며 "우리는 더욱 국게 손잡고 일본 제국주의가 세계 인류와 우리 민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그날까지 함께 싸워나가자"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이날 '일본 경제침략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5일 당 소속 부산지역 국회의원, 광역·기초의원, 당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규탄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의 수출 규제 보복 조치에 따라 부산시 차원의 기업과 소상공인 피해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부산 경제계와 함께 피해 현황파악과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울산도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높다.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은 2일 논평을 통해 "울산의 경우 화학제품 원자재를 비롯해 수소차 부품, 농수산물에 이르기까지 피해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울산은 당장 수소차 생산에 사용되는 탄소섬유와 연료전지, 수소저장·공급장치 등의 부품과 중소 화학업체에 필요한 각종 원자재 수급은 물론 첨단소재 연구개발 사업과 지역 농산물 수출 등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울산시, 정치권, 경제계, 시민들이 피해 최소화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울산시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끝내 파국으로 가자는 말인가"라며 "정치적 사안을 경제 보복으로 끌고 가더니 결국 화이트 리스트 제외까지, 당신들이 원하는 것이 대한민국 경제의 몰락 또는 식민지화든 한반도 냉전체제 영구화든 결코 그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대응책으로 GSOMIA를 고려하고 있다. 정치적 사안이 경제제재를 거쳐 군사분야까지, 서로가 대응 수위를 높여 가는 치킨게임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공멸이다"며 "아직도 늦지 않았다. 일본은 더 이상 외교적 노력을 회피하지 말고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 더 이상의 고집은 젖먹이 떼쓰기에 불과하다. 유일한 해결책은 마주 앉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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